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에 진짜사나이가 철원으로 GOP체험을 간다길래
갑자기 그시절 추억이 생각났다가 잊고있던..아니 묻혀두었던 사건이 생각나서 쓰게 되네여
사실 이 사건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기로 멩세 하였으나
본인이 군대를 전역한지 2년이 넘었고 이쯤 되면 슬슬 썰을 풀어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써 봄니다.
처음 써보는 글이라 부족하지만 이해해 주시고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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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강원도 원통에서 군생활을 하다 전역하였다.
사건이 당시 난 일병 말호봉이였고 k3 사수 였다.
GOP를 경험해 본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물론 GOP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겠지만...)
K3사수는 좀처럼 부사수를 서는 경우가 없다.
K3와 함께 근무를 서는 부사수의 경우엔 예비총열이라던지 탄통이라던지 챙길게 많다.
(안그래도 부사수의 경우 감시장비를 챙겨야 하기 때문에 짐이 많은 편이다.)
그러므로 K3사수가 만약 부사수로 들어갈 경우
무거운 K3를 들고 거기다가 혼자서 예비총열과 탄통,감시장비를 전부 들고 다녀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주는 왠일인지 내가 사수가 아닌 부사수로 등록이 되어 있었다.
사수는 전역을 두달 여 앞둔 병장...(편의상 김병장으로 호칭 하겠음)
나는 당장에 상황병과 소초장에게 따졌으나 상황병도 내 선임이었고
소초장에게 말해봐도 김병장이 강력히 요구했다고 하니 나도 별 할 말은 없었다.
하긴...김병장 입장에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새까만 일이등병이랑 서느니
좀 짬좀 차고 군생활도 잘하는 부사수랑 서는게 편했을 것이다.
마침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김병장이랑 상당히 친한편이였으며
나름 착실하다고 인정도 받았고
사수임에도 불구하도 부사수에게 전부 맡기지 않고 착실히 근무를 서기도 했으며
밤중에 순찰중인 간부가 초소에 다가올때 알아채지 못하면 소위 뚫린다고 표현을 하는데
나는 순찰중인 간부가 몰래 다가올 때 뚫린적도 한번도 없었다.
거기다가 꽤나 꼬인 군번이었던지라 다음달에 상병이 됨에도 불구하고 사수와 부사수 짬밥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는 나는 김병장에게도 말년에 같이 보낼 부사수로서도 제격이었을 것이다.
뭐 어찌되었든 결국에 김병장이 예비총열과 감시장비 그리고 탄통을 든다는 조건으로
내가 김병장의 부사수로 근무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나에게도 아무것도 모르는 일이병 가르치면서 근무서는것보단
평소 친한 김병장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근무를 서는 것이 나쁜 조건은 아니였다.
그렇게 몇일 동안 김병장과 같이 근무시간을 잘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김병장이 야간 근무중에 나에게 이런 말을 건네왔다.
자신이 군 생활 하면서 한번도 K3를 들어본적이 없다고, K3를 들고 근무를 서보고 싶다고...
그래서 하루만 총을 바꿔서 근무를 서보면 안되겠냐고 나에게 제의를 해왔다.
원칙대로라면 당연히 내 총을 남에게 건네주는 것은 안 되는 일이지만....
워낙에 K3가 무거운지라...
가벼운 K2를 들고 근무를 서고싶은 마음에 김병장의 그러한 꾀임에 홀라당 넘어가 버린게 일의 화근이었다.
그렇게 총을 바꿔서 근무를 서고 있던 중에 P-96K 무전기 너머로 옆초소에서 연락이 왔다
현재 하사분대장이 순찰을 나와서 우리가 있는 초소로 오고 있다고
그리고 얼마 안가 나는 저 멀리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2개의 인영을 보았고
나는 즉시 바꿔 들고 있던 김병장의 K2를 들고 수화를 하러 나갈 채비를 하였다.
그러던 찰나
김병장이 자기가 K3를 들고 수화를 하러 나가겠다며 나를 제지하는 것이었다.
나는 당연히 안된다고, 김병장님이 나가시면 나중에 내가 하사분대장님한테 혼난다며
결사코 내가 수화를 하러 나가겠다고 말했지만
자기가 책임지겠다며 막무가내로 나오는 김병장을 후임인 내가 막을 방도는 없었다.
그렇게 결국 김병장이 K3를 들고 수화를 하러 나갔고
저멀리서 걸어오던 하사분대장과 만나게 되었다. (편의상 이 하사분대장을 박하사라고 지칭하겠다)
그리고 고요한 적막속에서 퍼지는 김병장의 목소리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하지만 문제는 박하사가 굉장히 장난기가 많았다는 것이었다.
김병장의 "움직이면 쏜다" 라는 말을 들은 박하사는 쏠테면 쏴보라며
그자리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하였고
급기야 당시 뜨거운형제들에서 유행을 시킨 미국춤(--;)을 그자리에서 추기 시작하였다.
(물론 이러한 행동은 서로 누가 누군지 너무 잘 알기도 하거니와,
이렇게 거수자가 돌발행동을 보일시 어떻게 조치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GOP에서는 실탄을 들고 다니기 때문에 총에다가 탄을 장전을 해두고 다니지 않는다.
이렇게 거수자가 돌발 행동을 보일때 장전을 통해서 거수자에게 경고를 하도록 되어있다.
K2의 경우 탄알을 장전하기 위해서는 노리쇠를 후퇴, 전진을 시켜야 한다.
하지만 K3 의 경우 노리쇠 후퇴만 시켜도 장전이 된다, 그리고 여기서 노리쇠를 전진시킬 경우 격발이 되서 총알이 발사 되어 버린다.
아무튼 아닌 밤중에 박하사의 더러운 몸놀림을 보게 되어버린 김병장은 장전을 통한 경고로
박하사의 더러운 미국춤을 멈춰야 할 필요성을 느꼇고
그 상태로 장전을 시도했다.
'철컥'
김병장은 K3의 노리쇠를 후퇴고정 시키며 장전을 하였고
장전 소리를 들은 박하사는 추고있던 미국춤을 멈추고 얌전히 손을 머리위로 올렸다.
그리고 다시 들리는
'철컥'
분명히 노리쇠를 후퇴 시켰기 때문에 한번만 들려야할 '철컥' 소리가 두번 들린 것이다.
물론 당연하게도 노리쇠 전진시키는 소리
난 그 소리를 듣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버렸다.
어찌 되었든 그 상태로 두 사람은 암구호, 누구냐, 누구다 어쩌고 저쩌고 하며 나머지 수화를 끝냈다.
그리고 서로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조금 웃다가
박하사는 그대로 뭐 근무 잘서라 하면서 저 멀리 사라졌고
김병장은 초소를 들어오다가 사색이 된 내 얼굴을 발견하고는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덜덜 떨면서 일단 총 내려 놓으라고, 그리고 총 괜찮냐고 아무일 없었냐고 대답했다.
그러자
나보고 총좀 닦아야 겠다고, 장전이 잘 안된다고 이게 안닦아서 노리쇠가 후퇴는 되는데 왜 전진이 안되냐며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K3에 삽탄된 탄창을 제거하고 총기 내부를 열어보았다.
발사 되었어야 할 총알은 발사되지 않은 상태로 총열 안에 삽탄 되어 있었고
총알의 탄피 뒷편에는 공이가 쳐진 자국이 있었다.
그니까....
김병장이 박하사를 향해서 총을 '발사' 하였으나
천만다행으로 발사되었던 그 탄이 '불발'이 돼 버렸던 것이었다.
나의 설명을 들은 김병장도 나와 마찬가지로 얼굴이 사색이 되었고
우리 둘은 그 이후로 이 사실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기로 하였다.
그리고 무덤이 아닌 오늘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이글을 통해서 그 사건을 꺼내게 되었다.
혹시나 알고 있을까? 당시 순찰을 돌던 하사분대장 박하사는..
GOP 근무도중에 자신이 총을 막고 죽을 뻔 했다는 것을...
아마 꿈에도 모르고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