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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354956
    작성자 : 익명aWNqb
    추천 : 3
    조회수 : 1002
    IP : aWNqb (변조아이피)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2/06/27 02:30:40
    http://todayhumor.com/?gomin_354956 모바일
    일년 전 헤어졌을 때에 다이어리에 썼던 일기
    열흘 전에 나는 네가 사준 다이어리에 네가 사준 펜으로 
    너를 만나야 하는 이유 / 너를 만나지 않아야 하는 이유
    라고 써놓고 한참을 있었다. 결국 한 획도 긋지 못하고 나는
    다이어리를 닫았다.

    전부터 알아왔다. 네 말대로 우린 진작 헤어졌어야 했는데
    바보같이 일곱 번을 아니라 부정하고 그래 맞아 라고 생각되던 때에는 용기가 있지 않았다.
    우리의 관계를 내 손으로 가르고 너와 나라는 각자로 돌아서야 한다고 생각이 들면 더더욱 용기가 없어졌다.

    나는 한 번도 하지 못한 것을 일곱번이나 갈라내려하는 너를 보면서 여덟번째 나는 드디어 차가웠다.

    내가 할 수 있었던, 내가 해야만 했던 최선은 첫번째 네가 내게 헤어지잔 말을 뱉어냈을 때 헤어졌어야만 했던 것이고
    차선은 그 두번 째 그 말을 들었을 때 끝냈어야 했다고 아니, 아니다 가장 최고의 방법은 팔월 이십팔일, 내가 죄책감과 후회를 뒤집어 쓴 상태에서 바로 이곳에 죽고싶다고 써놓아 그것을 너와 다른 사람이 보길 바라기 이전에 그저 죽었어야 아니 죽어버렸어야 했다고 독을 쏘아주려다

    나는 너를 너무 잘 아니까 말았다.
    가까스로 그 말을 참고 몸을 떨었다.

    그 날은 괜찮았다. 나의 별 의미 없던 졸업보다도 시원하다고 생각했다. 네가 알던 나의 친구들을 만나 웃고 떠들고 잘 했어 정말 끝이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다가 새벽 네시까지 술을 마시고 집으로 들어가는 택시 안에서 눈물이 터져 울다가 정신을 놓았다.
    단 한시간을 울었다고 후련하더라 그 다음날도 나는 네가 아는 나의 지인을 만나 재밌었다. 시원했다. 정말 약간 아주 손톱만큼의 상실감만 있었다.

    걱정했던 오산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괜찮았다. 음악을 아주 크게 들으면서 노래를 흥얼댔더니만 사람들이 쳐다보았는데 그마저도 아주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목이 간지러웠다.

    정말 끝난 게 맞냐는 너의 친구의 말에 싸운거 아니에요. 헤어진 게  맞아요. 아주 똑부러지게 말해놓고 그 후 네가 좋아하는 나의 친구와 깔깔대며 통화를 하다가 
    왠지 그 날 새벽 몇번을 깨버렸다. 어제보단 오늘이, 오늘보단 내일이 좀 더 힘들겠구나 생각에 감정을 애써 삼켜 목이 아팠다.

    내가 좋은 글이라며 보여줬던 그 글이 생각나는지. 우연히 만나면 다시 사랑하겠다는 말. 나는 여태껏 이별을 할 때마다 그 구절을 떠올렸다. 이별을 생각하고 이별에 대처하는 나의 마음이 항상 그렇게 고상했다. 언젠가 우연히 헤어진 연인을 만나면 다시금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아니,
    우린 끝났다.
    깨져있는 커플 다이어리에 그 날까지 읽지 못했던 괜찮아, 사랑해 란 글자를 그제야 봐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우린 정말로 끝났다는 이 글자는 괜찮아 사랑해를 삼키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허나 네 말대로 너와 내가 다투던 일들이 굉장했지만 사랑해왔던 추억들 또한 높다. 내 방바닥을 뒹굴고 있던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펜을 보았을 때 마음이 먹먹해져 그럴 때면 한순간 모든 기억들이 순식간에 떠오르곤했다.

    한순간 떠오르던 너의 장미와 너의 옷들과 네 옷을 덮어주던 그 손의 느낌, 눈물을 뚝뚝 흘리게 만들던 너의 마음을, 진심을, 사랑을 적었던 편지와

    내가 티비를 보면서 깔깔대며 웃고 있을 때 내 등뒤에서 가만히 눈물을 흘리던 네가 생각나면 
    괴롭다.

    그런데 우리는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아니까. 그러니까 
    나는 변하지 않겠지. 내 마음이 너의 마음이 지금 사랑하는 어떠한 연인들의 마음보다 훨씬 더 커서 터질 것 같은 마음이라 해도 나는 변하지 않겠지. 
    너는 나의 과거를 안고 나를 만날 수 없고 나의 과거는 여전하다.
    우리의 역사가 그걸 증명하니까. 

    헤어지자 독한 마음 품었던 사람들이 몸사리지 않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권여선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넘쳐흐르는 감정의 절실함을, 너는 그보다 한 오라기의 자존심을 택하는 성격이었음 또한 안다. 

    그러니 행복하렴
    내가 네게 주었던 사소한 하나의 추억과
    너와 내가 함께 만들었던 사랑의 기억들은 모두 다 잊고 다시 사랑하며 살길 바래.

    그것이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길이자 독이 발린 가시와 같던 말들에 가려 말하지 못했던 우리의 최선이다.

    그런데, 오빠.
    한 발 또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자국은 없어져도 내가 무너지는 것만 같고 내 몸이 텅빈 것만 같은 그 감정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데.
    나만의 시간이 아니었던 그 시간들을 이제는 무엇으로 채워 넣어야 할까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의 사랑이 이리도 졸렬하다.
    미안해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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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27 03:11:27  116.126.***.2  
    [2] 2012/06/27 03:27:59  175.223.***.130  
    [3] 2012/06/28 07:49:40  175.214.***.133  Anita&L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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