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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ovie_35819
    작성자 : 머리는폼일뿐
    추천 : 15/5
    조회수 : 1944
    IP : 175.252.***.114
    댓글 : 17개
    등록시간 : 2014/11/10 14:38:50
    http://todayhumor.com/?movie_35819 모바일
    스포포함, 약간의 욕 주의) 인터스텔라가 실망스러운 이유
    인터스텔라는 인셉션의 배다른 형제처럼 보이는 영화임. 

    엇갈리는 시간에 대한 문제와 가족 상실에 대한 문제를 핵심적으로 다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점과 단점을 어느정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함. 

    주목할 점은 인터스텔라가 인셉션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거임.
    인셉션에서 지적받았던 '관계에 대한 묘사'의 문제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몸집까지 불린 형태가 이번 영화로 보이기도 함.

    문제는 관계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결과 단점이 해결되기는 커녕 더 부각된 것처럼 보인다는 점임.
    실제로 인터스텔라의 초반부는 상당 부분 가족의 관계를 더 자세히 묘사하는데 사용됨.

    인셉션에서는 이런 부분이 거의 없었음.
    인셉션에서는 놀란이 만든 세계관을 펼쳐 보이는게 제 1의 목표로 보였고, 코브와 맬의 관계는 그 거대한 세계 안에 포함된 곁다리처럼 보일 정도였음.
    실제로 인셉션의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지적이 있었지.

    인터스텔라는 초반에 매튜 매커너히와 딸의 관계를 부각시키면서 이런 점을 어느정도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임.
    하지만 내 눈엔 이 관계에 대한 묘사가 양적으로 늘었을 뿐, 질적으로 향상된 것처럼 느껴지질 않았음.

    인물들의 대사는 예나 지금이나 기능적이고 노골적인데다 설명적이기만 하고, 캐릭터들은 여전히 플롯이 향하는 방향대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줄 뿐, 개성이 거의 느껴지질 않았음.

    결국 인물들의 감정은 전혀 와닿질 않게 되고, 
    방편은 '사랑'이니 '가족'이니 '기적'이니 하는 관념적인 단어를 인물들이 직접 내뱉게 하는 것 뿐.

    안그래도 과학 이념을 직접적으로 설명해주느라 한껏 딱딱한 대사들은 더더욱 나락으로 빠지고, 인물들은 생생함을 더 잃게 되는 느낌이었음.

    결국 영화의 큰 한 축인 '가족'에 대한 부분은 러닝타임만 의미없이 잡아먹을 뿐, 이렇다할 역할을 하지 못하는걸로 보임.

    문제는 이런 가족영화적 미비함이 또 다른 축인 놀란의 새로운 세계에서의 모험에 대한 부분까지 해치는 부분이 있다는 점임.

    놀란은 인물들이 우주를 모험하게 하면서도 끊임없이 이런 가족이나 사랑에 대한 테마를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교조적으로 보일정도로 밀어붙이는데, 이게 오히려 우주라는 공간을 여행하는 신비감과 긴장감의 흐름을 군데군데 끼어들며 끊는 느낌임.

    본격적으로 지구의 상황과 우주의 상황이 교차적으로 보여지기 시작하면서 이런 느낌은 더 심해지는데, 지구의 상황과 우주의 상황은 물론 같은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이라는 공통점은 지니지만, 기본적으로 그 방향 자체가 상당히 달라서 교차됨에도 거의 달라붙는 느낌이 없음.

    두 액션 장면이 교차편집되는 후반부 장면에서 이런 느낌은 극대화되는데, 세상에 이게 다크나이트의 황홀한 액션 교차편집이나 더 직접적이게는 인셉션의 차량 낙하 교차편집을 해낸 놀란의 솜씨가 맞나 싶을 정도였음.

    상황은 서로 톤이 안맞는데다 타이밍은 어긋나고, 감정의 결은 연결이 전혀 안되는데다 서로 상황 자체의 긴장감의 정도까지 다르니..

    우주와 지구를 계속해서 번갈아 보여준 놀란의 의도는 알겠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못한 느낌.
    결국 이런 상태로 영화는 웅대한 결말로 달려감. 
    하지만 내겐 가족영화적인 부분도, 우주에 대한 부분도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았음.

    가족에 대한 묘사는 끝까지 삐걱거렸음.
    세상에 수십년만에 시간의 왜곡을 거쳐 만난 아버지와 딸의 모습이 이렇게 감흥없이 묘사될 수 있을까? (놀란 소시오패스설에 한표를 더하는 바임)

    서로 울면서 몇마디 나누면서 아버지가 해냈다느니 관습적인 대사 몇마디 뱉더니, 바로 앤 헤서웨이의 젖가슴을 향해 달려가는 매튜 매커너히라니.
    중력방정식을 밝혀내 사건을 마무리짓는 부분도 개운치 않았음.

    결국 지금까지 그랬듯 사랑과 가족에 대해 직접 대사로 읊어대며 장대하게 모든 일을 해결하는데, 거창하고 관념적인 대사에 묻혀 정작 묘사되어야 할 인과적 디테일은 사라지고 '이것은 위대한 사랑의 힘이오!' 하고 그냥 해결이 들입다 제시되기만 하는 느낌.

    그나마 그 사랑이라도 영화에서 잘 묘사해왔다면 느낌이 달랐겠지만 그것도 아니었으니 뭐.. 결국 유레카! 유레카! 하는 오글거리는 대사는 공허하게만 느껴짐.

    결국 가족에 대한 부분과 우주에 대한 부분이 둘 다 아쉽게 받아들여지다 보니, 그 두 요소를 결합하는 반전 또한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음.
    감정적 울림과 지적 즐거움 둘 다 충분히 채워내질 못하는 느낌.

    개인적으로 놀란의 반전은 메멘토 정도를 제외하면 항상 불만스러웠는데, 뭐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개인적으론 제발 놀란이 반전에 대한 강박을 버렸으면 하는 바람임.
    이번엔 닼나라처럼 영화 자체를 망칠 정도는 아니긴 했다만..
    물론 인터스텔라가 그렇게 존나 나빴던 영화는 아니었음.

    놀란은 헐리웃에서도 존나 독보적으로 야심있고 독창적인 감독이고, 이걸 실현시킬 힘까지 가진 흔치 않은 감독이기도 하지.
    결국 인터스텔라도 절대 뻔하고 뻔한 헐리웃 영화는 아님.

    스펙터클이든 비주얼이든 존나 전에 본 적 없는걸 선사하지.
    특히 비주얼은 입이 떡 벌어지게 할 정도이기도 하고.

    가족영화적으로도 인상적인 장면이 아예 없는건 아니라서 뚜렷한 인상을 주는 좋은 장면들이 꽤 있었음.

    게다가 야심이 워낙 큰 영화라서 전체적으로 그다지 즐기지 못한 영화였는데도 마지막에 가서는 영화가 묘사하는 '정신'에 매료당하게 하더라.

    또 연기는 대단해서 감정의 흐름이 끊기는 와중에서도 그걸 결국 몇 장면장면에선 와닿게 만들 정도였음.

    절대 즐길거리가 없는 영화는 아님.

    그럼에도 실망스러운건 역시 감독이 놀란이기 때문이겠지.

    한때 씨발 존나 오줌과 눈물을 동시에 지리며 영화를 보게 만들었던 놀란이니까.

     하지만 이번 영화를 보면서 놀란의 야심은 점점 커지는데 정작 능력은 점점 평이해져가는 느낌이 들었음.

    그분의 전성기가 그닥 먼 시기가 아니었기에 더 아쉬운 느낌.

    디시 영화갤 개념글에서 퍼온 글인데 전 맞는말 같네요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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