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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다보인 갯바위엔 낭자하게 뒤덮인 나문재가 계절 감각 없이 붉었다
바닷가 벼랑 끝에서 바람개비처럼
내 영혼의 모습은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려 있었고 바람이 준 것만 받아먹었다
눈 시릴 정도로 확 트인 수평선
기이인 백사가 쏴아 모래톱 치대는 울림
외딴섬 그림자를 사랑한 고래의 콧김 파공음에
화들짝 산개하는 철새 떼 총성이 유전자에 각인된 걸까
유구한 요람 앞에선 깊은 욕망도 거품일 뿐
물질의 포로로 산 시력을 멀리 윤슬에 씻어 보낸다
서녘 하혈이 물에 풀려도 묽지 않았다
노을이 진통 같더라니 만삭된 달의 밤
달빛 아래서만 드러나는 조개가 감싸온
진흙 속 진주와 먹칠로 그린 만월이 조응한다
개펄에 맥동하는 구멍서 소라게 기어 나와
달 냄새라도 맡으련 듯 감각모를 곤두세웠다
수류의 모서리가 현이 되어 찰싹일 때마다
그 소리는 언뜻 읽을 수 있게 유리 음표를 반짝였다
밤새 노래하던 바닷바람은 음나무 숲 풀피리를 타고
미치는 구석구석 태고연한 신비경으로 변화시켰다
고뇌를 벗어던진 나체로 세속을 등 뒤에 두자
그 앞은 죽을 자리 삼고 싶을 만큼 평온했다
나로부터 도망친 곳에 차려진 자연의 의미를 다 담기엔
오감의 용적이 넘쳐흘러 참았던 눈물인지
동틀 무렵 낮게 깔린 해무에 묻어난 소금기인지 다셨다
다소곳이 안기는 여명으로부터 불붙기 시작해
잿가루로 흩날린 꿈의 뒷부분과 동시에 조립되는 벽지 곰팡이
내 육신의 처지는 납작한 고독 속에서 무게가 있는 어둠을 받아먹었다
배를 가르면 모르핀 향 짙은 흑진주가 들었을 것이다
신경계가 마비된 후 이어지는 탈력
물처럼 마디를 알 수 없는 몸의 느낌에서 겨우 건져진 손가락 끝
바람이 부는 쪽을 상상한다
아픈 게 없으면 욕심 없이 살고 싶었다
하늘 아래 있는 것만으로 마치 안 굶는 바람개비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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