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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tion_354707
    작성자 : 브레멘음악대
    추천 : 4
    조회수 : 1101
    IP : 119.64.***.170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5/09/24 20:32:13
    http://todayhumor.com/?animation_354707 모바일
    (단편소설주의) 그냥 TS물 로멘스가 써보고 싶어서...
    갑자기 TS물 로멘스가 한번 써보고 싶어서 써봤습니다...
    어떤 애니랑 관련은 없지만...
    어디에 올릴까 고민하다 올려봅니다.

    - * - * - * -

    닿았다.

    이 것은 단순히 손 이라는 신경 말단조직이 접촉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 너머로 전해져 오는 온기, 떨림, 긴장한 것을 증명하는 듯한 약간의 습기까지.
    서로의 속마음이 닿았다는 의미였다.

    내 손이 그의 손에 닿았을 때 이런 느낌이 든 적이 이전에도 있었던가?
    아니, 손이 닿을 일 자체가 거의 없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손이 닿는다 라는 것은 의외로 레어한 일 이었다.

    아니면, 아주 우연히 닿았다 하더라도 서로 전혀 신경쓰지 않았겠지.
    이 전까지는...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도, 나도, 속 마음이 서로에게 훤히 밝혀진 덕분에
    완전히 발가벗겨진 것 이상으로 부끄러워 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숙였던 고갤 조금 들어올려 그의 얼굴을 살폈다.
    새빨간 토마토가 되어버린 그의 얼굴이 내 쪽을 응시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시야를 제외한 모든 신경은 아마 내 쪽을 향해 있을 것이다.

    내 얼굴에서 느껴지는 화끈거림이 그얼굴빛과 같은 뜻이라는 것 처럼,
    내 모든 신경이 그에게 향해있으니 그 역시 그럴 것이다.

    조금, 손해보는 기분이 들었다.
    적어도 그의 시야만큼은 내게 집중되지 못했다.
    분한 마음에, 방금 전 영원과도 같은 찰나의 순간 그와 닿았던 느낌을 영속하기로 마음먹었다.

    예전과는 다른, 하얗고 조그마한 손이 그의 손을 잡았다.
    내 손이었다.
    어느새 내 고개는 다시 숙여져 있었고, 그런 내 시야에 보인 광경이 그 것 이었다.

    더이상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것이 다시한번 내 가슴을 아리게 했다.
    하지만 아려오는 가슴은 더이상 고통이 아니었다.
    어떤 기대감이었다.

    " 부드럽네... "

    그의 입술이 열렸다.
    그의 혀가 달삭였다.

    부드럽네...
    아마 내 손을 두고 한 말이겠지.

    여자가 돼 버린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내 기억속, 벌써 흐려져가는 여자아이의 손은 그러했다.
    작고 하얗고 보들보들, 그리고 따뜻하고-
    그가 느끼는 그 손이 나의 것이다.

    긴장감에 그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바람부는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긴 머리칼이 흔들려 뺨과 목을 간지르는 감촉에, 문득 지금 내 머리모양이 걱정되었다.
    그가 보기에 조금이라도 흉하다면 난 죽어버릴지도 몰랐다.
    지금 이 순간엔 모든 것이 완벽해야 했다.

    조용하게 울리는 시끄러운 풀벌레 소리, 스산하게 흔들리는 나뭇가지.
    반쯤 베어먹은 노란 달님.

    " 춥지 않아? "

    바보같은 질문에 그만 웃어버렸다.
    그 역시 나처럼 열대야에 잠이 오지 않아 공원에 나왔을 터인데.
    그 역시도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겠지.

    내가 그를 긴장시키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 우쭐해지기도 했다.

    이상했다.
    그저 친구일 때 그는 그렇게 잘난 녀석이 아니었는데...

    내가 어쩌다 이 녀석에게 반해버렸을까.

    " 우... 웃지마...! "

    자신의 바보같은 질문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는지
    그렇지 않아도 빨갛게 된 얼굴을 붕붕 흔들다 날 보고 소리쳤다.
    귀여운 녀석.

    나는 벤치에 나란히 앉은 그에게로 상체를 조금 돌렸다.
    문득 그의 시선이 내 얼굴과 목, 그 아래로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그는 큰 가슴을 좋아했던 것 같다.

    약간의 상념이 지나가는 새, 나는 그를 보며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그래, 딱 사랑에 빠진 소녀같은 미소였다.
    난 내 얼굴을 보지 못해 모르겠지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순간.
    나와 그의 입술이 포개졌다.

    온 세상이 폭발했다.
    아니, 내가 폭발했다.

    내 심장이 요동쳐 내 귓가를 울렸다.
    그에게도 들리지 않을까,
    입술이 맞닿은 동안 온갖 상상이 머릿속을 오갔다.

    그만큼 충격이 컸다.

    하지만 이 충격은, 나쁜 충격이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와 드디어 이어졌다는 기쁨에 나는 그에게 좀 더 밀착하며 입술을 부볐다.
    그는 나를 소중한 듯 감싸 안고 허리를 받쳐주었다.

    맞닿은 몸이 단단했다.
    맞닿은 몸이 든든하게 느껴졌다.
    비로소 그가 남자로 느껴졌다.
    아마, 비로소 나 자신이 여자로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출처 그림쟁이들 부러웡
    브레멘음악대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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