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대한적십자 직원이 검사 오류가 발생한 사실을 알고도 혈액을 유통시켰을 뿐 아니라 사건 은폐를 위해 혈액 라벨 등 관련 자료를 조작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또 적십자는 지난 2003년 이런 사실을 인지했으나 후속조치가 지연돼 2007년에야 관련 책임자가 해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복심 의원(대통합민주신당)은 30일 적십자측이 제출한 'HBV 검사오류 관련 은폐 및 조작사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사건 자료에 따르면 2003년 5월3일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에 근무하던 6급 A씨는 B형 간염 선별검사를 실시하던 중 헌혈혈액에서 채취한 검체의 순서가 뒤바뀌는 바람에 5명의 B형간염 양성혈액이 음성으로 판정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이들의 혈액이 13단위로 나뉘어진 지 3일 후 A씨와 직속상관 B씨는 오류 발생을 파악하고도 즉시 출고 혈액에 대한 '사용중지'를 요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오류 사실을 인지한 이후에도 3건의 혈액이 5월6일부터 7일 사이에 3명에게 수혈됐다. 

수혈받은 환자는 곧 사망해 이들의 감염 여부를 따지는 역학조사가 실시되지 않았다. 

앞서 오류 사실을 인지하기 전에 수혈 받은 2명 가운데 1명은 B형간염에 감염된 것으로 추후 확인됐다. 

또 두 직원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보관돼 있던 감염 혈액 8단위 가운데 3건을 고의로 '기한경과' 로 처리해 폐기했으며 5건의 혈액은 혈액번호표지를 바꿔치기해 혈액분획센터에 출고시키기까지 했다. 

특히 같은해 11월 본부 의무관리실이 검사 오류에 대해 조사할 당시 당사자인 A씨와 B씨는 오류 사실을 인정하고도 2004년 2월에는 "오류사실을 발견하지 못해 보고하지 않았다"고 거짓 경위서를 작성, 제출하는 도덕적 해이마저 보였다. 

이후 사건이 무마될 뻔 했으나 당시 함께 근무했던 직원이 2006년 2월 감사실에 책임자 조사에 대한 민원을 제기함에 따라 지난해 4월 재조사가 실시되고서야 이같은 전모가 드러났으며 당사자는 올해 1월에서야 '해임' 징계를 받았다. 

장복심 의원은 "적십자 직원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 뿐 아니라 사건 발생 후 진상규명까지 3년이 넘게 소요된 점도 문제"라며 "이같은 '제식구 감싸기'로는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도 적십자 내부감사보고서를 인용해 2004년 3월 혈액원 직원 부주의로 혈액 10단위가 고속터미널에 하루 동안 방치됐을 뿐 아니라 폐기돼야 함에도 전산 조작을 거쳐 입고처리 된 후 10명에게 수혈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 역시 담당 직원이 전산 조작으로 2년간 은폐됐다가 지난 12월 내부감사에서야 밝혀졌다. 

전 의원은 "사고가 발생했으나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혈액관리체계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철저한 확인과 근무기강 확립을 통해 혈액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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