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에 베스트유머에서 또다시 최민수씨에 관한 유머가 올라온 걸 보았소.
(제 친구가 실제로 보았던 최민수 씨의 모습은.. 재치도 있고 매~우 친절하며 매력이 넘쳤다 하오. 공항에서 마주쳤다던가? 선글라스를 껴서 사람들이 잘 알아보지 못했는데,, 친구가 알아보고 다가가서 "예전부터 팬이었어요~ 싸인 좀 해주세요" 라고 하자 선글라스를 벗고 활짝 웃으며 악수를 청하고는.. "고맙네,, 머 어쩌구.. "하면서 재미있는 말을 건넸다던데.. 잘 기억이 안나는군요. 그리고 싸인 받고 쫌 가는데 저 멀리서 또 불러서는 뭐라고 소리쳐줬는데 그것도 웃긴거였는데.. -_-; 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잘 안나는군요.)
음.. 에피소드를 써버렸는데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서..
최민수씨는 저도 예전부터 좋아하던 배우인데..
조이씨네에 올라왔던 기사가 내 마음과 너무 비슷하구려...
(무조건 옹호하는 내용의 글은 아니오.)
귀찮더라도 아래 글을 끝까지 보시고 의견을..(그리 길진 않소)
또 병역 문제다, 뭐다, 반박하는 분도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글 올리오.
원본 주소는
http://www.joycine.com/service/m_search/view_article.asp?id=5924 <이곳이오.
가기 귀찮다면 그냥 아래 복사해놓은 글을 읽어주시오.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소.
‘최민수를 옹호 해달라’는 요지의 청탁서를 받았을 때 거절했어야 했다. 며칠을 끙끙 앓았지만 나는 도무지 이 남자에 대한 변호의 말을 찾지 못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모두를 설득할 만한 언어로 이 남자를 설명해 낼 자신이 없다. 추락한 이미지를 완전히 복원해 내자니 ‘내 시대의 카리스마’ 최민수는 이 시대에 이르러 너무 많이 희화되었다. 서글픈 일이다. 적어도 한때, 최민수는 우리 남자들의 '형님'이었다. 사내들이라면 한 번쯤 <모래시계>(1994)의 태수와 <테러리스트>(1995)의 수현의 삶과 태도를, 그리고 범부들은 결코 흉내낼 수 없었던 카리스마를 동경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때문에 이 글은 어쩔 수 없이 한때 나를 사로잡았던 최민수의 황홀한 마초이즘에 대한 추억에 기초한다. 누군가 나를 '개마초'라 손가락질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최민수에 대한 기억을 <모래시계>로부터 시작한다. 맞다. '태수'는 최민수의 필모 안에서 확실히 인상적인 캐릭터이다. 여성 작가의 손으로부터 탄생한 태수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남성들의 오랜 로망의 집결체이자 대변인이었다. 그는 주먹계의 큰형님이자 의리의 사나이였다. 한 여자에 대한 지극한 순정과 죽음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가오’의 소유자였다. 태수가 혜린을 향해 "넌 내 여자니까"라고 일갈할 때, 그리고 죽음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불굴의 '가오'를 "나 지금 떨고있니?"라는 말 한마디에 응축해 낼 때를 떠올려 보라. 아아, 나는 진정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불끈! 치솟아 오르는 격정과 오싹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환호했다.(형님!!!) 최민수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고독이 뒤섞인 낭만적인 눈빛과 표정, 몸짓으로 태수를 체화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표현을 빌자면) 최민수는 태수와 ‘완전히 싱크로’ 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 완벽한 마초 캐릭터 앞에서 그야말로 열광했다.
하지만 최민수만의 이러한 아우라가 발현된 작품은 <모래시계>가 최초도, 유일도 아니다. 비록 미약하긴 하지만 <신의 아들>(1986)에서부터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그의 파워풀한 아우라는 TV 드라마 <고개 숙인 남자>(1991)와 <걸어서 하늘까지>(1992), 그리고 영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1993)을 거치면서 조금씩 성장했다. 그 속에서 최민수는 부조리한 세상 속을 거칠 것 없이 살아가는 수많은 ‘작은 태수들’을 연기했다. 그 당시 그는 분명 미숙했지만 지금도 생생하다. 날 것처럼 펄떡대던 대단한 열기! 맹세코 나는 <바람 부는…>에서 최민수가 보여주었던 눈빛 이상의 강렬함을 국내 배우들에게서 경험한 바가 없다. (제발 부탁이니 신현준, 권상우 같은 배우들에게서 카리스마를 논하지 마라) 사나운 맹수와 함께 클로즈업 된 그의 눈빛은, ‘압구정동’이라는 물신화 된 공간에서 경험한 젊은 영혼의 깊고 처절한 좌절을 (한 시간 여 동안의 영화보다도) 간단히 설명해 낸다. 때문에 (지금 보면 정말 촌스럽다) 기지 바지와 가죽 점퍼, 징 박힌 장갑만으로 험한 세상과 ‘맞짱’ 뜰 준비를 마쳤다는 듯 어슬렁거리던 최민수를 떠올리면서 나는 아직도 기묘한 흥분에 몸을 떤다. 예나 지금이나 토해 내지 못하는 열기와 분노에 방황하는 무모한 청춘,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것이 맞닥뜨리게 될 파국의 순간이 눈앞에 선연한 까닭이다.
“우리가 왜 강하지 못한 줄 아나?
스스로 강해지는 걸 두려워하는 우리 자신들 때문이야.
강해지지 않으면 짓밟히며 살 수 밖에 없어. “
- <유령> 중에서 -
‘강한 남자’ 최민수는 대히트를 기록한 <테러리스트>에 이어 <리허설>(1995), <유령>(1999), <리베라 메>(2000), <예스터데이>(2002)를 거쳐 <청풍명월>에 이른다. 그 안에서 백수건달, 국수주의가 팽배한 군인, 정의의 소방관, 사이코 살인마, 충의의 검객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았지만 근본적인 캐릭터는 대동소이하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흡인력으로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마초’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그의 연기는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사람들은 ‘후까시’와 ‘오버' 라는 말로 그의 연기를 폄하한다. 그래, 인정한다. 장르를 망라하고 그의 연기에는 항상 일정 정도의 과장이 묻어 있다. 최민수가 특유의 오버필과 현학적인 어투들로 격하를 자초했다는 의견에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다. 희대의 마초였던 멜 깁슨이 여자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알랑거려야 할 만큼 변해버린 시대 논리도 무시 못할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최민수의 인격과 연기를 희화시킨 결정적 요인은 정작 다른 데에 있다.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겠다는 이유만으로 최민수를 우스갯거리로 만든 사람들에게 나는 진심으로 분노한다. 그들은 한 배우의 연기에 대한 십 수년간의 노력을 일순간에 무화시켰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홍렬쇼]에 출연한 표인봉으로부터 시작한 ‘최민수 만담'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김경식, 박수홍, 홍록기 등 개그맨들 중 그를 거론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고 심지어 <주노명 베이커리>에서 공연한 이미연 조차 촬영 중 에피소드랍시고 그를 팔았다. 그 와중에 ‘최감독’ 운운하는 이야기까지 흘렀다. 사석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들과 그 ‘나와바리’ 안에서 지켜져야 마땅한 사건들이 윤색과 과장을 거쳐 무방비상태로 TV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살포되었다. 그 덕에 최민수의 카리스마는 빛을 잃었다. <결혼 이야기>(1992)나 <사랑이 뭐길래>(1996)를 통해 ‘폼만 잡는 줄 알았더니 인간적으로 침투할 만한 면도 있는 귀염성 있는 마초'로 사랑 받았던 최민수는 일순간 실재와 영화와의 거리를 두지 못하는 '팔푼이'로 전락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한 배우가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를 보면서 살이 쪘다는 이유로 후배 연기자의 따귀를 때렸(다)던, 혹은 화장실에서 만난 사람에게 "사인을 원하나?"라고 폼을 잡았(다)던 일화들을 떠올리며 키득거린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특히 진중한 아우라를 지닌 배우에게 있어 치명적인 데미지다.
최민수의 존재와 연기가 소용되는 현주소가 어디인지는 <조폭 마누라>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카메오로 출연한 최민수를 보며 나는 슬펐다. 20여 년 동안을 연마하고 단련한 그의 카리스마는 이제 한낱 개그로서만 유효한 것인가, 우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알 파치노와 같이 '가오' 하나로 존재가치를 증명해 낼 수 있는 배우를 이렇게 잃어야만 하는가. 사람들아, 눈만 부릅뜬다고 해서 카리스마가 아니다…
“너무 깊으면 헤어나오지 못하고,
너무 얕으면 세상 물정 이치를 모르지.
길이라고 다 길이 아니다.
물 흐르듯 편안히, 욕심내지 마라...”
- <나에게 오라> 중에서
최민수의 나이 올해로 마흔 둘이다. 세상을 향해 시퍼런 독기를 뿜어댔던 청년이 이제 미혹이 없는 나이가 된 것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불길처럼 일렁이던 최민수 안의 기운들도 이제는 많이 사그라들었을 터. 아마 그는 예전처럼 뛰고, 구르고, 얻어 터지고, 반항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존재감만은 결코 사그라들지 않았으니 <나에게 오라>(1996)는 그것을 증명한다. 감독과의 친분으로 그 지역의 ‘오야붕’으로써 몇 장면 슬쩍 얼굴을 비친 것에 불과하지만 그 찰나에 뿜어대던 최민수의 아우라는 실로 무시무시했다. 흰 한복을 갖춰 입고 장지문 뒤에 앉아서, 몇 마디 말을 툭툭! 던지기만 했을 뿐인데 가슴을 죄어오는 그 위압감이라니!
<청풍명월>에서의 최민수를 손가락질하며 ‘후까시’ 운운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묻고 싶다. 최민수 이외에 이 역할을 해 낼만한 배우가 누가 또 있으며, 뒷모습만으로도 서늘한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되며, 눈빛 하나로 화면을 압도할 자가 얼마나 있는가. 이대로 사장시키기엔 그는 너무 젊고 희소하지 않은가. 때문에 최민수가 하루 빨리 그의 기력과 에너지를 제대로 소모할 만한 작품을 만나게 되기를 나는 고대한다. 날 선 양날 검처럼 자칫 자신을 벨 수도 있는 그의 위험한 카리스마를 유려하게 다뤄낼 줄 아는 유능한 감독과 작업하게 되기를, 그래서 장지문 너머에서 어른거리던 그 불덩이 같은 아우라를 다시 한번 스크린을 통해 경험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최민수 필모 그래피
1986년 <신의 아들>
1988년 <그녀와의 마지막 춤을>
1990년 <남부군> <겨울꿈은 날지 않는다> <남자시장>
1991년 <아그네스를 위하여>
1992년 <결혼이야기> <미스터 맘마>
1993년 <가슴달린 남자>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 <밀월여행>
1994년 <블루시걸>(목소리 연기)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1995년 <테러리스트> <사랑하기 좋은날> <아찌 아빠> <리허설>
1996년 <나에게 오라> <인샬라> <피아노맨>
1997년 <블랙잭>
1998년 <남자이야기>
1999년 <유령>
2000년 <주노명 베이커리> <리베라 메>
2002년 <예스터데이> <서울>
2003년 <청풍명월>
청룡영화상 12,13,14, 16회 인기스타상
청룡영화상 16회 남우주연상 <테러리스트>
백상예술대상 25회 남자 신인연기상 <그녀와의 마지막 춤을>
백상예술대상 28회 인기상
백상예술대상 29회 연기상
백상예술대상 31회 연기대상
대종상 34회 남우주연상 <테러리스트>
한국방송대상 연기대상 <모래시계>
37회 대종상 남우주연상 <유령>
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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