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아이가 셋이다
그녀가 세아이의 엄마가 될줄 20여년전의
그녀는 상상도 못하였겠지만
어쨌든 그녀는 아이가 셋이다
그것도 큰딸이 12살 둘째딸이 8살
막내가 5개월 터울도 많다
그녀는 요즘 하루하루가 힘들다
물론 다늙어서 갓난이 낳고 키우면서
안힘들겠냐마는 이유인즉은 큰아이들이
방학을 했기 때문이다 ㅜ ㅜ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때는 난리난리를 치며
등교시킨후 폭탄맞은 집을 애써 무시하며
밤수유에 지친 고된몸을 좀 쉴수 있었지만
방학후 그녀는 깨달았다 학기중은 천국이었다는걸
그녀는 이 더운 여름 매일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아랫입술을 깨물어가며 5개월된 막내아들을 업고
활어처럼 펄떡거리는 두아이를 컨트롤하며
뜨거운 불앞에서 두아이의 점심을 준비하고있다
그럴땐 절로 곡소리가 나온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
애를 셋씩이나 낳아서~
매일 아이들의 점심메뉴 요구사항도 진화하고있다
떡볶이부터 오무라이스 까르보나라스파게티 콩국수
골뱅이비빔국수 유부초밥등 정말 버라이어티한 입맛을 갖춘 아이들이다
그래도 그녀는 생각한다
삼시세끼 다 집에서 먹는데
계속 똑같은것만 먹일수 없잔아
내가 몸이 부서져도 아이들 입에 들어가는것은
해먹이겠어
그리고 그녀는 아이들이 먹다남긴
찌끄래기를 애업은채 서서 후다닥 해치운다
그녀가 이렇게 고군분투를 벌이고 있을때
그녀의 남편은 출장중이다 뭐 출장이 아니라
해도 새벽에 나가 야밤에 들어오는 사람이니
별 도움이 안되긴하지만 그래도
일주일의 절반은 출장이니 정신적으로 힘이든다
일주일의 절반은 출장 절반은 술을 먹고 야밤에 들어온다
그리고는 겨우겨우 재워놓은 아들을 깨운다
그럴때마다 그녀는 단전깊숙한곳에서부터 끌어모은 등짝 스파이크를
날리며 폭발하고싶은 잔소리를 애써 참을수 밖에없다
싸울힘도 없고 무엇보다 애깨우기 싫어서
그러던 남편이 요즘 술먹으면 같이 술먹던 사람들을 집으로
끌고 들어온다 한번두번 하더니 재밌나보다
자꾸 데리고온다 아오 장난하나 그녀는 웃으며
어금니를 꽉깨물고 남편에게 말했다
"한번만 더 집에 손님데려오면 집나가버릴거야 "
그러자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애들은?"
하고 되묻는다
"물론 두고나가야지 "
남편이 코웃음을 친다
"네가? 퍽이나 모유먹는 애를 두고 나가겠다"
그녀는 더이상 말이 없었지만 속으론 비장하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의 남편이 다시 손님을 끌고 들어왔다
그녀의 눈치를보며 한명만 데리고온줄 알았건만
두명이 더온단다 지금 오는길이란다 싸늘한 그녀의 눈초리에 남편은
일행을 데리고 오라며 한명을 내보내고 그녀를 구워삶기 시작한다
"여보 우리 공장에 어쩌구저쩌구 블라블라..."
하지만 이미 그녀의 귀에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내가 한번만 더 집에 손님데려오면 집나간다구했지
나 찾지마"
하며 지갑과 핸드폰을 챙겨드는순간 멈칫한다
핸드폰을 갖고 나가면 고수가 될수없지
큰애가 미친듯이 전화할게 뻔하잔아
"나 핸드폰놓고가니 전화도 하지마"
그렇게 말하며 도망치듯 나서는 그녀의 등뒤로 희미하게 막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그녀는 탈출을 했다
막상 나오니 갈곳이 없다
아는언니에게, 동네 애기엄마에게 연락하려니
폰이 없다 ㅜ ㅜ 물론 전화번호도 못외운다
일단 커피숍을로 가기로했다
시원한 아메리카노라도 마시면서 속차리자
20분간 아파트단지를 배회하던 그녀가 드디어
목적지를 정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커피숍을 들어가려던 그녀는 커피숍 옆에
호프집이 있는게 눈에 띄었다 힐끗 안을 보니
손님은 아무도 없고 앳되보이는 여자 알바생만
카운터에서 스마트폰 삼매경이다
그녀는 주위를 한번 둘러본다음 심호흡을
크게하고 안으로 들어선다
딸랑~ "어서오세요"
알바생이 고개도 들지않고 기계적을 인사를한다
그녀는 내부를 둘러보았다 아줌마 혼자 앉아도 덜어색할만한 자리를 물색중이다
다행히 이곳엔 벽을보고 앉을수있는 바가 있다
그녀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으며
크림맥주를 시켰다
알바생이 맥주를 가져다주자 그녀는 잠깐 망설이다 결심한듯 잔을 움켜쥐고 쭈욱 마신다
시원하다 이게 얼마만인가
임신 출산 모유수유에 그동안 못먹었던 맥주를
한입에 털어넣고나니 속이 뻥 뚤리면서 십년가뭄이 해소되는듯하다
"한잔 더주세요 지금 몇시에요?"
집나온지 30분밖에 되지 않았다
그녀는 안주를 시키고 멍하니 앉아있다
폰이 없으니 할게 없다 애들생각만 자꾸 난다
호프집엔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이 흐르고 티비는
묵음상태로 화면만 왔다갔다 눈이 어지럽다
두번째잔을 비우고 그녀는 다시한번 물어본다
지금 몇시에요?
집나온지 45분이다
그녀의 얼굴에서 열감이 느껴지는것이 취기가 오르나보다
그녀는 세번째 맥주를 시키고 맛도 안느껴지는 감자튀김을 우적우적 씹는다
집나온지 한시간
그녀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중이다
손에는 먹다남긴 감자튀김이 흔들거리고있다
집에 들어가니 큰아이가 막내를 안고있다
그녀를 본 순간 세아이가 동시에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 어디갔다왔어 우어엉~"
그녀가 남편을 바라보자 취한남편은 자는척을 한다
다시 고개를 돌리자 식탁위에 그녀 보란듯이 산양분유 한통과 먹다남긴 젖병이 놓여져있다
"이거 뭐야?"
아이들이 입을모아 말한다
"아빠가 이제 엄마없이 애기 키워야한다고 사왔어"
기가 막힌다 다시한번 남편쪽을 보지만 여전히 자는척이다
아오 하필 이 비싼걸
"그래서 애기가 먹디?"
"아니 안먹던데"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막내를 안고 안방으로 향했다
아이들을 재우고 그녀도 눈을 붙이려 누웠다
몸은 고되지만 쉬이 잠이 오질 않는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언제 잠이 들었을까
밤수유하다 자다가 그렇게 밤이 지났다
새벽 6시 그녀의 남편이 언제나처럼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깨운다
"여보 밥줘"
아오 이인간이 정말
"밥없어"
그녀가 최대한 차갑게 대꾸한다
"앞으로 밥 안줄꺼야? 나 배고파 속쓰려"
"산양분유 타서 먹어"
그녀가 돌아누우며 말하자 남편도 포기한듯 그대로 출근해버렸다
는 내얘기
아니 왜 하고많은 분유중에 그 비싼 산양분유냐고요
모유직수만 하는 애가 젖병을 무냐고요
아까워서 숟가락으로라도 먹이려고 했건만
맛이 이상한지 울기만 한다고요
이번 여름방학 이야기에요
정말 힘들었다구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