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rier Transformation
이제 디지털 카메라는 현대인의 필수품이라고 할 정도로 일반화됐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서 반드시 마음에 드는 멋있는 사진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진을 확대할 때 사물이 뚜렷이 보이지 않고 흐릿하게 나와 속상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낮은 해상도로 찍은 사진은 영상에 대한 세밀한 정보가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크기가 작은 영상을 확대할 때는 인접한 두 화소의 평균적인 밝기로 화소 사이의 빈 영역이 채워지기 때문에
사물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선명한 사진이 필요한 이유는 많다.
개인적인 추억이 담긴 사진부터 사건 현장을 찍은 폐쇄회로 TV의 사진에서 범인의 얼굴을 가려내기 위해서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은 '푸리에 변환'을 통해 가능하다.
디지털 영상에서 인접한 화소들을 따라가면서 화소의 밝기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사진을 파동의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사진에도 음파나 전파와 같은 파동들을 다루는 기법들을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파동을 분석하는 수학적 방법은 1822년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푸리에(1768∼1830)가 제안해
푸리에 변환이라고 불린다.
푸리에 변환은 마치 화학 분야에서 액체 물질을 분석해 무슨 성분들이 들어있는지 알아내는 과정과 비슷하다.
복잡한 모양의 파동을 푸리에 변환하면 진동수나 진폭이 다른 단순한 파동들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푸리에 변환을 위해선 매우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지만 요즘엔 컴퓨터를 통해 빠르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영상을 다루는 기본적인 도구로 이용되는 등 응용 분야가 계속 늘고 있다.
그렇다면 푸리에 변환이 우리의 생활이나 과학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목소리 구별
TV를 보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는 연예인을 자주 볼 수 있다.
귀로 들어서는 어느 쪽이 진짜 목소리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똑같지만 푸리에 변환을 활용하면 구별이 가능하다.
두 소리의 성분들을 추출한 뒤 가장 진폭이 큰 성분의 진동수부터 시작해서 2번째, 3번째 … 순서로
비교해 가다 보면 어느 부분부터는 그 성분의 진동수가 달라진다.
이러한 방법은 영화 '그 놈 목소리'처럼 피해자를 협박한 범인의 전화 목소리와 용의자의 목소리가 일치하는지 확인할 때도 활용된다.
또 현재 기술로도 주인의 목소리에만 반응하는 자동문이나 로봇을 만들 수 있다.
#잡음 제거
첨단기기를 통해 소리를 먼 곳으로 전송할 때는 여러 이유로 잡음이 섞이게 된다.
하지만 전달하려는 소리와 잡음이 섞인 소리를 모두 푸리에 변환해 비교하면
잡음이 주로 어떤 주파수들로 구성되었는지 알 수 있어 잡음 제거가 가능하다.
실제로 전화기는 잡음에 해당하는 주파수를 걸러내도록 제조되는데 잡음과 동일한 주파수의 음성성분도 함께 차단된다.
물론 목소리는 잡음과 다른 주파수 성분이 많기 때문에 통화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만약 상대방의 전화 목소리가 직접 대화할 때 목소리와 다르다고 느낀다면 푸리에 변환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양한 소리를 내는 전자 악기
푸리에 변환은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쪽으로 적용할 수 있다.
단순한 모양의 파동 몇 개를 합쳐 복잡한 모양의 파동을 만드는 것인데,
신시사이저나 디지털 피아노 등은 이 원리를 이용해 수십 가지의 악기 소리를 낼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은 전자악기 내부에 각각의 악기 소리에 해당되는 회로가 모두 들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악기에는 몇 가지 주파수의 단순한 파동 발생 회로만 갖고 있으며
연주자가 악기의 종류를 선택하면 그에 해당하는 성분만 적당한 비율로 합쳐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영상 노이즈 제거
음성신호를 제작·전송할 때 잡음이 끼어드는 것처럼 영상 신호도 원하지 않는 데이터가 섞이는 경우가 있다.
이를 노이즈라고 하는데 사진을 확대할 때 흐릿하게 번져 보이는 것도 노이즈 때문이다.
이때 동영상의 앞뒤 장면을 각각 푸리에 변환해 비교하면 노이즈에 해당하는 성분들을 제거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노이즈 성분을 하나씩 제거하다 보면 어느 정도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영상 자동 인식
주민등록증에 있는 지문을 저장할 때도 푸리에 변환이 활용된다.
먼저 지문 영상을 푸리에 변환을 통해 성분을 추출한 뒤,
다른 사람의 지문과 구별할 수 있는 정도의 성분만 남기고 더 자세한 성분들은 제거한다.
푸리에 변환을 하지 않고 지문 정보를 보관하면 엄청난 저장 공간이 필요하며,
나중에 지문을 대조할 때도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문뿐 아니라 인간의 얼굴에도 적용이 가능해 어떤 로봇은 사람 얼굴이 갖는 성분들을 기억한 뒤
카메라에 비친 물건이 사람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데도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