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를 받아먹는 짐승이 주인을 물어 죽이는 경우는 없다. 맹수뿐만 아니라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북한 주민은 김씨 농장의 노예이다. 그 노예가 해방되려면 주인이 노예를 풀어주든지 아니면 노예들이 그 주인을 내쫓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노예는 절대 스스로 해방되지 못한다. 이미 타성에 젖어 울타리를 벗어나면 굶어죽는 줄 안다. 억지로 내쫓지 않으면 안 나간다.
배급은 줄서기를 강요한다. 배급문화는 인간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말살시킨다. 자존심을 말살시켜 노예로 만든다. 한계상황으로 몰린 배고픈 주민들은 달리 생각을 할 기력도 겨를도 없다. 내일의 희망보다 오늘의 한 끼에 목을 맨다. 북한정권을 붕괴시키는 지름길은 이 배급시스템을 흔드는 것이다. 이게 흔들리면 김씨 세습정권은 순식간에 저절로 무너지게 된다.
북한의 배급시스템을 흔들어라
모든 인민은 위대한 수령 동지의 은혜(배급)로만 살아야 한다. 재작년 북한의 화폐개혁도 결국 시장경제라는 독버섯의 싹을 뭉개기 위해 단행한 것이다. 시장경제는 배급시스템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화폐개혁은 성공인가 실패인가? 자본주의 시각에서 보자면 실패지만 체제 유지가 지상과제인 북한정권에서 보면 그건 분명 성공이다. 대규모 폭동 없이 성공적으로 교환했으니 말이다.
말이 화폐개혁이지 기실 목적은 그동안 조금씩 형성되어온 시장경제를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데에 있었다. 시장에서 돈을 번 일부 자본가(?)의 지갑을 몽땅 털어내자는 것이었다. 덕분에 조금씩 벌어 모은 인민들의 돈이 하루아침에 휴지가 되었고, 시장경제가 마비되어 굶주림에 허덕이고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그깟 인민 수백만 명 굶어죽는 게 뭐 그리 대수겠는가.
한데 화폐교환으로 북한경제가 말이 아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재스민혁명과 같은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지 않는가? 그건 전적으로 북한 경제가 화폐경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화폐가 거래수단으로 그다지 소용 되지 않는다. 화폐량이 절대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화폐를 굳이 많이 찍을 필요가 없다. 모든 걸 배급으로 해결한다는 말이다.
화폐는 공산주의의 독(毒)
월급? 이걸 전 인민들에게 돈으로 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마도 재스민 혁명이 북한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을 것이다. 배급 대신 돈으로 주면 그 돈으로 시장에 나가 필요한 걸 사면 되지 않는가? 천만에 말씀, 시장의 상품도 별 것이 없지만, 만약 그랬다간 북한 정권 금방 뒤집어진다. 시장에서 자기 돈으로 물건을 산다는 건 이미 선택이란 자유를 갖는 것이 된다. ‘선택’이란 말은 독재정권이 아주 싫어하는 말이다.
돈을 들고 시장에서 원하는 것을 찾게 되고 그게 없으면 불만이 된다. 싸다 비싸다, 질이 좋다 나쁘다 등등 온갖 욕구가 분출된다. 원래 시장이란 게 인간의 욕구를 채워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물자가 귀하면 물가가 올라갈 것이고, 당연히 봉급 올려달라고 할 것이다. 결국 손쉬운 화폐를 더 발행해서 일단 월급 올려주면? 악순환이다.
◇ 보수단체 회원들이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자유의다리에서 열기구를 띄워보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게다가 소비의 자유를 주게 되면 사람마다 근검 절약 혹은 사치 낭비 등 심성이 달라 자연스레 인민들 간에 불평등과 돈거래가 생긴다. 북한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도 실은 당원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인민들은 많든 적든 똑같이 분배하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공산사회로 다스려왔다. 시장경제에서는 체제유지의 근간이 되는 평등의식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러면 재스민혁명같은 폭동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국가가 인민들 봉급주는 것이 아니고 세금 징수로 국가체제를 경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많은 화폐가 필요 없다. 해서 경제가 아무리 어렵다 해도 화폐를 대량으로 찍어내지 않는다. 물자가 있으면 적당히 나누되 모자라면 적게, 없으면 안주면 되는 배급체제다. 그래서 영원한 동물농장인 것이다. 몇몇 간부들 외엔 상점에 갈 일이 없다. 무엇보다 시장이란 거래를 하는 곳으로 모든 거래에는 이윤이 붙게 마련. 그 이윤만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생긴다. 스스로 돈을 벌어 소비를 하게 되면 배급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가장 먼저 체제의 불만 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
시장은 곧 자본주의이다. 배급이 아닌 시장에서 스스로 벌어먹기 시작하면 동물농장으로서의 질서가 무너진다. 울타리 밖에 나가봤더니 굶어 죽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배부르게 살 수 있다는 말이 퍼지게 되면? 주인이 주는 먹이 외에 다른 맛난 것을 맛보게 되면? 모두들 울타리를 넘어갈 것이다. 동물농장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 해서 그나마 배급조차도 미리 한꺼번에 주지도 않는다. 그날그날 먹을 만큼만 조금씩 줘야 한다. 한꺼번에 주면 고마워하는 마음이 희미해질 뿐 아니라, 자칫 시장으로 흘러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햇볕정책으로 남한에서 쌀을 수백만 톤 올려 보낸다 해도 이 배급시스템은 변하지 않는다. 설사 쌀이 넘쳐 썩어난다 해도 절대 굶주림을 겨우 면할 정도 이상은 배급하지 않는다. 인간은 배가 고파야 고분고분해진다. 동물과 달리 배부른 인간은 다음 무슨 생각을 할지 그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허니 햇볕정책으로 북한주민들을 배불리 먹이면 체제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거란 남한의 계산은 어리석은 착각에 불과하다. 쌀을 아무리 올려 보내봐야 북한체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남한에서도 배급이 없어지고, 새마을운동으로 국민들이 스스로 일해 벌어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권력에 항거하게 되지 않았던가? 그 새마을운동이 국민들 사이에서 절로 싹튼 것이 아니다. 해서 박정희는 혁명가이지 진정한 독재자가 못된다고 하는 것이다. 김정일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인민들이 배급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번 돈으로 쌀을 사먹게 되는 날 김씨 왕조의 종말일 테니까 말이다. 이 배급제도가 견고하게 유지되는 한 북한에서 재스민혁명과 같은 전복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쌀보다 라면, 초콜릿을
남한의 남는 쌀 올려 보내면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을 면할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순진하다. 혹 북한을 다시 지원하더라도 이젠 좀 지혜롭게 하자. 그저 순수한 동포애를 내세워 무작정 달라는 대로 쌀을 보낼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급 사치품을 보내줘라. 굳이 쌀이나 밀가루를 보내야 한다면 가능한 한 작게 비닐포장해서 보내라. 그보다 쌀국수, 쌀과자, 라면, 과자 등 포장식품을 많이 보내라. 어떻게 해서든 시장으로 나와 서로 바꾸거나 사고팔 수 있게끔 유도하잔 말이다.
평양 시내에 양주와 맥주, 소시지와 햄이 넘치게 보내라. 배부른 것보다 달콤한 것이 강하게 그리고 오래 기억되는 법. 그러니 초코파이나 초콜릿, 껌, 사탕 등 고급과자를 넘치도록 보내라. 고급생필품을 많이 올려 보내라. 보리나 옥수수라면 그대로 먹겠지만 가공식품이나 생필품은 그렇지 않다. 식량이 항상 모자라는 주민들이 그걸 그냥 먹어치우거나 사용할 리가 만무하다.
쌀이라면 반드시 강냉이나 밀가루로 바꾸어 양을 불릴 것이고, 고급생필품은 필시 시장으로 나올 것이다. 배고픈 주민들에겐 하다못해 남한의 속옷이나 넥타이 하나가 쌀 한 되보다 더 가치 있다는 말이다. 고급양말이나 고무장갑이 생기면 그게 모두 어디로 가겠는가? 시골 사람이 얻었다 해서 그걸 시골 사람이 사용하겠는가? 당연히 평양 상류층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다.
고급 생필품은 쌀보다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한다. 배고픔을 면해줄 뿐 아니라 배급문화에 역행하는 시장경제를 만들어낸다. 자본주의의 싹을 키워준다는 말이다. 그리고 억제된 소비욕망을 부채질한다. 시장으로 흘러나와 여러 손을 거치면서 그 단계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시켜 준다는 말이다. 고급일수록 더욱 많은 단계를 거치고 오랫동안 효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풍선에 띄워 보내더라도 삐라만 보내지 말고 이왕이면 고급품을 보내라. 그러면 모두 평양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다. 골고루 혜택을 줘야 한다는 어리석은 생각은 버려라. 평양과 지방, 북쪽과 남쪽 지방을 이간시켜야 한다. 특히 휴전선 가까운 지역에 많이 날려 보내라. 북한 주민들 사이에 휴전선 근처는 남한에서 날아온 라면만 먹어서 맛없는 배급쌀이 남아돈다더라는 소문이 나도록 말이다.
평화통일의 유일한 방법
이젠 식량만을 보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그 지혜를 전해줘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김정일 정권을 전복시키면 당장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지도자가 5년마다 바뀌는 남한은 배부르게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못된 주인을 몰아내면 남한처럼 잘 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북한에서 가장 불만이 많은 지역이 신의주 근처다. 단둥과 가까워 시장경제가 비교적 활발한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 북한에 시장이 살아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 곳에서 먹이배급의 사슬에서 벗어나 스스로 독립하는 상인들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이런 과정 없이는 아무리 배고프고 불만이 많아도 제 주인을 물지 못한다. 배급 없어도 굶어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 시장이 서면 배급제도가 흔들리고 북한 독재정권은 절로 무너진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출처는
http://www.dailian.co.kr/news/news_view.htm?id=247520 입니다.
근래본 인터넷기사중 가장 개념찬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뒤로 갈수록 나름 수긍가는 내용인것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