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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ilitary_3620
    작성자 : aeio
    추천 : 141
    조회수 : 14546
    IP : 59.18.***.11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2/08/03 05:43:49
    http://todayhumor.com/?military_3620 모바일
    말년휴가 전날 머리 빡빡 밀린 이야기

    제대를 석 달 정도 앞두고 모든 말년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지루함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지루함은 더해갔고 그에 비례해 시간은 느리게 흐르기 시작함.

     

    평소처럼 침상과 하나가 되어 하염없이 TV채널을 돌리던 중 우연히 TV에서 골프대회 중계를 하는걸 보게되었고

    평소였다면 헐벗은 아이돌을 찾아 채널을 돌렸겠지만 그날따라 무엇인가에 홀린듯 골프중계를 감상하기 시작했고

    이내 말년의 품격에 어울리는 고상한 스포츠는 골프 뿐이라는 생각과 함께 주변의 말년동기들을 모으기 시작함.

     

    부대 곳곳에 구멍을 파 홀을 완성하고 게임을 시작한 우리들은 골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고 덩달아 죄없는 막내들의

    고생은 시작됨. 우리는 캐디가 필요했고 막내들은  더블백에 공병삽과 야삽, 빗자루등 공을 칠수 있는 모든 도구들을 담아다가

    우리들을 쫓아다녀야 했음. 미안함에 매일 px에서 냉동을 사먹였지만 별로 효과는 없는듯 했음.  

     

    저녁을 먹고 자판기 커피로 티타임을 가진 후 삼삼오오 모여 라운딩을 도는 것이 어느새 나의 일과가 되어버렸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  말년휴가는 이틀 앞으로 다가옴. 그날도 어김없이 모여서 게임을 시작하려던 차에 누군가

    말년휴가비와 전역비 모두를 걸고 마지막 게임을 치루는 것이 어떻냐는 대담무쌍한 제안을 해왔고 계산을 해본 나는

    그 어마어마한 금액에 혀를 내두르고 맘. 그 금액은 일반 사병이 px도 끊고 몇 달을 모아야 모을수 있는 거금이었고

    기껏해야 커피나 px내기가 전부였던 우리에겐 한낱 변두리 골프대회가  메이저급 대회로 발돋움 하게 되는 역사적인 사건과 같은 일이었음.

    사는 지역마다 휴가비가 틀렸기에 제주도에 거주하던 동기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이는 곧 다수에 의해 기각 되었고 그렇게 하여 처음이자

    마지막인 제1회 PGA (Professional Goonbari Assocination) 골프 토너먼트가 개최됨.

     

    다년간의 삽질과 몇달간의 끊임없는 훈련으로 실력이 일취월장해 공병삽의 마술사라는 닉네임을 얻은 나였지만 긴장으로 인하여

    나의손은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음. 크게 심호흡을 한뒤 삽자루를 고쳐잡고 게임을 시작함. 그렇게 열띤 경기가 시작되었고

    경기가 진행되면서 우승후보는 나와 포반 말년동기 이렇게 둘로 좁혀짐. 놈은 언제 가져왔는지 60미리 조준경과 겨냥대를 가져와

    편각과 사각을 재고 샷을 날리는 퍼포먼스까지 보이며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냄. 어느덧 경기는 막바지에 이르러 마지막 홀이자

    가장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홀인 BOQ옆 11번 홀에 도착함. 그 사이 갤러리들은 눈덩이 처럼 불어나 심지어 퇴근하던 간부들 마저

    구경을 하기 시작함. 그렇게 운명의 마지막 홀이 시작됨. 꼭 우승하여 저 어마어마한 상금을 차지하겠다는 마음으로 마지막 샷을 날림.

    팔의 궤적, 손목의 각도, 삽자루를 타고 전해지는 공의 반발력. 클린샷이었음. 그렇게 가장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그 공은..

     

     

     

     

    그대로 보급관님 자동차. 뽑은지 두달도 안되서 자식보다 애지중지하던 05년식 로디우스의 백미러에 그대로 홀인원함. 거짓말 같은

    정적이 흐르고 그 많던 구경꾼들은 좀비라도 본듯이 비명을 지르며 막사로 뛰어들어감. 그리고 난 심각하게 탈영을 고민함. 하지만

    제대 15일을 남기고 탈영하긴 너무 억울해 솔직하게 말하고 용서를 빌기로 함. 동기들이 저승길 노잣돈이나 하라며 상금으로 모은 돈

    전부 줌. 보급관님 찾아가서 사실대로 말함. 그리고 여기 돈이 있으니 이걸로 수리하시고 제발 목숨만은 구제해 달라고 사죄함.

    의외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음. 병사돈을 자기가 어떻게 받냐며 인자한 웃음을 보임. 그렇게 무사히 지나가나 하는 순간 나를 불러세움.

    내일 휴가 나가는데 머리가 너무 부시시한거 아니냐며 자기가 직접 다듬어 주겠다고함. 석달 전부터 두발검사때마다 숨어가며

    콜롬비아 마약왕의 코카인 밭처럼 몰래몰래 애지중지 길러온 머리임. 손수 12미리로 밀어주심. 결국 전입온 이등병 꼴로 말년휴가 나감.

    마중온 친구들 너 아직도 입대 안했냐고 놀림. 그래도 결국 돈은 내가 먹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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