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재 고등학생
하고싶은 것은 여러가지였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으나 부모님의 만류에 그만두고, 중학교 때부터는 작가지망생이었다가 고등학교 올라와서도 가족들의 반대가 심해서 결국 목표 진로를 바꿨습니다.
취미나 좋아하는 게 꼭 직업이 되지 않아도 괜찮지, 하는 마음으로 내린 선택이었는데 막상 지나고 보니 제가 너무 한심했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아니라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 할텐데 하는 그런 느낌과, 그렇다고 중학생때부터 꾸던 꿈을 그렇게 쉽게 손놓아 버린 저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었습니다.
글은.
중학생 때 따돌림을 당하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도 가장 친한 친구한테도 말 한적 한번도 없고요.
가족과의 대화는 항상 꾸며낸 이야기들로 가득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상당히 좋으신 분들이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저에대해 아시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주 간단한 거.
예를들면 좋아하는 음식이라던가, 색이라던가, 취미.
생각해보면 나를 위해 살아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언니는 집안에서 거의 포기하다시피 해서.
저와는 나이차이도 많이 나고.
항상 어머니의 입에 붙은 말로는 제가 마지막 남은 희망이라고 하십니다.
남들 다 하는 거 너도 하고, 남들 안 할 때 더 열심히 해야지.
그게 말버릇이십니다.
맞는 말이고, 저때문에 이때까지 두분이서 온갖 힘든 일, 고생 다하신 거 생각하면 저도 어머니 아버지의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
근데.
여태껏 참아오던 인내력이 바닥을 보이면서.
이제 잠들기 전에는 온갖 안좋은 생각이 듭니다.
이러면 안되는 데 한 게 벌써 3개월 째.
감정이 조절 안되니까 이젠 제가 저를 죽이려 들까 겁까지 납니다.
더 위험하다고 느끼는 건 이제 죽는 게 무섭지 않을 것 같다는 멍청한 생각때문입니다.
1달 전부터 만약 제가 죽는다면 남겨질 부모님 심정이 어떨까 생각하면서 끝까지 참았습니다.
몸은 자꾸 아프고,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도 마땅치않고, 혼자서만 끙끙거렸습니다.
근데 요새는 정말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집니다.
평소 성적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전교 2~30등 내외였는데.
요번 시험은 거의 손을놓았습니다.
학원다녀와서 가방은 방구석에 쳐박아 놓고 잠들 때까지 베개에 얼굴묻고 계속 울다가 잠들고 학교가서도 계속 잠들고, 일어나면 머리아프고, 속은 메스껍고.
결국 시험성적에서 표시가 났습니다.
수학성적이 나왔는데.
보통 반에서 수학을 포기한 애들만큼 점수가 나왔습니다.
어머니한테 죄송한 마음이 그제서야 밀려왔습니다.
거의 자포자기해서 마킹하면서 까지 생각지도 않은 점수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하고싶은게 있으면 정당하게 말하고, 공부도 손놓지 말아야 하는데.
지금같이 중요한 시기에 거의 내신을 버린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방학동안에
고백할까
말까.
잠들기 전 매일 고민합니다.
정신과를 가야할까?
눈총을 받지는 않을까?
어머니는 제가 정신과를 가고 싶다하면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자기자식이 우울증이라는 것을, 고백한다면 어떤 느낌이실까?
맨날 웃는 얼굴.
맨날 무뚝뚝한 목소리.
1%도 의심하지 않게 꾸며온 제 연기가 그날로 끝이날 것 같아서.
그래서 두렵습니다.
되돌릴 수 있을까요?
착잡해서 집안에 머무르기도 싫고, 그렇다고 어머니가 상처받는 것도 싫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방법으로 늘 참아왔는데, 더 이상 참으면 정말 죽을 것 같습니다.
살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제가 너무 이기적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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