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고시원에 살고 있습니다.
좁지만 청소하기 편하고 보증금이라는 목돈 안들어가서 취업 전까진 쭉 고시원 생활할 예정이구요.
경제사정 탓에 싼 고시원 찾게 되는데 지금 고시원이 인근 대학 근처지만 거리가 좀 있는 편이라 가격이 저렴해서 여길 골랐습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지내는데 최근, 주인이 2번이나 바뀌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무튼 2번 바뀜.
그렇게 바뀐 2번째 원장이 문제였습니다. 직접 얼굴 비치는 일은 드물고,
청소하시는 분과 계약해서 일주일에 3번 월수금만 청소를 하게하는 그런 방식이었습니다.
덕분에 쓰레기는 항상 쌓여있고, 세제를 비롯한 생필품은 항상 간당간당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주방엔 설거지거리가 쌓여있게 되었죠.
그래서 입주자들 불만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지만, 전 그닥 신경은 쓰지 않았습니다. 아 초보라서 그러겠거니 했죠.
그러다 사건이 터졌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자소서 쓰다가 나갈일이 생겨서 10시 반쯤 씻으러 들어갔습니다. 제 방엔 샤워부스가 없어서 공용샤워실을 이용하거든요.
한 30분 씻고, 11시쯤 나오려고 보니 잠근 문이 안열리는겁니다. 잠금장치가 고장났는지 헛돌기만 하고 열리질 않더군요.
여기는 구조가 희안해서 복도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창고 비슷한 공간이 있고 거기서 문을 하나 더 열고 들어가야 샤워실이 있는 구조였습니다.
보통은 첫번째 문 잠그고 거기서 탈의하고 샤워실에 들어가는 식으로 쓰기 때문에 문이 두 개가 잠긴거죠.
열려고 몇 번 시도를 하다가 안돼서 마침 갖고 들어간 핸드폰으로 원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안받더군요. 있다가 다시 걸었습니다. 또 안받습니다. 그렇게 5번인가를 시도했는데 결국 연결이 안됐습니다.
평일 11시에 연락이 안될거라곤 생각을 안해봐서 매우 당황했죠.
처음까지만 해도 아 나도 오유인 됐나보다, 이게 무슨 시트콤 같은 일이냐 처럼 웃기기만 했는데
연결이 안되니 슬슬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급하게 나가야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카톡으로 받은 지인의 조언에 따라 119를 불렀습니다. 물론 119분들 바쁘신건 알고 있었지만 그 상황이 되니 다른 생각이 안나더군요.
119에 신고해서 출동하겠다고 연락을 마치고 나니 원장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연락 많이 하셨었는데 죄송하다며 무슨일이냐고 묻길래, 지금 샤워실 갇혔는데 연락이 안되서 119불렀다 라고 간단하게 말씀 드렸습니다.
아 그러셨구나 라면서 일단은 지금 병원에서 신체검사 (이렇게 말했습니다.) 받는 중이라 링겔 꽂고 있어서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하더군요.
끊고나니 문자가와서 있다가 오후에 방문하겠다고 합니다. (이것도 좀 어이가 없긴 했습니다;; 난 오후에 집에 없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119가 도착했습니다. 밖에서 소리가 들리더니 전화가 오더군요.
현장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문을 뜯으려면 원장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119분들도 공무원이니 사유재산에 대한 허가가 필요하겠다는건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원장이 문을 뜯지 말고 기다려달라고 했다는군요.
자신이 열쇠업자를 부를테니 기다려달라고 했다는겁니다. 저는 거기서도 좀 어이가 없었지만 문 뜯으려면 비싼가보다 하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바로 원장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근데 전화가 와서 혹시 열쇠업자 연락 되시냐고 묻는겁니다.
정말 어이가 없었죠. 아니 제가 여기 갇혀있는데 열쇠업자 번호를 어떻게 알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럼 저희쪽에서 연락해보겠다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혹시 조작을 미스하신거 아닌가 물어보더군요. 상식적으로 문 잠그는 조작을 무슨 미스하고 말고 할게 있나 어이도 없고
내가 미스했다고하면 걍 문뜯고 그 비용 나한테 청구하려는건가 싶어서 문이 낡아서 그런거지 문 잠그는걸 미스할게 뭐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샤워실 문고리를 어제 교체해서 그럴 일이 없다는겁니다. 듣는데 어이가 없더군요. 눈 앞에 있는 문고리는 나사에 녹이 슬다 못해 시뻘겋게 변해있고, 잠금장치에는 까맣게 물때가 잔뜩 끼어있었거든요. 그래서 얘기했습니다. 아니 나사못이 시뻘겋도록 녹이 슬어있는데 어제 교체했다는게 말이 되냐고 물었더니 일단은 열쇠업자 연락해보겠다며 말을 얼버무리고 끊습니다.
전 이 시점에서 어이가 화로 바뀌었죠.
그렇게 10분쯤 지났을까 연락이 없어서 제가 직접 다시 연락을 했습니다.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냐고 물었더니 열쇠업자 5명 정도 연락을 해봤는데 비도오고 스케쥴도 있고 해서 당장 올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본인들이 직접 오겠다고 합니다. 한 15분 걸린다더군요. 이미 한 30분은 갇혀있던 사람에게 더 기다리라고 하는거에 너무 화가 났지만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 동안 기다리던 사람에게 전화 걸어서 좀 늦어질거 같다 미안하다 얘기하고 집에도 전화해서 이런이런 일이 있다고 얘기하는데 119분들께 전화가 옵니다. 불편하신데 없느냐고 물어봐주시면서 주인분들이 말이 안통한다고 나오시면 말씀좀 잘 해달라고 하시더라구요. 말이 안통한다는게 무슨 말인지 그땐 몰랐습니다만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20분 정도 흐르니 밖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길래 왔나 싶어서 전화를 다시 걸었습니다. 지금 도착해서 열쇠로 바깥문 열려고 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더군요. 인수인계 받은지 얼마 안돼서 여기 열쇠가 뭔지 몰라갖고 하나하나 맞춰봐야 된다면서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끊으려고 하는 전화에 대고 잠깐 기다려달라고 하고 이거 어제 교체한 문이라면서 열쇠가 어떤건질 모른다는게 말이 되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교체한건 여자샤워실 문이라고 이건 아직 교체안했다더군요;; 너무 열받더라구요. 그럼 제가 여자샤워실 가서 씻다가 갇혔다고 생각한건지 어처구니가 없고 화도 났지만 일단 나오는게 우선이라 참고, 그럼 이거 아직 교체 안한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더라구요. 그럼 이거 교체하실 예정아니냐고 했더니 그렇다데요? 그럼 119분들한테 뜯어달라고 하라고. 어차피 문고리 교체할거면 뜯어야 되는데 왜 지금까지 사람 기다리게 만든거냐고 물었더니 119분들은 문고리가 아니라 문짝 자체를 뜯어야 된다고 그랬다면서 그분들도 열쇠업자가 와서 뜯을 수 있으면 그게 낫다고 했다고 지금 열쇠업자 연락 돼서 온다고 했으니 좀 더 기다려 달랍니다. 그게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더니 한 5분 걸린다더군요.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한 5분에서 10분 흘렀을까... 갑자기 밖에 문 열리는 소리가 나고 안쪽 문도 열렸습니다.
근데 열쇠업자가 아니라 119분들이더라구요. 문짝을 뜯긴 커녕 문고리조차 안뜯고 문을 열어줍니다.
어리둥절해서 119분들에게 열쇠업자 오셨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본인들이 연거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때 119 분들이 말했던 말이 안통한다는게 무슨 뜻이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원장은 119가 문짝 자체를 뜯는다고 잘못 알아듣고 지금까지 막은거죠.
너무 화가 났습니다. 갇힌지 10분만에 나올 수 있었던걸 1시간을 끌었으니까요.
나와보니 웬 남자분이 서계십니다. 원장님이시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더라구요. 그래서 따졌습니다.
아니 이거 10분이면 나올 수 있었고, 적어도 30분 전에 내가 말씀드린대로 했으면 진작 나왔을건데
왜 지금까지 시간 끌었느냐, 그리고 안에 사람이 갇혀 있는데 나오는게 우선이지 조작미스니 뭐니 그런건 왜 따지느냐, 책임사유는 나오고 나서 따질일 아니냐 물었죠.
그랬더니 죄송하다고 하긴 커녕 말씀 다 끝나신거냐고 묻더니 일단 밖으로 나가자고 그러더군요.
샤워 도구 갖다놓고 119분들한테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나와서 얘기 시작했습니다.
얘기가 아니고 거의 싸움이었죠. 전 화가 나있었고 원장은 원장대로 사과할 생각이 없어보였으니까요.
그러더니 얘기를 합니다. 119분들한테 부탁을 못한건 문짝을 뜯어야 된다고 그래서 그런거다, 그래서 열쇠업자 기다린거다, 그리고 조작미스 말씀드린건 하루에도 열 명이 넘게 쓰는데 당신만 갇혔다는게 이상하지 않느냐, 내 입장에선 충분히 조작미스 의심해볼 수 있는거 아니냐 하더라구요.
어이가 없어서, 119분들이 문짝 뜯는거 외엔 방법이 없을거 같으면 지금 연건 뭐며, 119입장에서도 문짝 뜯는거보다 문고리 뜯는게 더 간단하고 빠른데 더 쉬운걸 놔두고 어려운거 말고는 못한다고 할 이유가 있겠느냐, 그리고 문고리 교체할 예정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교체한다는건 낡아서 그런거 아니냐, 실제로 아까 문고리 뜯어낸거 보니 녹물이 줄줄 흐르던데 그렇게 낡은 문고리면 조작미스 아니어도 충분히 고장날 여지가 있는거 아니냐, 그리고 낡은 문고리가 아니어도 내가 이용을 정상적으로 했고 사고가 난거면 여기 관리책임은 원장님한테 있는건데 그걸 왜 내탓으로 돌리느냐, 또 난 조작미스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조작미스했다고 주장하는건 원장님이다. 그럼 그에 따른 근거를 갖고 말씀을 하셔야지 아무 근거도 없이 내탓으로 돌리는 논법이 어디있느냐고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그쪽에서도 화가 났는지 아 그럼 내가 찾을게요. 찾아서 말씀드릴게요 이렇게 나오길래 그러시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싸웠고 저는 약속때문에 나가봐야해서 나중에 마저 얘기하자고 하고 나왔죠.
지금도 이해가 안갑니다. 저기서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나요??? 뭘 어떻게 하면 문 고장난게 제 책임이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