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11월 17일에 여는 후원회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기자들이 묻습니다. 불법 정치자금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한 마당에, 그래서 한나라당에서 후원회를 폐지하자고까지 주장하는 마당에,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후원회를 여느냐는 겁니다. 저는 대답합니다. 정치자금이 문제가 아니라 불법 정치자금을 동원한 '돈정치'가 문제라고, 후원회가 없어서 연봉 8천만 원에 '불과'한 국회의원 세비만 가지고 정치를 해야 한다면 나처럼 재산이 없는 사람은 아예 정치를 포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조성하는 길이 막힌다면 친지들이 격려차 주는 소액의 후원금조차도 불법 정치자금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입니다.
정치 후원금, 사실 부담이 되기는 됩니다. 누군가 큰돈을 후원한다면, 특히 그 사람이 기업인이라면, 언젠가는 이런저런 부탁을 할 가능성이 있고, 신세를 진만큼 전화 한 통이라도 해주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정경유착이나 인사청탁 비리가 어디 별 것이겠습니까. 큰 사건도 원래 이런 작은 일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수의 소액후원자를 모시려고 합니다. 한 달에 만 원, 한 번에 십만 원, 이런 정도의 돈을 후원해 주신 분들에 대해서도 물론 부담을 느낍니다. 하지만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제가 정치를 하는 동안 그분들이 바라는 좋은 정치를 열심히 함으로써 빚을 갚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후원자들이 저에게 무언가 좋지 않은 청탁을 하실 리 없기 때문에 돈 문제가 발생할 위험은 거의 없습니다.
보좌관이 전화를 하라며 명단을 주었습니다. 지난 4.24 재선거 때 백만 원 넘게 후원하신 분들의 전화번호입니다. 후원회를 여니 다시 한 번 도와달라는 부탁을 드리라는 것이죠. 전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한 군데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분들은 저에게 백만 원이 넘는 돈을 후원하신 이후 반 년 동안 제가 한 정치활동을 눈여겨보셨을 것입니다. 의정보고서와 후원회 초대장을 받아보고 잠시 고민하실 것입니다. 그분들이 지난 번 후원하신 돈이 아깝게 느끼지 않을 만큼 제가 정치활동을 잘 했다면 또 후원해 주실 것입니다. 어떤 분이든 제가 직접 전화를 했기 때문에 내키지 않는데도 후원을 또 하는 분이 생기는 것을 저는 바라지 않습니다. 후원을 받는 정치인으로서 도리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자발적인 후원금만으로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후원회를 연다는 편지만 한 장 덜렁 보내고 전화 한 통 하지 않는 저를 성의 없다고 꾸짖지는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후원회를 동시에 엽니다. 지난 11월 9일 저녁 온라인 후원회를 시작한 이후 닷새 동안 천만 원이 넘는 돈을 보내주신 네티즌 여러분께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담당 비서관은 온라인으로만 1억 원을 모금하겠다고 큰소리를 칩니다만 과연 그리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점심 한 끼를 걸러서 남긴 3천 원을 후원해 주신 분이 있습니다. 10만 원을 한꺼번에 보낸 분도 있습니다. 매월 만 원씩 60개월 지속 후원하신 분도 있습니다. 이런 사랑과 정성에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지 겁이 다 납니다. 그저 열심히, 정치에 뛰어든 그 날 가졌던 그 마음 그대로 정치를 그만두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말고는 달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2003년 11월 14일
국회의원 유시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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