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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의 추억
저는 초등학교 2학년때(1974년) 강원도 인제에서 안양지역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어휴 나이 졸라 많다는..ㅠㅠ)
그때는 군포라고 불리던 당정리에 살았는데여..
초등학교를 "군포 국민학교(초등학교)"로 다녔습니다...
제가 58회 졸업이니깐...꽤 역사 깊은 학교였지요...
우리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약 1시간이상 걸린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머니께서 주신 차비 20원으로 군것질 하고 그 거리를 걸어다녔지요..
^^
그때 우리반 친구들중에 삼성리라는 곳에 사는 친구와 굉장히 친하게 지냈습니다.
이름은 "최**"이라고....방과 후 그친구집에 자주 놀러갔었는데요...왜냐하면 그친구 누나가 근처 골프장인
"안양 컨트리클럽"의 케디였거든요..
그 당시 누나가 "케디"이면 그 집안 완전히 피는거였습니다..
지금도 옛날 우리나라와 같은 수준인 동남아에서도 "케디"가 고소득직업이니깐....지금 미얀마나 라오스 생각하시면 될 듯..
암튼지간에 그넘 친구집에 자주 놀러간 이유는 그 집에 먹을거이 많았거든요..
누나가 동생준다고 항상 과자 부스러기를 사다 놓았으니 그것 뻬앗아 먹는 재미에
그넘 집을 참 많이도 들락거렸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넘 집에는 방이 많아서 몇 가정이 세를 들어 살았는데요
그중에 새로 결혼해서 신혼 살림을 차린 아주 이뻣던 새댁아줌마가 있어서
우리는 그넘집에 놀러가면 그 새댁아줌마 일거수 일투족을 쳐다보면서 아주 좋아라 했습니다.
그때 그 쥐 좆만할 때에도 이쁜것은 알아가지고..쩝..
"남자들은 늙으나 어리나 이쁜뇬 좋아하는 것은 똑같다"라는 말을
어렸을때부터 깊이 이해(?)했습니다.
암튼...
그 새댁은...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다방레지 출신인것 같았는데..
그 집 아저씨가 계급이 중사인가 하는 군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쁜 새댁 아줌마 얼굴이 항상 멍 투성이였습니다
그 친구 말로는 허구헌날 부부싸움을 하고 그 남편이라는 넘이 이쁜 새댁누나를 두둘겨 패서리
얼굴이 성할
날이 없다고 했습니다.
음..정말 이쁜것들 얼굴에 상처나면 정말 속상하더라고요...
그때도 마찮가지로 그 이쁜 새댁 아줌마를 두둘겨 패서 흠집을 낸 그 군발이 아저씨가
정말 죽이고 싶도록 미웠었습니다...어린마음에...도... ^^
그러다가 어느날...
그날도 역시 방과 후 그 친구집에 놀러갔습니다.
마루에 앉아서 그넘 누나가 사다놓은 과자를 먹으며 장난을 놀고 있는데
맞은편 새댁방에 인기척이 없는거였습니다.
평소같으면 그 시간쯤이면 밥하느라 부억을 들락거리거나
아니면 빨래를 걷을 시간이었는데 새댁누나의 모습은 안보였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 머두러기 : 야~ 저 방 새댁누나 어디갔냐?
- 친구색휘 : 음..글쎄..오늘 아침에도 못 보앗고 하루종일 안 보이넴...
(목소리를 줄이며..) 아차.. 그런데말이야....어젯밤....
- 머두러기 : (귀를 바싹 갖다대며..) 웅..?
- 친구색휘 : 그 누나하고 그집 아저씨하고 대판 했다...
- 머두러기 : (귀를 더 쫑긋 세우고...) 뭘..?
- 친구색휘 : 부부싸움...존나 빡세게 싸우더라....
머..집안에 깨지는 소리 나고...죽여..살려 그러면서 싸우던데...
- 머두러기 : 으.....씨박새끼가 별 것 아닌걸 비밀스럽게 이야기 하고 지랄이야...
그러면 어제 빡세게 싸우고 새댁 아줌마가 집을 나갔나..?
우리는 이것에 대해 아주 조금 더 생각해 보다가 바로 잊어버리고
과자 부스러기를 다집어 먹은 후 자전거를 타기로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내가 자전거를 배운지 얼마 되질 않아 자전거 타는것이 서툴르다 보니
(그 넘집에 자전거가 2대 있었는데 한대는 지 누나가 사다준 끼깔나는 자전거였고
한대는 그넘 아버지의 짐자전거였슴다.
당연히 그넘은 가벼운 자전거를 타고 짐자전거는 내가 탓슴다...가랭이 사이에 끼워서...)
그 새댁아줌마 집앞에 있던 쓰레기 통을 자전거로 건드려서 넘어뜨리는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아...좆됐다....
우리는 부리나케 넘어진 쓰레기통을 일으켜 세워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려고 흩어진
쓰레기를 주워 담는데 쓰레기통에서 나온 쓰레기중에 비닐봉지 하나가 있었습니다.
나는 무심코 그 비닐봉지를 들었는데 꺼꾸로 들었는지 그안에 내용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허걱...............
쏟아져 나온 것은 온통 붉은 색 "피"였슴다..아니 정확히 말해서.."핏 덩어리"...였습니다.
우리는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때..동시에 우리의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으니...
[살인사건...]
이건 분명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것도 어제 새댁아저씨가 새댁을 죽인것이다...
우리는 피로 범벅된 증거물(?)을 들고 눈썹이 휘날리게 파출소로 뛰었습니다...
..아니다...친구는 자전거 타고.. 나... 만 뛰었다...
정말 바람과 같이 파출소에 도착한 우리는 파출소 현관문을 발로 박차고
파출소내로 들어서자 마자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자씨,,,,살인사건,,,,,!!"
"경찰아저씨 우리집에서 살인사건 났어요.....!!!"
우리가 밑도끝도없이 살인사건이 났다고 외치자
경찰아저씨 하는말.....
"야 존마난 것들아 ..뭔 살인사건인지 천천히 말해봐...."
우리는 대답대신 그 증거물이 담긴 비닐봉지를 경찰아저씨 한테 내밀었슴다.
그리고 그것을 본 아저씨는 당연히 우리를 칭찬하고 우리를 앞세워서 사건현장인
친구집으로 갈줄 알았슴다...
그리고 우리는 신고를 잘 했으니 표창장을 받을것이고...쿄쿄쿄
그러나 당연히 그럴줄 알았던 아저씨의 표정이 갑자기 씨뻘게지면서 일그러지더니
우리 머리에 차례대로 꿀밤을 먹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이 무슨 씨츄에이션인가?" 정신을 못차리고 어벙벙있자니
그 경찰아저씨 하는말.....
"야! 이 색휘들아...너희들 누나있어?...이 사건 너희 누나에게 물어봐..."
그러는 것이었슴다...
잉?..무슨...소리...?... 살인사건하고 누나하고 뭔 상관이 있단 말인가..?
우리는 몇대 더 때릴려고 하는 순경들의 주먹을 피해 파출소를 탈출해서
그 증거물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그 어린나이에도 정황으로 보나 완벽한 증거물로 보나
분명히 수사반장에 나오는 최불암이 말한 살인사건과 비슷한데...
순경들은 수사할 생각도 안하고....왠..봉창 두들기는 소리....누나에게 물어보라니..??????
우리가 털레털레 집으로 돌아와서 대문을 여니
마침 친구넘의 누나가 케디일을 마치고 와 있었었습니다..
우리는 당연히..... 경찰아저씨의 말대로 누나에게 그 봉지를 건네며 물어보았습니다...
"누나..누나 이거알어?"
누나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대답 대신 옆에 있는 빗자루를 집어들었습니다.
우리는 또 도망쳤습니다....
ㅠㅠ
정말 대한민국에서 신고정신이 투철한 민주시민이 살아가기란 이렇게 힘이드는구나,,라고 생각하며....
그때는 정말 몰랐었습니다...
그것이 생리혈 빨아들인 "생리대"라는 것을 ..
그때 당시 친구누나가 친절히 잘 가르쳐 주었다면
가끔 막내이모가 "팀폰"사오라고 약국에 심부름 보낼 때 용돈을 뜯어낼 수 있었을텐데...
그리고 여자에 대해 좀더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을텐데...
....
이상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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