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시의 정체성은 부활도 뭣도 아니고 수호천사이고
이걸 이용한 빠른 도주기인데
상위 티어로 갈 수록 딜러들 에임이 신들려서 날아가다가 맞아 죽기 일쑤죠.
시즌 1에서
아는 사람끼리 그룹 맺고 한 적 있는데
꽤 원거리에서 가속해서 날아가는 도중에 딜러가 맞추는 걸 보고 경악함.
걔네들하고 싸우면 아예 건물 밖에서 나가질 못해요.
나가는 순간 머리를 따이니까.
그럼 몰래몰래 궁각이나 재면서 도망다녀야 한다는 거고 이건
다시 말해 모든 팀원에게 즉시즉시 신속한 힐을 못 준다는 이야기.
부활각 하나 믿고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실질적으로 싸움은 5 vs 6이 된다는 걸 뜻하겠죠.
언제 어떤 분이 저보고 메르시는 상황에 따라 반트롤픽이라고 하셨던데 그 말씀이 뭐 되돌아보면 틀린 말은 아니에요.
아무리 개인 기량을 뽐내고 아무리 즐겜이라고 해도
그게 혼자서 하는 게임이 아니고 남들 점수 떨구는 게임인데
자기만 즐겜하면 뭐하겠나요.
모두가 전멸한 가운데 날아가서 화려한 부활 팥쥐
포화 속에 뛰어가서 아군을 구해주고 사방으로 튀는 플레이 다 좋죠.
그런데 그게 가능한 상황이면 상황일수록 팀은 진짜 미치도록 힘들다는 거 저도 알아요.
메르시를 할 대신에 루시우를 했으면
애초에
딸피가 될 일도 없었을테고
궁 하나에 전멸해서, 제 부활만 애타게 기다릴 일도 없겠죠.
결국 메르시는 어느 점수대 아래서나 쓸 수 있는 카드이지
일정 점수 이상으로는 메르시의 정체성인 수호천사를 희생하고
어거지로 써야 하는 것 같아요. 근데 그럴 꺼면 차라리 루시우를 쓰겠죠. 최근에 점수 좀 올린다고 루시우를 건드려봐서 절실히 체감하는 건데
"아, 이건 내가 메르시를 했으면 절대로 못 막아냈겠구나"하는 상황이 몇 번 있어요. 소리방벽은 정말로 우월해요. 메르시의 부활보다.
그리고 메르시 카운터 말인데
정말 넘치고 넘치는게 메르시 카운터에요.
하나하나 만만한 게 없죠.
메르시 딱총으로 겐지와 트레이서를 상대한다? 제가 이 생각을 예전에 했었는데 부질 없었어요. 그럴 에임이면 차라리 딜러를 하지 왜 메르시를 하겠어요. 본말이 전도된 거죠. 게다가 메르시는 저의 경우 마우스 인게임 감도를 70으로, 윈도우 마우스 dpi를 1600으로 놓고 쓰는데 이렇게 해놓으면 총이 맞질 않아요. 딜레마죠.
겐지 용검의 경우에도 상식을 벗어난 칼날 사정거리 판정 때문에
아무리 메르시가 발악을 해도 그와 거리를 좁혀진 순간 그냥 다 포기하는 게 맞아요. 수호천사로 피한 건 그 경우 수호천사 널뛰기를 할 수 있는 두 세 명 이상의 팀원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었다는 거고 그건 그냥 운이죠. 게다가 용검 쓰는 경우 팀원이 뭉쳐있다는 소린데
뭉쳐 있으면 당연히 팀원간 거리는 좁을 테고
그 좁은 거리를 왔다갔다 해봤자 부질 없어요.
트레이서도 좀 할 줄 아는 사람은 메르시 보자마자 그냥 순삭합니다. 딱총으로 어쩐다는 거 자체가... 절래절래.
그래서 누구한테는 메르시 정말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누구한테는 그냥 한숨만 나오는 플레이를 하고
이런 경험 메르시 유저들 다 있죠?
그게 메르시 카운터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른 거 아닐까요. 메르시는 디자인을 새로 해야 할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자기 방어기를 주는 대신 그 방어기를 대가로 궁게이지를 일정 퍼센트 깎아버리든가.
친한 사람한테
4400점짜리 메르시 장인이 있다는 소리는 듣긴 들었는데 어떻게 이런 난제를 극복했는진 모르겠네요.
수호천사를 정말로 자유로이 쓰면서 하는건지 아니면
도망을 잘 가는건지.
의욕은 있는데 재능이 따라주지 않는 불행한 사람이라는 거,
저런 장인이 있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저도 인간인지라 무력감을 체감하고
깨부술 수 없을 것 같은 장벽.
장엄한 어떤 무언가를 느끼게 되네요.
살리에리가 이런 기분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