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지가 한 예언이 맞았다고 설레발 치는 넘 치고 제대로 된 넘 없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므로, 내가 한 예언이 다 맞기 전에 할 소리를 다 해둬야 된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난 이런 불길한 예감이 들었음을 진작에 써 붙인 적이 있다.
(링크 :
http://www.ddanzi.com/ddanzi/section/club.php?slid=news&bno=15459) 그리고 나서, 거의 가능성 없을 것 같던 불리한 경선 룰을 받아 들여서 심지어 지지자들 사이에 저 친구가 진짜 김진표에게 도지사 후보 자리를 양보하고 도와주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 정도였던 유시민이 보란듯이 경선을 승리로 장식하고 말았다.
그래서 불행하게도 불길한 예감이 반쯤은 맞아 버렸다. 난 불길한 예감이 맞는 것이 싫다.
많은 사람들이 왜 자꾸 불길하다느니 불행하다느니 하는 어휘를 쓰냐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보는 것이 느껴진다. 심지어 위에 인용한 글이 내게 통보도 없이 유시민 홈페이지에 올라 붙었을 때, 왜 좋은 글 많은데 이런 글을 퍼왔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유시민 지지자도 있었다. 또 한쪽에서는 물뚝심송 이 사람이 겉으로는 유시민을 욕하는 척 하지만, 사실은 유시민 좋아하는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사람의 댓글도 있더라.
그래서 이제 왜 그것이, 유시민이 경기도지사로 선출되는 것이 불길한 예감인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솔직하고 명확하게 말하는데, 나는 유시민을 정치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물론 개인적으로야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가 해온 일들을 미루어 봤을 때, 그가 비중있는 역할을 맡게 될 경우 벌어질 상황이 그다지 낙관적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사람은 변하고 성장한다. 유시민도 성장했을 것이다. 근 십년전에 벌어진 일을 가지고 유시민의 미래를 비관하는 것 역시 변화와 가능성을 무시한 판단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유시민이 문제가 아니다. 유시민을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의 집단적 성향이 문제가 된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과거로부터 별로 배우지 못하고 있다. 배우지 못할 뿐더러, 분명히 과거의 잘못을 또 반복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유시민은 과거의 노무현이 그랬듯이 또 한번 비극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지금 유시민이 김진표와의 경선에서 극적인 승리를 이끌어내고, 이미 김문수와의 지지율 격차를 한자리수로 줄이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해진 상황이다. 이 여세를 몰아 유시민은 제2의 노무현으로, 노무현이 불러왔던 노란 태풍과 유사한 돌풍을 일으키며 경기도지사로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제아무리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가지고 여론을 잠재우려 해도, 이미 임계점을 넘어 버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유시민은 아마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경기도지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내 불길한 예감은 맞아떨어지고, 불길한 일은 벌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유시민 지지자들은 2002년의 노사모가 그랬듯이 유시민이 도지사에 당선되자 마자, 유시민을 버려두게 될 것이다. 노무현은 취임 이후에도 탄핵이라는 제2차 추진 로켓을 얻었고, 그 결과 과반의 의석을 점하는 여당까지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했고, 반대자들의 역풍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잃어 버렸다.
유시민은 한나라당 의원으로 도배질이 된 도의회를 받게 될 것이다. 유시민은 하는 일마다 도의회의 비토를 받아 임기내내 좌충우돌만을 반복하게 될 것이고, 유시민의 지지자들은 유시민을 반대하는 도의원들 욕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고, 밥이 되어가는지, 죽이 되어가는지, 다 타버리는지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유시민은 임기를 끝내고 도정을 망쳐버린 장본인으로 한나라당과 진보의 협공을 받으며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결국 노무현의 길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게 불길한 이유이다.
즉 유시민은 준비되지 않은 지지자 집단의 힘으로 경기도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광역단체를 좌우할 자리에 오르게 되지만, 역시 준비되지 않은 지지자들의 무관심 속에 버림받고 주저앉게 될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며 그렇기에 불길하다는 것이다.
결국, 지지자들이 바뀌지 않으면, 내 불길한 예감은 그대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유시민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꼭 해 주고 싶은 것이며,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아주 쉽다.
노무현의 지지자들이 노무현에게 해 주지 못했던 것을 해 주면된다. 두가지 측면으로 보자면,
먼저, 유시민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라는 얘기다. 유시민을 당선시키는 데 골몰해서 경기도 의회에 어떤 쓰레기들이 줄서서 들어가는지 관심도 안두는 단세포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찌보면 유시민을 당선시키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경기도의회에 들어갈 쓰레기들을 먼저 치우는 것이다. 이게 안된다면 유시민이 열두번쯤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더라도 결과는 항상 비극으로 끝날 것이다.
또 하나는, 유시민 지지자들 스스로 주인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시민을 종교화해서 교주로 섬기지 말고, 내 자신의 필요에 의해 선발한 내 하인으로 간주하며, 이를 통해 유시민의 잘못된 점은 가차없이 지적하고, 비판을 수용하도록 압력을 넣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힘든 일을 해야 하는 유시민 지지자들의 적통이 바로 노무현 지지자들에서 나왔고, 그 습성이 그다지 변하지도 않았는데 단시간내에 이런 집단적 각성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불길한 것이고, 불길한 예감은 또 맞아 들어갈 것 같다.
유시민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부 수장의 자리에 올라간 노무현의 전철을 그대로 되밟을 것이고, 그 끝에는 비극이 기다리고 있다.
이 빤히 보이는 역사의 반복을 바꿀 수 있는 열쇠는 오로지 유시민을 지지하고 좋아하며 더 높은 자리로 밀어 올리고 있는 바로 당신들의 손에 쥐어져 있다.
과연 노빠의 실패를 유빠들은 극복할 수 있을까?
과연 유빠들은 자신들의 손에 쥐어져 있는 열쇠를 돌릴 수가 있을까?
출처 :
http://www.ddanzi.com/news/18410.html (딴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