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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36065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88
    조회수 : 6388
    IP : 119.195.***.230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2/09/11 04:06:32
    http://todayhumor.com/?panic_36065 모바일
    배경음) 길모퉁이 파출소 앞 행복 정육점 -완결-





    오랜시간 냉장고 문을 열어두자 소녀의 콧잔등으로 송골송골 물방울이 맺혀갔다.
    수여분을 침묵으로 일관하던 아저씨는 딸아이의 몸이 상할까 냉장고 문을 조심스럽게 닫더니 거실로 돌아섰다.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이 돈의 절반을 드리겠습니다."

    아저씨는 서류가방을 거꾸로 털어내며 돈을 거실바닦에 전부 쏟아냈다.
    수억원의 돈다발이 툭툭 소리를 내며 맥아리 없이 떨어지곤 거실 이곳저곳에 흩어졌다.

    아저씨의 힘들어간 눈에는 간곡하다며 애원하듯 눈물방울이 맺혀가고 있었다.

    "내 이야기만 들... 들어주면."

    나는 뒤돌아 냉장고를 바라보았다. 아직 어린 소녀의 차가워진 시체.
    살해됐다고 하기엔 너무나 말끔한 모습이었다.

    "자살인가요?"

    내가 아저씨에게 묻자 아저씨는 맺혀있던 눈물을 떨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는 바닥에 주저 앉아 주섬주섬 돈다발을 모아 깔끔히 탑을 쌓으며 내 앞으로 스윽하고 밀었다.

    "들어 보시겠습니까?"

    나는 가만히 제자리에 양반다리를 하며 주저 앉았다.
    아저씨는 없는 머리칼을 한번 쓸어 넘기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 아이는 올해 스물 한살입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이제 이년이 조금 안됐어요. 중학교 때부터 공부하는게 남들과
    달라서 수재소리를 듣고 자랐답니다. 이 근처에서 고등학교를 나올때까진 전교에서 항상 1등만 했었죠. 멍청한
    부모 밑에서 유별나게 머리가 영석한 아이가 태어난 겁니다. 사장님은 아이를 키우시는지요? 사장님께서 보시다
    싶이 집안 형편이 이모양 이꼴이라, 아이가 공부를 잘한다는 것도 저에겐 부담이............ 부담이 되더군요."

    아저씨가 가슴팍에 주먹을 가져가며 쿵쿵 소리내어 찧었다.

    "사장님 혹시 A걸스라는 가수 아십니까?"

    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이제 막 유명해지려던 신인그룹입니다. 딸아이는 집안에 대학등록금이 부족하던 것을 미리부터 알고 있었어요.
    오래전부터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작은 돈을 모으고 있었죠. 고등학교 삼학년 무렵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그 신인그룹에서 스카웃제의를 받았습니다. 저도 저희 딸아이도 비교적 등록금을 쉽게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상당히 기뻐했었습니다. 최근에는 방송에서 얼굴을 보는일도 허다했었죠. 혹시 다시 잘 보신다면 기억이 나실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아저씨는 거실에 내동댕이 쳤던 외투를 주워 올리더니 속주머니에서 하얀 봉투하나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유서입니다."

    "지금 읽어보는게 좋을까요?"

    "사장님이 편하신데로 하세요."

    내가 봉투에서 편지를 꺼내들자 아저씨는 주머니에서 담배각과 라이터를 집어들곤 불을 붙였다.
    총 넉장의 유서, 첫장을 읽고 나서 나도 아저씨에게 담배를 한까지 얻어 피우며 마저 읽어내려갔다.

    '악마들', '비디오', '협박', '매일같이', '노리개', '임신'

    내가 유서를 다 읽고나서 고개를 들자 아저씨가 이야기했다.

    "저는 배운것은 없지만 그렇다고해서 세상 이치를 아주 모르고 살진 않습니다. 전에도 우리아이와 같은 꼴을 맞은
    연예인이 있었다고 보도되는 뉴스를 수차례 접했었죠. 그 사람들은 지금 어떻습니까? 죽은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속죄는 하면서 살고 있다고들은 합니까? 저는, 저는 바보지만 알고 있습니다. 세상의 이치는..."



    새벽 3시경 소녀의 시신을 정육점 작업 테이블위에 올렸다. 아직 고등학생인 줄로만 알았다.
    시신이라서 인지 하얗게 세버린 피부가 마치 눈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아저씨에게 물었다.

    "지켜 보시겠습니까?"

    "내가 사장님에게 큰짐을 지웁니다."

    아저씨는 고개를 흔들며 한마디를 남기곤 뒤돌아 정육점 소파에 다가가 털썩하고 소리내어 앉았다.
    사람들은 나를 미쳤다고 할까? 유서의 마지막 글을 되세기며 나는 소녀의 배를 가르기 시작했다.


    '아빠, 저는 이제 죽음이 아니면 씻을 수 없는 병에 걸렸어요. 죄송합니다.'


    1주일 후 A걸스 긴급 기자회견이 전국에 생방송 중계되었다.
    공중파 3사 모두가 긴급 기자회견에 모습을 나타낸 아저씨의 모습을 내보내고 있었다.

    아저씨가 첫입을 때면서부터 타다닥 거리며 플래쉬가 터지는 소리가 부산히 들려왔다.

    "제 딸아이는, 제 딸아이는 지난 9월 2일날 자살을 했습니다."

    아저씨의 고백을 담는 것에 필사적인 기자들의 아우성이 빗발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저씨는 기자들이 요란스럽게 질문을 퍼붓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그 이유는, 이유는... 소속사 대표의 상습적인 성상납 강요와 성폭행,
    그리고 그 모습을 비디오로 담으며 저희 아이를 희롱하고, 창녀취급한 것 이었습니다."

    아저씨는 가슴춤에서 몇장의 종이를 꺼내들더니 종이에 담긴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SBK의 윤덕정PD님과 KBY의 박이명PD님 코왁스 엔터테이먼트의 김광성 대표님, 새동네당의 나지사 의원님
    이 사람들은 악마다. 매일밤 나를 번갈아가며..."

    아저씨가 유서를 읽어내려가는 중 기자석 방향에서 고함소리와 함께 기자회견을 중지하라는 항의가 빗발쳤다.
    아저씨는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다 유저를 고이접으며 다시 가슴춤으로 집어 넣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내가 이 자리에서 실명을 거론하고 무슨 지랄을 해도 어차피 당신들은 내일부터 다시 웃고, 다시 새로운
    젊은 아이들을 가슴팍에 끼고 놀꺼야. 나는 알 수 있어."

    생방송임에도 불구하고 기자석에서 날라오는 욕설이 마이크에 잡히며 그대로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윤덕정이 박이명이 김광성이 나지사, 너희들이 우리 딸을 너무 이뻐해줘서. 내가 너무 고마웠어.
    내가 그냥 말로만 고맙다고 하기,하기가 미안스러워서 내 사비들여서 당신들한테 선물도 보냈는데, 고기세트 잘 받았어?
    당신들 이 방송 보고있어? 당신들이 맛나게 처 드신 고기세트, 그거 우리 딸아이야. 우리 딸 뱃가죽, 다릿고기,
    가슴!! 갈비!!! 너희들에게 보내 준 그 고기, 너희 아들, 딸, 마누라, 부모들이 냠냠쩝쩝 씹어먹은 그 고기!!!
    그 고기, 우리 딸아이야!!!! 덕정이!!!!!!!!!!!!!!!!! 이명이랑 광성이!!!!!!!!!!!!! 지사 너희 이 개새끼들 우리 딸래미
    고기가 맛이 좋았더냐고!!!!!!!! 어차피 이따위 허접한 기자회견으로 너희들한테 아무런 위협 안되는거 나 잘알아.
    이런걸론 너희를 벌할 수 없어. 하지만 알아둬. 너의 씻을 수 없는 죄가 너와 너희 부모, 너희 자식들, 너희 배우자로
    하여금 사람고기를 씹게 만들고 그 사실을 지금 전국의 국민들이 알아버렸다는 걸. 너희들 알아둬!!!! 알아둬!!!!!!!! 너희!"

    기자회견의 영상이 급하게 바뀌며 화면에 아나운서가 멘트를 하고 있었다.
    셔터가 내려간 정육점 안 소파 위로 커다만한 철제 서류가방이 덩그러니 누워있었다.

    한 소녀가 짓밟히며 받은 돈 수억원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어하는 듯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숨죽이고 있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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