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함께 작은 나뭇배를 타고 많은 빙산이 떠다니는 빙산의 쉼터라고 불리는 곳에 갔던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분명히 들었다. 빙산의 노래를. 목청을 가다듬는 그 목소리를.
아버지는 거짓말을 하지말라며 코웃음을 치셨다. 그러고는 앞으로는 이곳으로 오지 말아야겠다고 하시며 나뭇배를 돌리셨다. 그러나 그렇게 빙산들에게서 멀어지면서도 나는 똑똑히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니, 그녀들인가? 그곳에서 들은 빙산의 노래가 머릿속에서 떠나가지를 않는다.
그 노래는 평생동안 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를 않았다. 아무리 잊으려 해도 언제나 그 멜로디가 내 머리속을 채우고 있었고 꿈에서도 그 노래를 듣고 있던적이 많았다.
결국 난 배를 타고 다시 한 번 빙산의 쉼터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배는 정말로 작았지만 어째선지 그때에는 빙산에 부딪혀 침몰할거라는 생각은 들지않았다. 난 천천히 빙산의 쉼터를 향해 작은 나뭇배를 타고 갔다. 그리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던 그 노래. 꿈에서 조차 들리던 바로 그 노래. 내 머리속에서 언제나 들리던 그 노래와 전혀 차이점이 없었다. 난 온몸을 관통하는 짜릿한 느낌을 느꼈다. 아무것도 없었고 나와 그 노래만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정신을 차린 순간 나는 내가 물속으로 정말 깊이 빠졌다는것을 깨달았다. 잠시동안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알아채지 못했다. 배가 침몰하지 않을 거라는 내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난 황급히 물 위를 향해 수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차가운 물때문에 몸은 점점 뻣뻣하게 변하고 있었고 오랫동안 숨을 쉬지않은 탓에 폐가 불타는 듯했다.
결국 몸이 완전히 굳어버는 느낌과 함께 폐안으로 물이 힘차게 들어왔다. 폐가 불타는 느낌과 온몸이 차가워지는 끔찍한 느낌을 동시에 느끼는 그 순간에도 빙산의 노래는 들려왔다. 결국 고통은 사라지고 난 뒤 난 물 밑으로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어의가 없었다. 난 빙산의 노래를 듣다가 물에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수영도 철저하게 배웠다. 그런데 구명조끼를 잊어서 죽다니. 근데 이렇게 죽은 뒤에도 생각을 하는게 가능할 줄은 몰랐다. 사람은 죽은뒤에도 30초동안은 느끼고 반응할 수 있다고 들은적이 있었는데 그럼 지금 이게 바로 그 30초의 순간인가?
아니면 나는 이미 죽어있고 유령이나 영혼같은것으로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혹시 영원히 이곳에서 이렇게 있어야 하는건 아닐까?
내가 죽은 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최근에 내 시체가 건져지는 것을 봤을때 그렇게 오랜 시간은 지나지 않은것 같다. 하지만 난 내 시체를 따라가지 못하고 그저 이 물밑에서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난 다른곳으로 떠날 수도 없었다. 내가 그 방법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원래 이런건지 모르겠다. 두번 죽어본 사람이 있다면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인지 조언을 해 줄수 있을텐데.
그리고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럴수가. 여태까지 이 노래를 잊고 있었다니. 내 주변에는 나 말고 누군가가 있었다. 노래를 부르고 있는 그들-혹은 그녀들이 말이다. 그 노래가 날 죽음에 몰아넣은 노래이고 그걸 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혹은 그녀들의 노래에 나는 다시한번 빠져들었다. 난 여태까지 이 노래를 어떻게 잊을수가 있냐고 하면서 스스로를 자책하며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노래. 마치 가슴속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솜이 가득찬듯한 느낌.
노래는 나의 모든것이었고 나는 곧 노래였다. 어느순간 난 저 노래와 같은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꼈고, 노래를 부르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들-혹은 그녀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그순간, 난 눈을 떴다.
“……”
난 아무 말 없이 누워있었다. 뭐지? 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었는데, 왜 숲속에 누워있지? 지금 이거 감각맞는건가? 내가 지금 뭘 느끼고 있는게 맞는건가? 너무 혼란스러웠다. 내가 영혼이나 유령 아니면 생각만 남아있는게 아니라 몸을 갖게됬다는 혼란스러우면서도 기쁨도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혼란과 기쁨도 잠시, 그런 느낌도 잠재울 정도의 강렬한 슬픔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그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 순간부터 슬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냥 슬퍼할 수는 없었다. 더이상 그 노래를 들을 수 없지만 영원히 못들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난 일어나 앉아 내가 정말 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됬다. 그리고 놀랍게도 난 옷을 입고있었다. 약간 두꺼운 청바지에 안에는 흰 티셔츠를 입고 안에는 털달린 두꺼운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난 여름철 숲속에 있는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두꺼운 옷을 입고있음에도 오히려 난 조금 쌀쌀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후드를 뒤집어쓰며 주변을 둘러보던중 내 바로 왼쪽에서 동물 한 마리가 앉아서 날 보고 있었다.
"어후. 깜짝이야."
아무 소리도 없이 앉아있는 그 동물에게 화들짝 놀라며 오른쪽으로 비켜갔다. 그런데 그 동물은 뭔가 이상했다. 그 동물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머리카락 사이에는 작은 뿔 하나가 빠져나와 있었다. 그 두가지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이상하건만 그 동물은 마치 이정도로는 자신의 이상함을 어필하는데에 충분하지 않다는 듯이 온 몸이 민트색으로 염색되어 있었다. 뿔 또한 민트색이었고 머리카락은 옅은 하늘색과 하얀색이 섞인 색이었다. 그리고 눈동자. 나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그 눈동자는 금빛이었다. 이제보니 그 동물은 나를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허. 동물이 사람같은 표정을 가지고 있다.
“당신 누구죠?”
그 동물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 내가 환청을 듣는건가? 환청을 들을 때는 그 환청을 무시하는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그 동물이 말을 할때마다 입이 움직였다.
“이봐요, 지금 내 말 무시해요?"
이럴수가. 지금 진짜로 동물이 말하는거 맞지?
“어쨌든 당신 도대체 뭐죠? 순간이동 마법을 잘못 사용한건가요? 갑자기 내 옆에서 나타나다니.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너...지금 말하고 있는거 맞아?"
그 민트색 동물의 표정은 아주 이상하다는 듯이 변했다.
“당연히 말하고 있는거죠. 벙어리만 있는 마을에서 왔나보죠?”
"허..."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물에 빠져죽지를 않나, 다시 살아나지를 않나, 이제는 말하는 동물까지 나왔다. 이제 다음은 마법만 나오면 완벽하겠군.
"당신같은 종족은 처음봐요. 드래곤도 봤고 그리폰도 봤고 얼룩말도 봤는데. 이퀘스트리아는 정말 넓은가봐요."
"이퀘스트리아?"
"설마 여기가 어딘지도 몰라요?"
당연하지. 난 방금 살아났는데. 여기가 어딘지 알턱이있나.
민트색 동물은 한숨을 쉬었다.
"이런걸 설명해야 할줄이야. 여기는 셀레스티아 공주님과 루나 공주님이 지배하는 이퀘스트리아에요. 당신 어디서 왔길래 이런 것도 몰라요?"
"어..."
잠깐. 내가 어디에서 왔더라?
"아무말 하지말아요. 그것도 모른다고 할꺼잖아요."
그 동물은 "어쩌다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난거지." 하고 중얼거렸다. 혼잣말은 들리지 않게 말해주지.
"이름이 뭐에요? 그것도 기억 못해요?"
"음...아니, 이건 말도 안돼! 어떻게 내가 내 이름을 잊을수가 있지!"
난 정말 혼란스러웠다. 지금 내가 기억나는 거라고는 '빙산의 노래' 와 '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밖에 없다. 나머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어...좋아요. 내 이름은 라이라 하트스트링이라고 해요. 정말 자기 이름이 기억 안나는거 맞아요? 기억 안나는 척 하는거 아니죠?"
자신을 라이라라고 소개한 동물은 날 불신하는 눈초리로 물어봤다. 그런데 짜증나는 점은 그 눈초리에 반박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자기 이름도 기억못하는 사람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나도 안 믿겨지지만 정말로 기억나지 않아."
"...아 짜증나."
제발. 들리지 않게 말해줘.
"좋아요...당신 같은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포니를 알고 있어요. 따라와요."
"포니?"
"...나같은 존재를 말하는 거에요."
민트색 포니는 채념한듯이 말했다. 라이라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왠지 모르겠지만 속눈썹이 여자같아서 알 수 있었다. 아니면 내가 착각한거거나)의 왼쪽에 있어서 있는줄도 몰랐던 리라가 라이라의 뿔에서 그녀의 몸색과 같은 색의 무언가에 휩싸이자 리라도 같은것에 휩싸이며 공중에 떠올랐다.
"그거 어떻게..."
"마법."
그녀는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먼저 걸어갔다. 그래. 마법이라. 완벽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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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지적 감사하고요 오유에 올리는 제 생에 첫 팬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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