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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358213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18
    조회수 : 5622
    IP : 14.36.***.103
    댓글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5/28 03:27:36
    원글작성시간 : 2011/05/24 23:59:03
    http://todayhumor.com/?humorbest_358213 모바일
    브금주의]오랜만이다. 친구야






















    경식이를 10년만에 만난 것 같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졸업 후 한번도 만난적이 없으니까 정말 딱 10년만이다.



    김경식... 이 자식 학교다닐 때 정말 바보같았었는데....



    애들한테 삥이나 뜯기고, 공부도 못하고 바보처럼 얻어터지기나 하고...




    오늘따라 포장마차 주변이 을씨년스럽다.




    혼자 열심히 술을 들이키고 있었는데 옆자리에 경식이가 나타난 것이다.





    "한잔 받아라. 경식아."




    "응. 그래"





    일부러 당당해 보이려고 하는 듯하지만 소주잔을 어색하게 받아드는 것으로 보아 예전의 어리숙한 경식이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요즘. 뭐하며 사냐?"




    "응..조그만 제약회사 다녀."




    "어이쿠 우리 경식이 성공했네. 하하하. 그래 무슨 일 하는데"




    "주로 제약과 관련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게 내 일이야."





    "짜식..좀 중요한 업무 맡고 있나 보네"






    나는 몇잔의 소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빌어먹을....학창시절 빌빌대던 놈은 제약회사 다니고 있는데 나는 이래저래 사업실패하고 빚에 쫓겨 살고 있으니




    경식이는 자리가 부담스러운지 자꾸 검은 뿔테안경의 가운데를 중지로 들어올리며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 이 새끼. 야 임마. 그냥 편하게 마셔. 내가 부담스러운거냐? 아니면 그냥 우연히 만나서 한잔 하니까 어색한거냐?"



    "아... 아니야. 괜찮아. 준석이 너 만나서 나도 반가워"





    경식이는 확실히 나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하긴 학창시절 경식이를 몇 번 괴롭힌 적이 있으니 그럴만도 했다.



    나는 몇 잔의 소주를 더 들이켰다.




    "야. 경식아. 옛날 생각난다. 우현이..성태...민석이...그 새끼들은 지금 뭐하고 사는지 몰라.


    벌써 몇 년째 연락이 끊겼는데 보고싶다."




    "준석이 너 니 친구들 아직도 기억하는구나?"




    "그럼. 그놈들하고 이리저리 쏘다니면서 사고도 많이 쳤는데.."





    나는 밀려드는 그리움에... 아니 지금의 비참한 나의 모습에 견딜수가 없었다.




    나는 연이어 몇잔의 소주를 더 들이켰다.



    급하게 마신걸까? 취기가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듯 했다.




    몇 개의 단어를 발음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경식이의 모습도 약간씩 아른거린다.






    "야. 경식아 그런데 이렇게 술마시면 왜 기분이 좋아지는거냐? 어디 제약회사 직원님 말 좀 들어보자."



    "응.....알콜이 분해되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그게 처음에는 대뇌 기능을 일시적으로 활성화시켜서

    기분을 좋게 하고 학습능력을 약간 상승시키지."




    "이런 개새끼 졸라 유식하네. 크크..."





    나는 비웃음과 함께 나도 모르게 경식이의 뒤통수를 쳐버렸다. 옛날 버릇이 돌아왔나?




    그런데 경식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계속 이어갔다.





    "조금 더 마시면 대뇌가 서서히 마비되어 사고력과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지."




    "오호라 그래? 어디 계속해봐. 유식한 양반"





    그 사이에도 나는 소주잔을 들이키며 취해가는 몸을 느끼고 있었다.





    "더 마시게 되면 말소리가 커지고, 그리고 조금 더 마시면 소뇌까지 영향을 받아 몸의 평형감각을 잃게 되지.



    그 때부터는 비틀거리는거야. 바로 너처럼"






    "이 씨발 뭔소리하는거야? 유식한 것 자랑하냐? 이 병신새끼..졸라 병신처럼 산 새끼가 지금 좀



    잘 나간다고 내 앞에서 유세냐?"





    나는 몸이 흐느적거리는 와중에도 경식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비아냥거렸다.






    "그런데 준석아. 너 그거 기억나?




    "뭐...시발놈아. 꺼억"




    "고등학교 2학년 때 너와 니 친구들이 학교 느티나무 아래서 내 돈 3만원 뺏아간 것 기억나?"




    "이런 개새끼 니가 한두번 뺐겼냐? 난 기억도 안나 임마...꺼억."







    경식이는 옆모습만 보인 채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을 계속 이어갔다.






    "나 그 돈 우리 엄마 생일선물한 돈이었거든? 정말 몇 개월동안 모은거야."




    "오..그러냐? 상납하는 와중에도 몇 푼씩 남겼나 보네. 병신같은 놈"




    "나 정말 그 돈 안뺏기려고 니들한테 처음으로 대들었잖아"




    "졸라 얻어 맞았겠군. 병신같이. 나 기억 안나 임마..꺼억"





    "우리 엄마. 공사장 나가면서 뼈빠지게 일한 돈. 그 돈 용돈으로 조금씩 받아가며 모은 돈.....니들이 뺏아간 돈..."





    "이런 미친새끼..지금와서 받아내기라도 하겠다는거야? 너도 취했냐?... 꺼억"







    그러자 갑자기 경식이가 시선을 나에게 돌려 검은 뿔테 안경속의 붉게 물든 눈을 부릅뜨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 엄마 나 고3때 쓰러지셔서 졸업 후 돌아가셨어. 생일 선물 한번 못해줬는데...니들만 아니었어도 생일 선물 한번 해줄 수 있었는데..."






    나는 갑자기 경식이가 무서워졌다.





    "경..경식이...이..이 새끼...."




    경식이는 이미 내가 아는 경식이가 아닌 것 같았다.




    "준석아. 술을 더 마시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이제 연수까지 마비되어 심장박동과 호흡이 불안정해지지....고통의 시작이야."




    경식이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숨을 고를수가 없었다.



    가슴이 터질것 같았고, 나의 거친 숨소리가 내 귀를 울리고 있었다. 온 몸이 저려오고..마비가 되는 것 같았다.





    "너 개..새..끼..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그리고 마지막에 간뇌까지 영향을 받아 항상성이 무너지면서 .........흐흐........죽는거야.."







    경식이는 경직된 얼굴에서 입술만 미소를 지은 채 정신병자처럼 나를 노려봤다.







    "이......런.....미..치...미친 새...끼....."





    나는 일어서서 경식이를 향해 술병을 내던지려고 했다.




    그러나 난 이미 위아래는 물론 좌우도 분간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나는 바닥에 내동댕이 치듯 고꾸라져 오른쪽 뺨을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들이댄 채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술병이 깨지면서 내 손가락을 절단시킨 것 같다. 손가락 마디에 뭐가 흥건하게 베어나온다.





    경식이는 천천히 일어서 나에게 다가와서는 조용히 쪼그려앉아 내 귀에 대고 나즈막히 속삭였다.








    " 니 친구들........우현이..성태...민석이 만나러 가자. 오랜만에 만나는거잖아"




    "너....겨..경..식이..너...."






    나는 주먹이라도 쥐려고 했으나 몇 번 몸이 전기먹은 것처럼 꿈틀대기만 할 뿐이었다.





    시멘트 바닥위에 걸어가는 경식이 신발의 뒷굽이 큼지막하게 보인다.




    내가 질질 끌려가는 것 같다. 시멘트 바닥에 엎어져 나를 쳐다보는 내가 조금씩 멀어져 간다.




    그리고 조금씩 흐려진다.





    내가 뭐라고 들은걸까?...제약회사....경식이.....이제야 그 놈이 뭐라한지 알겠다.이제 술이 좀 깨는구나. 너 이런 일 하는구나.





    이제 좀 심장이 조용해지는 것 같다.






















    "아이 씨발 장사 못해 먹겠네."





    장사하면서 뭘 그렇게 먹어댔는지 뱃살이 터질듯한 모습의 40대 중반의 포장마차 주인은 경찰앞에서 계속 투덜댔다.







    "아저씨 벌써 이곳 포장마차 거리에서 네번째 사고라구요. 술 좀 작작 파셔"






    "아니 몇 잔 처먹지도 않았다니까요. 한 병정도 마시더니 혼자 뭐라고 계속 씨부리는거예요. 그리고 계속 이 새끼 저쌔끼 하면서



    혼자 지랄을 하더라니까요. 하도 꼴보기 싫어서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저렇게 죽은 거예요."






    "자 일단 구급차에 싣고 병원으로 갑시다. 이 골목에 무슨 귀신이라도 붙었나? 네 명이나 죽어나가다니"






    구급차는 귀청을 울리는 응급사이렌을 켜고 소리와 걸맞지 않게 아주 천천히 병원으로 향했다.





    혼자 남은 포장마차 주인은 계속 뭐라고 궁시렁거리며 여기저기 소금을 뿌리고 군데 군데 핏물을 물로 쓸어냈다.




    이 때 그의 눈에 들어온 뭔가가 있었다.







    "어? 이거 뭐여?"







    힘들게 쓰여진 듯한 핏물로 그려진 작은 글씨...포장마차 주인은 자기도 모르게 글을 읽었다.














    "죄..악..회..사??"
















    -끝-































    출처



    웃대 - sklovemj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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