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통 목소리라고 부르는 그 "소리" 는 분명 음의 파장입니다.
그 중에서도 목소리는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소리의 공명, 즉 목(입.코)을 통해서 나오는 소리입니다.
그 소리는 각자 천차만별의 특색을 지니고 있고, 그 특색으로 "구분되어지는" 개성을 통해 하나의 정체성을
획득합니다.
가수들은 그 개성있는 자신만의 소리로 음악을 표현하는 사람들이지요.
일종의 살아있는 "악기"입니다.
적어도 가수라고 한다면
보통 사람들이 낼 수 있는 소리(육성)를 넘어서서 연습을 통해 얻어 낸 "기교적인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발성법으로 통칭되는, 고차원적 소리내기의 방법이죠.
일반 사람들 보다 더 높은 음을 구사할 수 있으며,
보다 긴 호흡으로 안정적인 음을 만들어 냅니다.
여러가지 창법 스킬들. 바이브레이션, 비브라토, 스타카토 등등의 스킬들은 하나의 기교일 뿐입니다.
개중엔
타고난 특출함으로 적은 노력으로도 보통사람보다 더 뛰어난 스킬들을 얻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린 그런 사람들을 일컬어 "미성" 이라고도 하고 천부적 가수라고도 합니다.
가창의 영역에서 미성은 꼭 맑고 고운 음색만을 지칭하는 단어는 아닙니다.
임재범은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난 가수 중 하나입니다.
"천재" 라는 단어가 여기에도 적용될 수 있고, 그 천재라는 뜻이 "시대를 앞서간" 사람들을 가르키는
단어라면 임재범은 분명 그런 "천재성" 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자 우선
음악. 미술. 혹은 그 어떤 다른 분야를 막론하고
한가지 장르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그 "역사성"을 알고 난 후에야 비로서 진정한 판단이 가능해 집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우린 다들 피카소가 위대한 화가라고 "알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정말 미술을 공부하고 미술의 역사와 흐름, 유행, 변화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의 눈으로 볼 때.
피카소의 그림이 왜 수백억을 넘어가는 그림인지 그냥 단순히 "그런가 보다" 라고 생각 할 뿐
그 그림의 "진정한 가치"를 마음속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질문자 님은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보컬을 지망하신다고 했는데
아마 이제 대중음악의 역사와 변천과정, 그 중에서도 장르에 따른 각 시대의 대표적 보컬들의 특징과
의미에 대해 기본적인 공부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 이후에 접하게 되는 "보컬리스트" 에 대한 님의 안목은 분명히 달라져 있겠지요.
임재범 가창력의 특징과 차별성. 난이도 따위의 말은 그래서 지금은 하지 않겠습니다.
본인 스스로 "아 그렇구나. 이게 정말 뛰어났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 오실 것이고
또 정말 보컬을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느낌을 받아야만 합니다.
최소한 임재범 정도 되는 보컬이라면.
스팅을 좋아하십니까.
알고는 있겠지요. 워낙 유명한 스타이니까. 최소한 노래라도 몇 번 들어보셨을 겁니다.
알려졌다시피 스팅도 임재범 처럼 "폴리스" 라는 락벤드 보컬 출신이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팅이 "노래를 잘한다" 라는 말을 들으면 그게 "노래를 잘 하는 건가?"
하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더 그렇죠. 워낙 흑인 음악 열풍에 휩쓸려
꺽고 굴리는 창법에만 익숙해 진 탓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스팅의 목소리는 정말 대단합니다.
어려운 스킬을 사용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 목소리의 매력은 정말이지 깊은 울림을 갖고 있지요.
그가 쉬운 노래만 하는 것 같고, 부드러운 목소리만 지닌 가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벤드시절엔 고음도 상당했던 가수입니다.
지금은 소울적이고 팝적이면서 때론 재즈틱한 면모를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팅의 예를 든 이유는
어차피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은 "서양것" 을 기반으로 한 흉내내기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 고유의 국악 창법이 서양 대중음악으로 표출되는 가수가 있나요. 당연히 없습니다.
국악 창법은 서양음계와 표현 방식에 어울릴 수가 없으니까요.
다시 말하면
서양 대중음악을 빌려와서 "카피" 하는 우리 나라에서는 보컬리스트도 그 서양식 발성 체계와 필(feel) 을
서양식으로 카피해 낼 때 가장 자연스럽고 "고급스러운(본토적인)" 완성품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임재범이 나타났을 당시
미국을 비롯, 우리나라도 헤비메틀이 각광받는 시대였습니다.
메틀이야 말로 가장 "진보적인" 음악 장르였던 시대였지요.
그 시절 락벤드들을 제외한 다른 한국 대중가수들은 소위 말하는 "뽕짝"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난
가창법을 찾아 보기 어려웠던 시절입니다.
메틀밴드마저도 연주는 하드락인데 보컬은 아무리 흉내를 내도 "뽕짝필" 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임재범은 그 당시 이미 가장 "서양적인" 목소리를 가진 독보적인 보컬이었죠.
단순히 "서양식 필" 만 카피한 수준이 아니라 독자적인 수준에 이를 정도로 거칠고 풍부한 목소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한국 대중가요 속의 보컬들의 변천사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하겠지만
아무튼 그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눈 감고 들으면 이게 한국 가수가 부르는 팝송인지, 아니면 정말 미국 사람이 부르는 팝송인지
구분이 잘 안가는 가수는 제가 볼 때 임재범이 유일합니다.
비성이니 흉성이니 두성이니에 대한 개념 조차 별로 정립되지 않았던 그 시절에
이미 동시대 다른 가수들은 전혀 이르지 못한 완성된 발성법의 경지를 보여준 가수도 임재범입니다.
임재범의 15년 전, 혹은 20년 전 음악들을 지금 다시 들어보면
그 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 없는 발성법들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들어도 천혀 촌스럽지 않은 목소리를 이미 그 때 "완성해" 놓았다는 의미입니다.
이건 정말 희귀한 케이스죠.
예를 들어 이승철같은 가수의 그 시절 음반은 지금 들어보면 보컬 수준이 지금보다 분명히 많이 떨어집니다.
소리는 더 질렀을 지 몰라도 단순했죠. 깊이도 없고.
결국 점점 더 발전했다는 소리인데, 뒤집어 말하면 그 땐 부족했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시대 활동한 락보컬들, 김종서, 이승철등을 예로 들어도
그들은 분명 잘 하는 보컬들임에는 틀림없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들 3제세계 아시아 국가의 촌스러운 기준이었을 뿐
냉정하게 다시 그 당시의 음악을 들어보면 그건 분명히 "한국식 콩글리쉬 팝" 흉내를 벗어나지 못했죠.
가장 세련된 "서양식" 목소리를 구사한 가수를 뽑으라면 임재범 위에 놓을 가수는 없어보입니다.
물론 꼭 그렇게 서양식을 카피하는 것만이 훌륭한 것이냐고 묻거나
우리 한국인 나름의 "필" 을 섞는 건 꼭 촌스러운 것이냐고 물으면
뭐라고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쪽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중국이나 홍콩의 유명한 가수가 부르는 팝적인 노래를 들었을 때
아 정말 멋있다 생각이 들던가요. 왠지 모르게 어색해 보이고 (그 나라 사람들은 좋다고 하지만) 우리 귀엔
어쩔 수 없이 촌스럽죠. 그런 겁니다.
지금은 보컬에 대한 전문적 지식도 넘처나고, 전문 양성기관도 많이 늘어난 상황이라
임재범의 초창기와는 비교할 수 없이 제대로 된 "서양식 발성법"에 대한 기초가 탄탄한 상황입니다.
요즘 데뷔하는 가수들 보통 몇 년 씩 보컬트레이닝 받아야 엘범이라도 한 장 나오지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 요즘 가수들 중에서도 정말 눈 감고 들으면 이게 한국 사람인지 영국 사람인지 모르겠구나
싶을 정도인 가수는 별로 보지 못했군요.
물론 평균적으로 볼 때 "아주 많이" 그 수준이 미국과 비슷해 진 건
확실합니다. 박진영이 한국 가수들을 트레이닝 시켜서 미국에 진출시키려는 수준까지 왔으니까.
임재범같은 경우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시대를 좀 맞춰서 나타났다면 아마 더 대중적인 평가를 높게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국의 가창력 수준을 한 단계 앞서간 보컬이니까요.
그러나 질문자 본인 스스로 보컬리스트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를 희망하고
그 길로 나가겠다는 의지가 있는 분이라면
이런식의 타인의 조언을 넘어서서 본인이 "스스로" 느끼게 되는 날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출처는 네이버 지식인 답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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