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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36095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91
    조회수 : 9450
    IP : 119.195.***.230
    댓글 : 14개
    등록시간 : 2012/09/12 13:52:40
    http://todayhumor.com/?panic_36095 모바일
    배경음) 아내가 예뻐졌다. -4부-




    어머니가 아내의 등단지를 기분좋게 철썩하고 치시더니 껄껄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더 이뻐젔네! 더 이뻐젔어~!, 기냥~ 이? 몰라보겠네. 너무 이뻐저서, 잉?!"

    아내가 어머니 칭찬소리에 어색하다는 듯 뺨을 붉히며 수줍어했다.

    평소에도 자주 듣는 칭찬이데 어째서인지 입꼬리가 귓가에
    닿을들 환한 미소를 보였다. 다 똑같은 칭찬인데, 괜히 수긍이 안들었다.

    편부가정에서 자란 아내였던지라. 어머니는 평소에도 조금 유난스럽게 아내에게 신경을 쓰셨다.
    아내는 그런 어머니의 애정이 조금을 낯선듯 어색함을 들어내는 부분이 있었지만, 아직 어머니의
    직설적인 애정표현에 적응이 덜되 소화가 버거울 뿐, 나와 단 둘인 곳에서 어머니 이야기가
    나올때면 자주 눈물을 흘리곤 했다.

    '딸처럼 굴고 싶다...'는 아내의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기는 아직 조금 시기가 일렀는지 모른다.
    허나 어머니는 그런 아내의 모습이 보기가 좋은듯, 낯간지러운 표현도 서슴치 않으셨다.

    "머리도 노오~랗게 해가지고 인형같네 그냥!"

    "엄마, 아들은?" 하고 농담조를 던지자 모두가 깊은 미소를 지어줬다.

    그 전에 비해 부모님 앞에서 한결 어깨에 힘을 뺀듯 아내의 모습이 자연스러워보였다.
    나 몰래 준비해둔 선물을 부모님께 건내며 "엄마!"하고 애교부리는 아내의 모습은
    타고난 교태꾼처럼 앙증맞고, 사랑스러웠다.

    부모님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 나와 아내는 차를 역 앞에 주차한체 십오분여 거리를 걸어서 돌아왔다.

    부모님께 다가가려 애쓰는 아내가 조금씩 애절하게 느껴지며 처음 만났던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처음부터 한사람이었던 두여인의 얼굴이 시간앞에 슬슬 무뎌지며 닮아감을 느꼈다.

    아내가 사랑스러워 질수록, 아내에게 죄책감이 들었다.


    결혼 2년차에 접어들고, 한번은 직장 동료들과 부부동반 회식모임을 갖었다.
    출근전부터 옷매무새를 단단히 하는 아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때?" 하고 몇번이고 되묻는 아내가 싫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 아내와 함께 나서는 것은 여간 드문일이 아니었다.
    아내와 함께 회식자리를 찾는 다는 것은 연애기간을 모두 포함하여 처음이었다.
    그 반동 때문이었을까. 회식자리의 온 이목이 아내에게 집중되었다.

    과연 남들이 말하듯 조금은 새침때기처럼 눈에 날이 서있는 모습을 보니
    나도모르게 헛움음이 자꾸만 들었다. 묘하게 기분이 좋아지며 술잔이 진도 좋게 넘어갔다.

    "진짜 가까이서 보이까. 장난 아니시네요." 하고 후배놈이 호들갑을 떨자
    사람들은 득세같이 달려들며 후배놈의 모가지라도 물어뜯을 듯 나무랐다.

    동기가 아내에게 실눈을 뜨며 조용히 물었다.

    "솔직히, 왜 쟤랑 결혼했어요?"

    한참동안 냉랭하던 아내의 표정이 난감함을 표하며 내 주변에 눈동자를 굴렸다.

    "뭘, 왜 결혼해. 대충 얘기해줬잖아?"

    내가 대신 대답하듯 나서자 동기가 고개를 휘저으며 다시 물었다.

    "재수씨 솔직히요. 예?"

    나와 눈이 마주친 아내는 슬슬 입모양을 둥글게 말더니 깊은 눈웃음을 첬다.

    "처음에 이이가요..."

    "네, 네 저새끼가요. 네."

    아내가 반줌을 쥔 손으로 조신이 입을 가린체 웃었다.
    조금은 술기운이 오른듯 선분홍색으로 뺨이 달아올라 은은히 번저있었다.

    "저를 막대하는 줄 알았어요."

    "어떻게요?"

    "그 왜, 남의 팀실에 찾아와서는 보통 안그러잖아요. 남에 자리에 앉아서 거드름 피우고."

    "쟤가 그랬다구요? 저 놈이? 재수씨한테? 진짜로?"

    "네. 근대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너무 편하고 좋더라구요."

    "예? 꼴랑 그게 이유에요?"

    "그러게요. 꼴랑 그게 이유네요. 저한텐 저를 그렇게 편하게 봐주는 사람이 드물었어요.
    살쩠다고 팔뚝살 막 잡고 농담하고, 이상하게 자존심 상하다가도 좋더라구요. 이이가."

    동기가 반만 수긍한다는 듯 두어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요즘은 잘 안그래요..."

    "예?!??"

    아내가 서운한 듯 표정을 어둡게 흐리며 고개를 떨궜다.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오랜 죄가 밝혀진듯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다른 한켠으론 뜨끔한 느낌이 들어 가슴한켠이 아렸다.


    아내의 표정이 흐리다. 아내가, 서운해한다.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술기운이 온몸으로 퍼진듯 몸이 나른하고 무거웠다.
    웃옷을 대충 벗어 팽기치고 침대에 쓰러지자 아내도 냉큼 옆에 쓰러지듯 누웠다.

    고개를 들어 아내를 잠시바라보다 "취했어?" 하고 물으니 대답이 없었다.

    다음날 아침, 쌀쌀한 기운에 눈을 떴다. 아내와 난 이불도 덮지 않은체 그대로 잠이 들었다.
    아내가 내 품 깊숙히 머리를 끼워맞춘체 안겨있었다. 단발머리가 좋다는 말에 이후로 아내는
    머리를 기른적이 없었다. 흘러내린 머리칼을 옆으로 살살 쓸어 넘기자 곤히 잠든 아내의 얼굴이 보였다.

    내가 기억하던 얼굴보다 더 오랜기간 봐온 얼굴. 이젠 흐릿해져가는 예전의 얼굴을 떠올리며
    무덤덤한 마음이 이는 것을 느꼈다. 그 무덤덤함 마저 무덤덤하다는 생각이 들다가 문득
    기억속의 아내가 '못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랑비에 젖어드는 것 처럼 천천히 스미는 충격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흔들어 봤지만 한번 떠올라버린 생각은 머리속을 이리저리 헤집으며 잡히지 않았다.

    언제 잠이 깨었는지 알 수없는 아내가 옆으로 흐른 내 눈물을 훔치며 물었다.

    "왜 울어 자기?"

    내가 변명할 말을 찾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아내가 쌩긋 웃으며 물어왔다.

    "꿈꿨어?"

    "아니."

    "그럼 왜 그래?"

    "나도 니가 편해서 좋았어."

    "음?"

    "그러니까, 서운해 하지마."

    "자기 어제밤 일 다 기억하는구나?"

    아내가 내게 입을 맞추곤 자세를 가다듬어 더 가슴 깊히 안겨왔다.
    아내를 처음 가슴에 안았던 것 처럼 마음이 평안했다.

    이제 두번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게되며
    머리속이 검게 물들어가듯 아무런 생각도 들지가 않았다.

    흐리멍텅하던 아내의 옛 얼굴이 다신 떠오르지 않을 것처럼 아련하게 느껴젔다.





    -4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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