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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모텔을 오픈했을 때였다. 겨울날 찬바람이 그 전에 비해서 한층 더 매섭게만 느껴지던 때.
광택이 요란스러운 검정색 다운자켓을 입은 여성이 홀로 모텔을 찾은 일이 있었다.
밑에는 옷을 입었는지 벗었는지 자켓 밑단에 슬쩍 가려진 허벅다리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서
마치 잘못보면 웃옷만 입은 형태처럼 허전했다. 그녀는 태연한 표정이었지만, 그녀의 옷차림은
되려 보는 이로 하여금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일게했다. 머리칼을 검정색으로 염색했는지 칠흑같이
어두운 단발머리와 말쑥한 생김세가 도시의 여성이라는 분위기를 풍기며 세련되고 도도한 아름다움이
짙은 향수향과 함께 넘실거렸다.
그녀는 카운터에 신용카드를 내밀며 14일치를 미리 끊어달라고 했다.
"저, 글을 좀 쓰려고 하는데 조용한 방 없나요?"
조용하고 자시고 당시에는 손님이 얼마 들지않아 모텔복도에서 잠을 청해도 좋을 정도였다.
나는 손님에게 신경을 쓰는척하며 모텔에서 가장 높은 층인 4층의 가장 구석방을 잡아주었다.
스스로 말하길 글을 쓴다는 그녀였지만 때때로 그녀가 있는 방을 찾는 남성들이 있었다.
매번 확연히 달라지는 남성들의 분위기, 인상, 연령대.
그녀에 대한 의아감이 들던 나는 그 이후로도 한달여간 그녀가 장기투숙을
하게 되면서 의아감이 확신감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옛생각에 잠긴체 나는 나비모양의 열쇠고리를 집어 들며 404호실로 발길을 옮겼다.
4층의 가장 구석진 방. 이곳은 원래 502호실이다. 괴담이 이슈가 되기 전까지 몇년간 손님을 받은 적이 없었다.
열쇠를 따고 방문을 열자 방안에 향긋한 방향제 냄새가 물씬했다.
벌써 거의 10년이 되가는 동안 한번도 리모델링 하지 않아 그대로인 방.
내가 직접골랐던 카키색의 꽃무늬 커튼, 하얗고 얇은 천으로 쌓인 킹사이즈 침대,
어두운톤의 갈색 화장대, 색바란 꼬마냉장고, 20인치 텔레비전 그리고 그 위에
손바닥 만치 조그마한 고흐의 해바라기 복사품 액자.
모두 먼지하나 없이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는 모습이다.
귀신따위는 없다. 어디에도.
방안을 가만히서서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쿡쿡하며 찔렀다.
머리칼이 쭈뼛 서는 듯한 소름이 일며 눈앞이 잠시 시껌해지는 것을 느꼈다.
조심히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해맑은 웃음을 띄며 서있었다.
짙은 검정의 단발머리가 아름다워보였던 도시적인 그녀.
그녀는 지금 나를 "여보"라 부르고있다.
갑자기 겁을 먹은 탓인지 아내의 얼굴을 보자 안도감이 일어 아내의 웃는 모습이 몹시 애잔히 느껴젔다.
아내를 가만히 깊게 끌어 안자. 아내도 말없이 양팔을 둘러 나를 가만히 껴안아 주었다.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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