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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36181
    작성자 : 동물의늪
    추천 : 8
    조회수 : 4196
    IP : 121.153.***.57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7/09/24 16:46:17
    http://todayhumor.com/?love_36181 모바일
    자존감 낮은 남자, 첫 연애를 마치고
    부족한 점을 느끼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싶어 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여자친구가 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데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본받을 만한 사람에게만  이성적인 매력을 느꼈어요.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짝사랑하며 좋아했던 사람들을 되짚어보면 공부를 잘한다던가, 자기 관리가 매우 철저하다던가, 리더십이 있다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천재성을 보이는 사람들 뿐이었네요.


    전 여자친구는 스무살때 대학교에서 같이 수업을 들으며 처음 알게됐는데 항상 화장기 없는 얼굴, 부스스한 머리, 잦은 지각을 해서 눈에 띄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중간고사 시험을 같이 봤는데, 제가 영어로 힘겹게 두세줄 답안을 적어갈 때 그 친구는 한 페이지 빼곡히 답안지를 채우고 뒷면을 쓰더라구요.
    시험 결과 전 여자친구는 그 수업에서 1등을 했고 그 때 이후로 그 친구를 따라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제 3년에 걸친 애정공세에 이어서 4년 정도 그 친구와 연애를 했습니다.
    사귀기 전에 여자친구는 '만약 나랑 사귄다면, 너를 내 마음에 들게 바꿔 놓을 것 같아서 너에게 안 좋을 것이라 사귀기가 걱정된다.'고 했어요.
    저는 그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하고, 제가 원하는 바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승낙하고 사귀게 됐어요.


    애초에 본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여자친구가 바라는대로 연애를 했어요.
    항상 여자친구는 내가 어떠어떠하면 좋겠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었고, 그 논리는 제가 들었을때 전혀 반박할 여지가 없어서 제안하는 방향을 쫓아만 갔었죠.
    예를 들면, 저는 집돌이 스타일이어서 휴일에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보다 집에서 책을 읽거나 취미생활 하는걸 좋아하는데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동호회 가입을 권유하는것 같이요.


    물론 여자친구랑 사귀면서 좋았던 기억이 더 많지만, 그렇게 연애를 이어가다보니 여자친구가 선생님 역할을 하고 제가 학생역할을 하는 비정상적인 연애를 하게 되었어요.
    평소엔 괜찮다가도 여자친구가 기분이 상해보인다 하면 눈치를 보게 되고, 결국 무엇때문에 기분 상했는지 물어보면 제 성격같이 쉽게 바뀌지 않는 부분을 얘기하더라구요.
    이런 일이 잦으니 저는 저대로 답답했고, 여자친구도 이런 얘기를 저한테 하는 것 자체가 저한테 너무 미안하고,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걸 깨달으면서 답답해 했어요.
    저는 헤어질 땐 잘 깨닫지 못했지만, 첫 단추를 잘못 꿴 연애였다는걸 미리 깨달은 여자친구에게 반년전에 차여서 헤어졌습니다.



    여자친구랑 사귀면서 제 자존감은 점점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지만 헤어지고 나서 자존감이 정말 낮아졌어요.
    그 땐 여자친구가 정말 좋았지만 내가 잘못해서 헤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처음엔 내 모습을 잃어버릴 정도로 더 적극적으로 바뀌어서라도 잡아야겠다는 마음 뿐이었는데 결국 어떻게 여자친구랑 다시 연락해서 사귀게 되더라도 결말은 같을 거라는걸 알았기 때문에 연락을 할 수 없었어요.



    헤어지고 난 후 짧지 않은 6개월의 시간 동안 참 많이 성숙한 것 같아요.
    빛을 받는 모든 물체에는 그림자가 있고 그림자가 있는 물체는 빛을 받는 쪽도 있는데, 연애할때는 제가 가진 좋은 점들을 보지 못하고 나쁜 점만을 바라보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외향적인 사람은 사교성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 쉽고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고, 반면에 내향적인 사람은 신중하고 사려깊다는 장점이 있드시 말이에요.
    그동안 제가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사랑 받을만한 사람인걸 깨달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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