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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ilitary_35985
    작성자 : aeio
    추천 : 80
    조회수 : 8294
    IP : 221.154.***.36
    댓글 : 40개
    등록시간 : 2013/12/18 10:07:02
    http://todayhumor.com/?military_35985 모바일
    재입대 그리고 아저씨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집에서 할일이 없을때면 케이블 영화채널을 틀어놓고 멍하니 보고는 한다. 케이블 채널 특성상
    같은 영화를 자주 해주는 일이 많은데 나를 파블로프의 개로 만드는 영화들이 몇 편 있다. 아마겟돈 다이하드 콘스탄틴 최근엔 아저씨까지
    케이블에서 백골이 진토될 정도로 재탕에 재탕을 반복하는 영화들이지만 어김없이 끝까지 보게되는 영화들이다. 그날도 나는 아무생각
    없이 티비에서 해주는 아저씨를 보고 있었다. 한참을 영화에 집중하던 중 1부에서 2부로 넘어가는 마의 광고시간을 견뎌내지 못하고
    잠이 들고 말았다. 그리고 재입대하는 꿈을 꾸었다.
     
    제대한지 꽤 오랜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대한민국 성인 남성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꾼다는 군대꿈을 꾼적이 없었다. 가끔 자다가 몸을 
    부들부들 떨거나 식은땀을 흘리며 죄송합니다나 잘못들었습니다를 외치며 잠에서 깨어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본적은 있지만 나 자신은
    한번도 군대꿈을 꾼적이 없었다. 꿈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데 어디선가 헌병들이 나타나 나를 붙잡았고 재입대를 해야
    한다며 나를 끌고갔다. 이유인 즉슨 당시 내가 하던 fps게임이 있었는데 그 게임 계급이 너무 낮고 실력이 형편없다며 사격실력 향상을
    위해 국가차원에서 재입대가 결정되었다는 것이었다. 아니 예비군도 끝난 마당에 그게 무슨 개같은 소리냐며 반항했지만 그들을 뿌리
    칠수 없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현질이라도 할걸 뒤늦게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그렇게 다시 군대에 끌려간 나는 부대배치를 받기위해 인사과로 향했다. 인사과 사무실로 들어서자 인사계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인사계원의 모습이 좀 이상했다. 군인임에도 불구하고 장발의 머리와 왜인지 낯익은 얼굴이기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원빈이었다.
    아니 왜 여기에 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배치가 끝나고 나는 다시 헌병들에게 붙들려 내무실로 향했다. 다시 이등병부터 군생활을
    시작하려니 당연히 적응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고참들에게 수없이 갈굼을 당하며 지옥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힘든
    군생활을 보내던 중 소각장 구석에서 울고있는 나에게 원빈이 다가왔다. 그는 아무말 없이 나에게 소세지를 내밀었고 얼떨결에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며 껍질을 벗기는데 고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나에게 이등병새끼가 빠져서 소세지나 쳐먹고 있다며 설마
    이등병 혼자 px에 간거냐며 날 추궁했고 당황한 나는 저기 저 아저씨가 준거라고 얘기했지만 그는 아무말 없이 자리를 피할 뿐이었다.
    또 한번 폭풍같은 갈굼의 시간이 지나고 고참들은 나에게 저놈 별명이 인사과 귀신이라며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얘기를 했다.
     
    화가 치민 나는 다음날 인사과를 찾아갔다. 왜 그냥 갔냐며 따지려는데 날 바라보던 원빈이 말했다. 너무 아는척하면 모른척하고 싶어져.
    이건 또 무슨 신선한 개소리인가 고민하던 찰나에 날 부르는 고참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다시 내무실로 향했다. 내무실에 도착하니
    모르는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휴가에서 복귀한 고참이라는데 그는 날 보자마자 대뜸 보급받은 휴지가 다 떨어졌으니 내껄 달라는 얘기를
    했고 왜인지 나는 싫다고 대답했다. 열이 받은 고참이 날 데리고 보일러실로 향했고 그의 전투화가 내 정강이로 향하는 순간 구원의 빛이
    등장했다. 또 어디서 등장했는지 갑자기 나타난 원빈이 그 고참을 제지한 것이었다. 넌 뭐냐는 고참의 말에 원빈이 대답했다.
    옆중대 아저씨.. 조소를 내뱉는 고참들에게 원빈이 말했다. ... 남은 휴가가 몇개냐. 나 인사과 계원한다 정량제 빼고 모조리 씹어먹어줄께..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더니 무언가를 열심히 적기 시작했다. 아마 마음의 편지를 쓰는것 같았다.
     
    결국 고참들 모두 영창에 가게 되었고 원빈 역시 두발불량으로 영창에 가게 되었다. 헌병들에 의해 끌려가던 원빈이 나에게 말했다.
    비누... 한번만.. 한번만 주워보자... 그리고 난 잠에서 깨어났고 한참동안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가끔 TV에서
    원빈이 나오면 내 얼굴은 나도 모르게 엷은 홍조를 띄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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