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에 대해서 많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글을 남깁니다...
먼저, 노벨 문학상의 수상 기준과 선정 기준은 여러분이
흔히 아는 것과는 매우 차이가 납니다.
노벨 문학상은 그냥 '잘' 쓴 문예 작품에 상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노벨 재단이 생각하는 '잘 쓴' 작품은 우리 일반적인
독자가 생각하는 것과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노벨 문학상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인간 정신의 확장'
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인간이 누리는 정신 세계를
문예라는 방법을 통해서 증명해주기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이걸 쉽게 얘기해보자면... 대단히 표현하기 어렵긴 합니다만...
'인간에게는 이런 감정, 정서, 인식이 있었구나'를
문예라는 방법으로 증명을 해야만 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자면,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인간이 가지는 실존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집요한 탐구를 했습니다. 인간이 도무지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허무감, 공허, 내면을 향한
파괴성, 관조 등등이 하나로 어울어진 그야말로
인간의 정신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준 작품입니다.
이는 매우 심오한 작품이고, 일반적인 '사람'은 이런
감정이나 정서를 평생 느끼지 못하고 죽을 수 도 있습니다
(그게 당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카뮈는 그런 인간 정신의
숨겨진 면을 발견했고 이걸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에
성공을 했습니다.
또한 새뮤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생각해봅시다.
이 작품 역시 '이방인' 만큼이나 어려운 작품입니다.
이것은 '극'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며, 이 작품은 부조리와
소통의 부재에 대한 증명을 해냈습니다. 여기에 대한
함축적인 의미는 아직까지도 연구중입니다만,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있는 건 어느 것도 없습니다.
다만 부조리극이라는 설명만이 존재하지요.
노벨 문학상은 인간 정신 세계의 새로운 반증을 한
기념비에 노벨상을 수여했습니다.
골딩의 '파리대왕' 같은 경우는 좀 더 읽기는 쉽습니다만
그 안에 깔려 있는 지배/피지배와 권력과 지배욕에
불타오르는 인간의 모습을 농염하게 그렸기 때문에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래서 노벨 문학상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무척이나
난해하고 또한 이해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많습니다만,
노벨 문학상의 특징은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다'가
특징입니다. 마치 프리즘처럼 한 인간이 시선을
작품에 놓는 순간 그 작품은 여러 색의 빛을 냅니다.
'이방인'을 보면서 심리학적인 접근을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반대로 인지론적으로 접근을 해서
뫼르소의 부조리를 찾아내도 됩니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접근을 해도 모두 읽혀진다는 것은 그 작품이 가진
정서가 '우주적'이고, 또한 인간의 본연... 말 그대로
'심연'에서 기인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여 노벨 문학상은 '가장 잘 쓴 소설'에 상을 주는 게
아닙니다. 노벨 문학상은 인간의 정신 세계를 가장
깊게 탐구했고, 또한 가장 새로운 부분을 탐구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입니다.
저는 고은 시인이나 기타 유명한 한국 작가들이
노벨 문학상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국내 문예가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노벨상이 바라는 작품은 '아름답거나' '위대하거나'
'장엄하거나' '숭고하거나' 해서 작품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간 자체에 대한 탐구,
그리고 그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정신에 대한 증명이
존재하지 못하면 안타깝지만 노벨 문학상은 받을 수 없습니다.
물론 고은님 역시 인간의 정신 세계에 대한 출중한
작품을 보여주기는 했습니다만... 노벨 문학상의 허들은
매우 높습니다. 여기에다가 새로워야 하고, 그것이
인류 문예사에 가치가 있어야만 하고... 등등 여러 기준이
많습니다.
생각외로 언어에 대한 장벽은 높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고이 접어 나빌레라'가 아름다울 수 는 있지만,
그것이 정신 세계에 대한 탐구는 아니지 않습니까?
노벨 문학상은 언어 때문에 역작을 버리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집트, 구 소련, 남아공 등등의
나라에서도 수상자가 나오는 겁니다. 도박 사이트나
유력한 문예지에서 고은을 점치는 이유는
동양권에서 수상자가 적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확률상' 수상할 거라고 추측을 하는 것이지
무언가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문예라는 것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대로 읽으면 됩니다.
누군가는 '올드보이'가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다른 누군가는 '시민 케인'이 최고의 작품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봄봄'을 보면서 낄낄 거리며 웃는 것도, 페미니즘에 입각하여
읽는 것도, 지배/피지배 이론으로 읽는 것도, 구조주의로 읽는 것도
모두의 자유입니다. 같은 의미로, 노벨상을 받았다고 해서
그 작품이 '최강'의 작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받지 못했다고해서 '시시한' 작품이 될 순 없습니다.
책은 많고, 도서관은 넓습니다. 노벨 수상작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찾기를 바랍니다.
p.s 그리고 제발 부탁이니
'우리 아빠는 차가 그랜저다!'
'우리 엄마는 아파트가 100채 있다!'며 싸우는 꼬마애들처럼
누구의 어떤 작품이 최고다! 그 작품은 저질이다!
이렇게 독선적으로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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