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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학원 조사, 정수성 어종·외래어종 최고 5배
귀화식물도 급속히 퍼져… 환경단체 “하천 호소화”
경향신문 김기범 기자
4대강 사업 후 고인 물을 좋아하는 정수성 어종과 외래어종, 서식지 아닌 곳에 뿌리내리는 귀화식물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에 보가 설치된 후 하천이 호소화되고 생태계도 교란되고 있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2010~2012년 4대강 16개 보 설치 전후의 수생태계 영향평가를 조사한 결과 2010년 2880마리가 관찰됐던 정수성 어종이 2012년 7435마리로 2.58배 증가했다고 13일 밝혔다.
영산강에서는 이 기간 625마리에서 3150마리로 5배가 급증했다. 낙동강은 503마리에서 1858마리로 3.7배가, 한강은 496마리에서 884마리로 1.8배가, 금강은 1256마리에서 1543마리로 1.2배 늘어났다. 정수성 어종은 흐르지 않는 물에 사는 것을 좋아하며 오염에 내성이 강한 어종이다. 가시고기·가시납지리·구굴무치·붕어 등이 대표적이고 외래어종인 큰입배스와 블루길(파랑볼우럭)도 고인 물을 좋아한다.
낙동강의 정수성 어종 비율은 2010년 36%에서 2012년 49.7%로, 한강은 이 기간 31%에서 46%로 크게 늘어났다. 영산강은 물고기 5마리 중 3마리(62%)가 정수성 어종으로 파악돼 4대강 중에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정수성 어종이 증가한 것은 물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4대강이 호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호소는 늪과 호수를 아울러 일컫는 말로 하천이 호소화되면 오염되기 쉽고 생태계가 교란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녹색연합 황인철 4대강현장팀장은 "정수성 어종의 개체수와 비율이 늘어났다는 것은 흐르는 물을 좋아하는 유수성 어종에게는 생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호소와 같은 환경으로 변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국의 고유어종, 특히 보호할 멸종위기종의 대부분은 흐르는 여울에서 사는 것을 좋아하는 유수성 어종"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태계 변화를 파악하려면 5~10년 정도의 장기적인 조사가 필요하며 적어도 2014년 정도까지는 변화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정수성 어종의 증가에는 4대강 사업으로 수량이 풍부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토착어종이 아닌 외래어종은 2010년 538마리에서 2012년 1375마리로 2.56배 증가했다. 특히 낙동강의 외래종은 이 기간 503마리에서 1858마리로 3.7배 급증했고 영산강은 340마리에서 986마리로 2.9배 증가했다.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큰입배스와 블루길도 다수 발견됐다. 한강은 8마리에서 10마리로 소폭 증가했고 금강은 58마리에서 39마리로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서식지가 아닌 4대강 유역에 뿌리를 내린 귀화식물도 한강은 21종에서 32종으로, 영산강은 44종에서 60종으로 늘어났다. 환경부는 "4대강 유역에서 돼지풀, 미국쑥부쟁이 등 생태계 교란종도 발견됐다"며 "강변 정비와 공원 조성을 하면서 늘어난 귀화식물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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