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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35481
    작성자 : 52703;2
    추천 : 1
    조회수 : 606
    IP : 221.148.***.41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03/11/27 19:00:45
    http://todayhumor.com/?humorstory_35481 모바일
    딴지거는 사람들에 대해 예언한 SF소설 전문.
    겨우 18kb짜리 글이지만 인터넷 난독증이나 읽기능력이 미성숙한 미성년들은 
    읽기에 부담될수 있으므로, 미리 말씀드리오며, 본인이 여기에 해당된다면,
    길면 짜증날거 아오니 리플 달지말고, 그냥 백스페이스 누르시고, 열받아서
    그냥 못가겠으면, 다소곳히 반대 한번 누르시고 나가시길.  

    그외의 분들은... 재미있으니까 한번 읽어보세요.^^


    소동(Ado)
    [셰익스피어의 희곡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에서 따온 것]

    코니 윌리스

     봄방학이 시작되기 전 월요일, 영문학 수업시간에 앞으로 셰익스피어에 대해 공부하게 될 거라고 발표했다. 이맘때의 콜로라도주의 날씨란 지독하기 마련이다. 눈은 12월의 스키장에서나 쏟아질 정도로 내려서 예정된 강설(降雪) 날짜를 다 채웠고, 6월의 남은 주간까지 계속 오다가 그칠 예정이었다. 오늘 쇼우의 일기예보에서는 토요일까지는 눈이 내리지 않을거라고 예측했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눈은 더 일찍 올 것 같다. 학생들은 내 말이 떨어지자 엄청난 반응을 보였다. 파울러Paula는 자기 코더(corder)에 정신없이 몰두했고, 자기가 내 말을 빠짐없이 다 받아 기록했는지 확인해보려고 다시 코더를 돌렸다. 에드윈 섬너는 점잔을 빼고 있었다. 딜라일러는 자기 책을 와락 움켜쥐고 발을 구르며 밖으로 나갔다. 나가면서 문을 하도 세게 닫는 바람에 졸고있던 릭이 깨어났다. 나는 기권/거절을 적을 종이쪽지를 나누어주고 학생들에게 수요일까지 그 쪽지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리고 딜라일러에
    게 갖다주라고 섀런한테 쪽지 한장을 주었다.
     "셰익스피어는 가장 위대한 작가들 중의 한사람입니다. 아마도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
     파울러의 코더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서 말했다.
     "수요일에는 셰익스피어의 생애에 대해 공부하고, 목요일과 금요일 수업시간엔 그의 작품을 읽어봅시다. "
     웬디가 손을 들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전부 다 읽을건가요? "
     가끔 웬디가 지난 몇년동안 어디에 가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 분명히 이 학교에 다니고 있진 않았다. 아마 이 우주의 어디에도 없었을 것같다.
     "어떤 작품을 공부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교장선생님과 내가 내일 만나서 정하게 될겁니다. "
     "비극 중의 한 작품을 했으면 좋겠네요. "
     에드윈이 우울하게 말했다.
     점심시간까지 그 소식이 온 학교에 퍼졌다.
     "행운을 빕니다. 전 이제 막 진화론 부분을 끝마쳤어요."
     생물 선생인 그레고리 제퍼슨이 교사 휴게실에서 말했다.
     "벌써 진화론을 가르칠 때가 된거예요?"
     캐런 밀러가 말했다. 캐런은 복도 건너편 교실에서 미국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는 아직 남북전쟁 시대 문학 부분까지도 진도를 못마쳤는데."
     "이제 다시 그럴만한 때가 됐지요. 내일 수업이 없을 때 우리반 좀 맡아주시겠어요? 해로우즈 교장하구 만나야 하거든요." 내가 말했다.
     "오전 내내 수업을 맡아할 수 있어요. 그냥 내일 선생님 반 학생들을 우리 교실로 보내 주세요. 우리반에선 요즘 '죽음에 관한 고찰 {{사관(死觀), 죽음을 보는 관점이나 견해}}(Thanatopsis)'을 공부하고 있거든요. 애들이 삼십명 더 늘어난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
     "'죽음에 관한 고찰'이라고요? "
     나는 감동을 받아 물어보았다.
     "그걸 전부 다요? "
     "열번째줄과 예순여섯번째 줄만 빼고 전부 다 해요.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끔찍한 시죠. 어떤 학생도 항의할 만큼 그 시를 제대로 잘 이해하지 못해요. 그리고 전 누구에게도 그 제목이 무슨뜻인지 말해주지 않죠. "
     "기운 내세요. 눈보라가 한차례 불어닥칠지도 모르겠네요. "
     그레그가 말했다.
     화요일은 날씨가 맑았다. 일기예보에서는기온이 16도라고 나왔다. 내가 학교에 도착했을  때 딜라일러는 <학교에서의 악마숭배에 반대하는 상급생들> 모임의 붉은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학교 밖에 서있었다. 들고 있는 피켓에는 "셰익스피어는 사탄의 대변자(Spokesman)다." 라고 쓰여있었다. '셰익스피어'와 '사탄'이라는 글자의 맞춤법이 잘못되어 있었다.
     "내일까지는 셰익스피어에 대해 공부하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수업에 빠질 이유가 없어. 지금  밀러 선생님이 '때너탑시스(Thanatopsis:죽음에 관한 고찰)'를 가르치고 계신다. "
     "열번째줄과 예순여섯번째  줄은 빼놓고 말이지요. 그 부분은 안가르쳐요. 게다가 브리앙Bryant은 인격신론자거든요. 인격신론자는 악마숭배자와 똑같죠. "
     딜라일러는 나에게 거절 쪽지와 두꺼운 마닐라지로 만든 봉투를 내밀었다.
     "우리의 항의 내용을 여기에 담았어요. "
     딜라일러는 목소리를 낮췄다.
     "'때너탑시스(Thanatopsis:죽음에 관한 고찰)'라는 말 뜻이 정말로 뭐예요?"
     "그건 인도어야. '자기 종교를, 꾀를 부리며 수업을 빼먹고 선탠을 하는 데나 이용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 "
     나는 안으로 들어가서 셰익스피어의 희곡집을 도서관 지하 창고에서 꺼낸 다음 사무실로 갔다.
     해로우즈 여사는 셰익스피어에 관련된 서류철과 크리넥스 한 상자를 꺼내놓고 있었다.
     "이렇게 해야만 합니까? "
     해로우즈 교장이 코를 풀면서 말했다.
     "에드윈 섬너가 저희 반에 있는 한은 그렇습니다. 에드윈 어머니는 <대통령 산하 고전에 관한 지식 부족에 대한 특별 전문위원회> 위원장이거든요. "
     나는 딜라일러가 가져온 목록을 서류더미에 올려놓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글쎄요, 생각보다는 일이 쉽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난해부터 [맥베드], [폭풍우], [한여름밤의 꿈], [겨울 이야기], [리처드 3세]를 다룬 소송 선례들이 많았으니까요. "
     해로우즈 교장이말했다.
     "딜라일러가 그동안 바빴겠지요. " 나는 말했다.
     나는 삭제되지 않은 디스크와, 삭제, 재포맷 프로그램에 자료를 입력했다.
     "[리처드 3세]에 마법에 관련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은데요. "
     교장은 재채기를 하고 크리넥스를 한장 더 집었다.
     "없지요. 마법 관련이 아니라 명예훼손 고소였어요. 그의 증조할아버지인지 누군가가 제소한 거예요. 그는 리처드 3세가 어린 왕자들을 죽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 했어요. 어쨌든 그건 아무 상관 없습니다. <왕의 천부적 권리 회복을 옹호하는 왕실 협회>는 모든 역사 연극을 금지할 수 있는, 법원이 인정한 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어요. 오늘 날씨가 어떨 것 같아요? "
     "엉망이죠 뭐. 따뜻하고 햇빛이 비치는데요. "
     나는 목록을 불러와서 [헨리 4세]의 1,2막과, 그녀의 명단에 있는 나머지 내용을 모두 삭제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요? "
     "<성난 여성 동맹>에서 금지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사랑의 헛수고]도 그렇고요. "
     "[오델로]는요? 아, 됐어요, 압니다. [베니스의 상인]은요? <명예훼손 반대 연맹>에서인가요? "
     "아니요, <미국 법률가 협회>하고 <국제 장의사 연합>에서요. 3막에 '관'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에 반대한답니다. "
     그녀는 코를 풀었다.
     1,2교시 동안 그 희곡들을 정리했고, 소네트를 끝내는 데 3교시 거의 대부분이 걸렸다.
     "전 4교시에 수업이 있고, 그 다음엔 점심시간이예요. 나머지는 오늘 오후에 끝내야 합니다. "
     "오늘 오후에 어떤 작품을 처리해야 하나요? " 해로우즈 교장이 물었다.
     "[뜻대로 하세요]와 [햄릿]입니다. 맙소사, 어째서 그 사람들이 [햄릿]을 빼먹었죠? " 내가말했다.
     "[뜻대로 하세요]는 괜찮을 것 같나요? 누군가가 그 희곡에 반대하는 금지명령을 법원에 제출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해로우즈 교장이 서류뭉치를 넘기면서 말했다.
     "아마 <복장도착증 환자{{이성의 옷을 입고 싶어하는 경향의 성도착자}}에 반대하는 어머니회>에서일겁니다. 로절린드가 2막에서 남장을 하잖아요. "
     내가 말했다.
     "아니예요, 여기에 있어요. <시에러  클럽{{미국의 자연환경 보호단체}}>에서입니다. '환경파괴주의적인 태도'때문이라는 거죠. "
     교장은 그 희곡을 찾아보았다.
     "뭐가 파괴적인 태도였다는 거죠? "
     "올랜도가 로절린드의 이름을 나무에 새기는 장면이요. "
     나는 의자에 기대어 앉아 창 밖을 내다보았다. 해는 여전히 심술궂게 내리쬐고 있었다.
     "[햄릿]을 택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에드윈과 그애 어머니가 좋아하겠죠. "
     "계속 한줄 한줄씩 검토해야 해요. 목구멍이 점점 따끔따끔 쑤시는 것 같은데요. " 해로우즈 교장이 말했다.
     캐런을 오후 수업에 데리고 갔다. 그 시간은 베아트릭스 포터에 대해 배우는 2학년 문학 수업이었는데, 캐런이 할 일은 [다람쥐 너트킨]에 대한 연습문제지를 나눠주는 것 밖에는  없었다. 나는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자켓을 벗어야 했다. <구주를 위한 대학생들> 모임이 "셰익스피어는 세속적인 인본주의자다."라고 쓰여진 피켓을 들고 학교 주위를 행진하고 있었다. 딜라일러는 선탠 오일 냄새를 풍기면서 앞계단에 누워있었다. 그녀는 늘쩍지근하게 "셰익스피어는 사탄의 대변자다."라는 뜻의 손짓을 해보였다.
     "'너희가 큰 죄를 범하였도다. 원컨대 주의 기록하신 책에서 내 이름을 지워 버려 주시옵소서.' 출애급기 32장  30절 말씀. " 딜라일러는 성경에서 한구절을 인용했다.
     "'고린도 전서 13장 3절 말씀,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줄찌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
     내가 말했다.
     "의사한테 전화를 걸었더랬어요. " 해로우즈 교장이 말했다. 교장은 창 옆에 서서 빛나는 해를 바라보았다.
     "의사 생각엔 폐렴같대요. "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햄릿]의 내용에 여러가지를 입력했다.
     "좋은 쪽으로 생각해 보죠. 적어도 우리한텐 이앤알(E and R)(?)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전에 했던 것처럼 일일이 손으로 적어가며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
     그녀는 서류뭉치 뒤에 앉았다.
     "어떻게 일을 처리할까요? 반대한 단체별로 묶어서 할까요, 아니면 한줄 한줄 할까요? "
     "아무래도 처음부터 흙어보는 것이 낫겠지요. "
     "1행. '거기 누구냐? ' <전국 단축어 반대 연합> "
     "그럼 단체별로 처리하죠. " 내가 말했다.
     "좋아요. 큰 건부터 처리하죠. <독 방지 위원회>에서는 햄릿의 부왕이 독살되는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이 모방 범죄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뉴저지에서 16살짜리 아이가 [햄릿]을 읽고나서 자기 아버지의 귀에 드라노Drano를 부은 사건을 인용하더군요. 잠깐만요, 크리넥스 한장만 더 뽑고요. <문학의 자유 전선(戰線)에서는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로다.'와 '아, 가장 악독한 여인이여.', 'What a  piece of work is man'speech, and the queen.' 이라는 구절에 반대합니다. "
     "왕비가 나오는 부분을 전부 다요? "
     교장은 적어놓은 것을 살폈다.
     "예, 모든 행, 거기에 대한 언급, 빗대어 말한 부분은 다요. "
     그녀는 턱 밑에 통증을 느꼈다.  처음에는 한쪽이, 그다음엔 다른 한쪽이 아팠다.
     "임파선이 부은 것 같아요. 폐렴에 그런 증상도 겹치나? "
     그레그 제퍼슨이 식료품 가게 봉투를 들고 들어왔다.
     "전투용 식량이 좀 필요할 것 같아서요. 잘 되어가나요? "
     "왕비가 나오는 부분을 다 삭제했어요. " 내가 말했다. "그 다음은요? "
     "<전국 도검류 제조, 판매업 위원회>에서는 칼을 치명적인 무기로 묘사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칼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 '는 부분이요. <코펜하겐 무역 회의소>에서는 '덴마크 땅에서 어딘가가 썩어있다. '라는 구절에 의의를 제기합니다. <자살 반대 학생 협회>, <국제 화훼 재배자 연맹>, <적십자>에서는 오필리어가  물에 빠져 죽는 장면에 반대하구요. "
     그레그는 책상 위에 기침 시럽  병과 감기약 병을 정리해 놓고, 나에게 발륨{{신경안정제인 다이아제팜(diazepam) 제제의 상표명}}병을 건네주었다.
     "<국제 화훼 재배자 연맹>이라구요? " 그가 말했다.
     "오필리어가 꽃을 꺾다가 물에  빠지잖아요. 바깥 날씨는 어때요?" 내가 말했다.
     "여름 날씨 같아요. 딜라일러가 알루미늄으로 된 햇빛 반사기를 쓰고 있어요. "그가 말했다.
     "애스(Ass). " 해로우즈 교장이 말했다.
     "뭐라고 하셨어요? " 그레그가 물었다.
     "<여름 일광욕자  협회(the Association of  Summer Sunbathers)>에서는 이 구절에 반대해요. '태양의 혜택이 너무도 많습니다.' "
     해로우즈 교장이 말하고 기침 시럽을 꿀꺽꿀꺽 들이켰다.
     학교 수업이 끝날 때쯤에 일을 반 정도 끝마쳤다. <수녀 연락 조직>에서는 "수녀원으로 가시오. "라는 구절에 반대했고, <뚱뚱한 것이 자랑스럽다> 협회에서는 "아, 이 너무도 더러운 육체가 녹아 흘러 주었으면." 이라는 말로 시작되는 문단을 없애길 바라고 있었고, 딜라일러가 준 여덟 페이지짜리 목록은 아직 살펴보지도 못한 참이었다.
     "어떤 희곡을 공부할거예요? " 나가던 도중에 만난 웬디가 물었다.
     "[햄릿]이야. " 내가 대답했다.
     "[햄릿]이요? 자기 숙부가 부왕을 죽이고, 그리고나서 어머니인 왕비는 그 숙부와 결혼하게 된 왕자 이야기 아닌가요? " 웬디가 말했다.
     "이젠 더이상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 내가 말했다.
     딜라일러는 바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중 많은 사람이 그 책을 모아가지고 와서 불사르니. ' 사도행전 19장 19절 말씀. " 그녀가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내가 일광에 쬐어서 거무스름할지라도 흘겨보지 말라. '" 내가 대꾸했다.
     수요일은 흐렸지만, 여전히 날은 따뜻했다. <깨끗한 미국을 건설하기 위한 재향군인 협회>와 <잠재의식적 유혹을 막는 파숫꾼들>이라는 단체들이 잔디 위에서 아예 소풍판을 벌여놓고 있었다. 딜라일러는 어깨끈이 달린 소매없는 웃옷을 입고 있었다.
     "어제 말씀하신, 햇빛 때문에 거무스름해진 사람들 이야기가 어디에 나온 말이죠?"
     "성경이야. 아가서 1잘 6절이지. "
     "아, 그 구절은 이제 성서에 없어요. 우리가 빼버렸지요. "
     해로우즈 교장은 나에게 병원에 간다고 쓴 쪽지를 남겨두었다. 사실 교장과 3시에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다.
     "오늘은 공부를 시작할 수 있나요? " 웬디가 질문했다.
     "모두들 종이쪽지를 잊지 않고 가져왔다면요. 오늘은 셰익스피어의 생애에 대해 공부해 봅시다. 오늘 일기예보가 어땠는지 모르지요? "
     "예, 날씨가 좋을거라는데요. "
     나는 웬디에게 내가 기록해 둔 것을 흙어보는 사이에 거절 종이쪽지들을 모으라고 했다. 작년에 딜라일러의 언니 제저벨이 강의 중간쯤에, 내가 앤 해서웨이가 결혼 전에 임신했다는 내용을 말해서 난교(亂交), 피임, 낙태에 대해 가르치려 한다고 불만을 표했었다. 난교, 낙태, 임신, 그리고 그밖의 여러 단어들은 맞춤법이 틀려있었다. 모두들 종이쪽지를 잊지 않고 가지고 왔다. 나는 도서관에 거절 쪽지들을 보내고 강의를 시작했다.
     "세익스피어는 --- "
     파울러의 코더가 짤깍 켜졌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1564년 4월 23일에 스트랫포드 온 에이븐에서 태어났습니다. "
     한해동안 내내 손  한번 들지 않고 도무지 강의를 듣고 있다는 시늉도 하지 않던 릭이 손을 들었다.
     "동시대의 베이컨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베이컨이 썼다는 학설 }}에 대해서 같은 시간을 할애해서 가르쳐주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
     "베이컨은 1564년 4월 23일에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1561년 1월 22일에 태어났죠. "
     해로우즈 교장은 병원에 갔다가 3교시에 돌아왔다. 그래서 나는 딜라일러가 준 목록을 검토해보기 시작했다. 딜라일러는 혼, 유령, 그리고 그런 데에 관련해서 언급된 표현 마흔세 군데, 스물한 군데의 외설적인 표현,('외설적인'이라는 단어의 맞춤법이 잘못되어 있었다.) 그리고 pajock나 조개{{작은 식용 조개(cockle)라는 낱말의 철자는 cock[속어로 남자의 성기를 가리킴]와 비슷하다}}같은, 자기가 생각하기에 외설적인 표현이 될 수 있는 일흔여덟군데의 표현에 반대했다. 해로우즈 교장은 내가 그 목록 정리를 끝냈을 때 들어와서 가방을 던져놓았다.
     "스트레스성! 저 폐렴에 걸렸어요. 의사 말이 스트레스성이래요! "
     "여전히 날씨가 안좋은가요? "
     "22도예요. 어디까지 됐어요? "
     "<국제 장의사 협회>에서 또예요.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이 닥치는 법이다. '라는 말이 옳지 않다고요. "
     나는 그 종이를 자세히 보았다.
     "맞는 말 같진 않군요. "
     해로우즈 교장은 그 종이를 가져갔다.
     "그게 그 사람들의 '사관(死觀;Thanatopsis)' 항의서예요. 지난주에 그 협회에서 국제회의를 했지요. 그 협회에서는 한꺼번에 모든 사항을 기소했는데, 저한텐 그 사항들을 다 분류해낼 겨를이 없었어요. "
     그녀는 자기 서류뭉치를 뒤적거렸다.
     "여기 [햄릿]에 관한 게 하나 있네요. '매장 준비에 종사하는 직원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 "
     "무덤파는 인부. "
     " '-- 그리고 매장 규정에  대한 불확실한 묘사 -- 매장하는 장면에서 용접하여 밀봉된 관이나 지하 납골소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 -- '"
     우리는 5시까지 일했다. <철학의 진보를 위한 협회>에서는 "자네의 철학 속에서 꿈꾸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하늘과 땅에 있다네, 호레이쇼. "라는 대사를 자기네 직업에 대한 비방으로 생각했다. <배우 노조>에서는 햄릿이 노조원이 아닌 배우들을 고용한 것에 의의를 제기했고, <휘장 보호 연맹>은 폴로니우스가 커튼 뒤에 숨어있다가 칼에 찔린 것에 대해 반대했다. 그들은 자기네들의 소송 사건 적요서에 이와 같이 썼다. "커튼이 위험하다는 관념이 그 장면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휘장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 해로우즈 교장은 서류더미에 그 종이를 내려놓고 기침 시럽을 꿀꺽 마셨다.
     "이제 됐군요. 또 남은 게 있나요? "
     "끝난 것 같은데요. 아, 약간 남은 게 있어요. '시냇가에 허연 잎새를 거울같은 수면에 비치면서 비스듬히 서 있는 버드나무가 있는데. '" 나는 재포맷 명령을 입력하고 화면을 흙어보면서 말했다.
     "'허연'이라는 말 때문에 그 문장도 안될걸요. " 해로우즈 교장이 말했다.
     목요일 7시 30분에 학교에 도착해서 수업에 쓰려고 우리반에 나누어줄 [햄릿] 극본 30부를 인쇄했다. 날씨가 밤사이 더 추워지고 하늘은 흐려져 있었다. 딜라일러는 파커를 입고 벙어리  장갑을 끼고 있었다. 얼굴은 진한 자주색이 되었고, 콧등은 껍질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여호와께서 번제를 그 목소리 순종하는 것을 좋아하심 같이 좋아하시겠나이까? ' 사무엘상 15장 22절 말씀. " 나는물어보면서 그녀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들겼다.
     "네에Yeow. " 딜라일러가 대답했다.
     [햄릿] 각본을 나누어주고 웬디와 릭에게 햄릿과 호레이쇼 역을 맡아 낭독하도록 했다.
     "바람이 모질구나. 날이 무척 춥다. " 웬디가 읽었다.
     "지금 어디 하고있죠? " 릭이 물어보았다.
     나는 그 부분을 짚어주었다.
     "아, 바람이 살을 에는 듯 합니다. "
     "몇시나 됐을까? " 웬디가 읽었다.
     "아직 자정이 못된 것 같습니다. "
     웬디는 자기 종이를 뒤집어서 뒷면을 보았다.
     "이게 다예요? 저는 햄릿의 숙부가 그의 아버지를 죽이고 유령이 그의 어머니가 거기에 관련되었다고 말해주고 그리고 그가 '죽느냐 사느냐'라고 하고 오필리어가 자살하고 뭐 그런 내용인줄 알았어요. "
     그녀는 그 종이를 돌려주었다.
     "이거 가지고는 제대로 된 연극이 될 수 없어요. "
     "유령이나 조개(cockles) 같은 것은 아예 없는 편이 나아. "
     딜라일러가 자기 피켓을 들고 교실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솔라케인Solarcaine이 필요했니, 딜라일러? " 나는 딜라일러에게 물었다.
     "매직펜이 필요해요. " 그녀는 점잔빼며 말했다.
     책상에서 펜 한개를 꺼내주었다. 딜라일러는 어디가 아픈 것처럼 조금 뻣뻣하게 걸어나갔다.
     "희곡의 어떤 부분이 어떤 사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 부분을 없애버릴 수는 없어요. 그렇게 하면 그 희곡은 아무 의미도 없게 되요. 셰익스피어가 여기에 있었다면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거예요. " 웬디가 말했다.
     "셰익스피어가 그 작품을 썼다고 가정한다면 말이지. 둘째줄에서 처음 세글자와 마지막 여섯글자를 빼고 다른 모든 글자를 없애버리면, '돼지'라는 말이 돼. 이건 분명히 베이컨을 가리키는 암호야. " 릭이 말했다.
     "눈이 옵니다! "
     해로우즈 교장의 목소리가 인터콤을 통해 울려퍼졌다. 모두들 창가로 달려갔다.
     "오늘 수업은 앞당겨서 9시 30분에 마치겠습니다. "
     시계를 보았다. 9시 28분이었다.
     "<과보호 학부모 협회>에서 다음과 같이 연락해왔습니다.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일기예보에서는 더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눈 때문에 도로가 미끄럽고, 시야가 좁아져서 버스사고나 눈사태가 나거나, 동상에 걸릴 것이 염려되므로 학교측이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오늘과 내일 휴교해 줄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 학교 버스가 9시 35분에 출발할 겁니다. 봄방학 잘 보내세요! "
     "땅위에 눈이 기껏 뿌려지는 둥 마는 둥 하는데요. 이제 다시는 셰익스피어 공부를 못하겠네요. " 웬디가 말했다.
     딜라일러는 피켓을 무릎 옆으로  축 늘어뜨리고 복도 바깥에 서있었다. 피켓에 써있는 대변자(Spokesman)라는 말의 '자(者:man)'자(字)에 가위표가 그어져 있었다.
    "<공평한 언어사용을 위한 여성해방주의자들>이라는 단체 사람들이 여기 학교에 왔어요.  법원의 명령서를 받아왔대요. "  딜라일러가 메스껍다는 듯이 말했다. 딜라일러는 가위표로  지워진 자(者)자  위에다 인(人:person)이라고 써넣었다.
     "법원 명령이라니! 말이 되냐구요?  도대체 언론의 자유라는 우리의 권리는 어떻게 된 거예요? "
     "인(人:person)자 맞춤법이 틀렸어. " 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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