요즘 딩크족 얘기로 게시판이 뜨겁네요.
10년차 딩크이고, 평생 그렇게 살 것 같은 사람으로서 한마디 할까 합니다.
먼저 결혼을 하느냐, 싱글로 사느냐가 전적으로 개인의 가치관과 선택인 것처럼 딩크로 살지, 아이를
낳을지는 부부의 가치관과 선택입니다. 정답이 없고, 옳고 그른 것의 문제가 아닌 이상 서로의
삶을 존중해주면 그뿐인 겁니다.
전 결혼 10년차 40을 바라보고 있고 와이프는 30대 중반입니다.
흙수저로 태어나서 간신히 내몸하나 건사할 수 있을때 아내를 만났고, 아내는 중산층이었으나
굵직한 이벤트로 가세가 기운 상태라 양가 부모 도움 없이 결혼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제 활동에 집중해야 했고 결혼 초에는 자연히 아이를 가질 여유가 없었습니다.
약간의 여유가 생겼을때 아내 쪽에서 아이를 갖고 싶은 욕구가 약간 있었으나 논의한 끝에 평생
딩크로 살기로 결정했습니다. (가난의 대물림, 헬조선의 환경등이 이유가 됐네요)
이제 10년차 딩크, 아이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접은 상태에서 느끼는 장점은 크게 두가지 입니다.
첫째는 경제적 여유
오래전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라는 책을 읽으면서 돈이 돈을 벌게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40살 전에
경제적 은퇴를 하자는 황당한 목표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며 10여년 열심히 노력하니
40은 무리지만 수년 내에 은퇴해도 대충 먹고는 살만할 상태가 될 듯 합니다.
아이가 있었다면 외벌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종잣돈을 모으기도 어려웠을 것임은 분명합니다.
나만 잘먹고 잘살기 위해 아이를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를 포기하므로서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것은
확실합니다.
두번째 장점은 정신적,시간적 여유
아무래도 아이에 쓸 시간과 노력을 자신과 배우자에게 쏟다보니 함께 여행을 다니고, 맛집 투어도 하고
콘서트, 뮤지컬 등 문화 생활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자기 개발, 취미 생활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아내는 제2 외국어를 공부하고 있고,
저는 운동, 수집 등 몇가지 동호회 활동을 합니다.
최대한 담백하게 장점을 적으려 했는데 자랑같아 보이시면 돌을 던져 주세요;;
이제 단점입니다.
먼저 왠지 모르게 부모님께 불효를 하는 느낌이 자꾸 듭니다.
양가 부모님 모두 우리 의견을 존중해 주시지만 은연중 손주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너희가 애를 낳으면 얼마나 이쁘겠니'
'옆집 할멈은 손주랑 어디 놀러갔다더라' 등의 말씀을 하실 때마다 죄스럽습니다.
부모님과는 일주일에 한번 식사를 하고, 거의 매일 안부 전화를 하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채워드리려 노력하는데
손주에 대한 보상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단점은 남의 아이가 참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가끔은 부럽기도 하구요. 워낙에 아이를 좋아하는 편이라 간혹 이쁘고 귀여운 아이를 보면 뭔가 속에서 꿈틀 합니다만,
자제하고 있습니다;;
요 문제는 귀여운 강아지를 기르면서 많이 해소가 됐습니다. 내 핏줄만큼은 당연히 아니겠지만 사랑을 주고,자식같은
마음으로 돌봐주니 상상치 못할 기쁨을 주기도 합니다. 딩크족으로 사실 분에게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을 적극 추천하고
싶네요.
결론은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주위 자주 만나는 선후배 커플 10쌍중 8쌍이 딩크족입니다. 좀 특별한 케이스일지 모르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중에
특히 결혼은 하되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딩크가 많은 가장 큰 이유는 정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낳고 싶은 나라, 기르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주면 낳지 말라 해도 낳을 겁니다. 불과 수십년 전에 아들딸 구별말고
하나 낳아 잘기르자는 운동을 했었단걸 돌이켜 보면 참 아이러니 하네요.
기회가 되면 딩크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을 함 적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