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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다가 남겨도되는건지 모르겠네요.
3년간 미친듯이 사랑했던 여친이 얼마전 시집을 갔네요.
회사에 20대초반의 새로운 신입이 들어왔길래 귀여워해줬더니 맨날 일 마치고 날 기다리더군요.
경제사정이 안좋아서 사귀기 싫다고 끝까지 버텼었는데 너무나 적극적으로 들이대던 그녀.
새벽에 전화가 와서는 나 오빠가 좋은데 사귈건지 말건지 지금당장 결정해라 라고 당돌하게 말하던 어린 그녀에게 넘어가 3년간 연애를 시작했었지요.
처음엔 울집에 들어와서 살겠다는걸 내가 끝까지 말려서 울집 바로앞에 방을 구하게 했습니다. 동거는 정말 하기싫었거든요.
물론 그집엔 잘들어가지도 않고 내옆에 꼭 붙어만 있더군요.
취미가 오로지 내 옆에 있는거였던 그녀에게 취미를 만들어주고싶어서 플레이스테이션2를 사서 게임을 가르쳐줬었습니다.
남들 다 하는 그런 게임이 아닌 여신전생 매니악스나 디스가이아 같은 매니악한 게임을 가르쳐줬는데 퇴근만하면 울집에와서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거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게임을 만들고싶다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프로그래밍 책이나 카페같은곳을 알아봐주겠다해서 알려줬는데..
그녀는 새로운 남자가 생겼고 나랑 싸우고 헤어졌고...
어느날 그녀의 집을 가보니 방을 빼고 짐을 쌌더군요, 서울로 떠날거라며 당분간 찜질방에서 지낼거라고했습니다.
찜질방은 안된다 울집 빈방에서 당분간 지내라고하고 그렇게 헤어진상태로 보름정도를 같이 지냈습니다.
광복절날 비가 엄청내리는데 새벽6시에 그녀는 내가 사줬던 곰인형을 들고 서울로 떠난다고 하더군요.
2만 8천원주고 사줬던 곰인형.. 돈이 없어서 싼걸해줬는데 그걸 받고 엄청 좋아하던 그녀의 표정이 떠오르네요.
그녀는 내가 잠든척하고있는사이 새벽6시에 그대로 떠났고 난 울다지쳐잠들어서 눈을 떠보니 저녁 7시..
비는 더욱더 내리고 갑자기 정전이 왔습니다. 어두운 방안에서 비내리는 창밖만 하염없이 바라봤습니다.
너무나 우울하고 죽을거같이 외롭고 기댈곳이 없어진 나는 희망을 잃어버렸었습니다.
부산에 가족도,친척도,친구도 없었던 나에게 그녀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던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녀를 보내줬습니다. 그후 7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그녀에게서 몇번이나 전화가 왔었습니다.
돌아가면 받아줄거냐고 보고싶다고.. 난 딱잘라서 거절했습니다. 그녀가 다시 또 상처를 줄거같았거든요.
그후 7년만에 그녀의 ID를 구글로 검색해봤습니다.
그녀는 아이폰 게임 어플 회사에 들어갔더군요. 그녀의 이름으로 신입사원을 뽑고있는중이었습니다.
내가 같이 알아봐줬던 방송통신대학도 무사히 졸업을 한거같았습니다.
그녀다운 키보드와 그녀다운 방석이 보였고 그녀의 사진이 보였습니다.
한순간 너무나 보고싶어서 눈물이 나왔습니다.
해맑게 웃고있는 그녀. 그리고 그녀의 직장동료들의 리플들이 보였습니다.
그곳엔 그녀가 나에게 전부였던 3년은 이제 없고 그녀만의 새로운 인생이 있었습니다.
그후 그녀를 이제 완전히 잊을수 있게되었습니다.
계란 10개 사서 같이 올라가던길에 계란 한개 깼다며 아깝다고 울어대던 그녀..
맛있는 요리를 해준다며 계란국을 해주길래 너무 맛있다고 했더니 1년내내 계란국을 해주던 그녀.
야간알바를 끝내고 오는길에 울집에 들려 창문을 두들기며 일어나서 지 얼굴 보고 다시 자라고 보채던 그녀..
네이트온 메신저엔 항상 내이름과 함께 사랑한다고 적었던 그녀.
아침7시에 퇴근하니 버스타고 데리러오라고 보채던 그녀.
한달에 한번 그녀가 월급을 탈때면 탕수육세트를 시켜서 맥주한병으로 즐겁게 먹던 기억.
월급탔다고 2만원짜리 니트를 사주길래 너무 고마워서 1년내내 입고다니고 그 니트를 입고 운전면허 사진을 찍었던 기억.
좋아하는건 오로지 만화책읽기였던 그녀여서 데이트장소는 항상 만화방에서 밤새기였던 기억.
컴퓨터 홈페이지를 만들때면 옆에 딱붙어서 호기심가득한 눈빛으로 이건뭐야 저건뭐야라고 물어보던 기억..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와서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아플만큼 소중했던 순간이었던거같습니다.
결혼 축하한다.
많이 사랑했었어.
나는 네가 아주 많이 행복했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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