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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35311
    작성자 : coca
    추천 : 199
    조회수 : 18901
    IP : 221.164.***.87
    댓글 : 25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0/04/20 19:43:58
    원글작성시간 : 2010/04/16 18:16:40
    http://todayhumor.com/?bestofbest_35311 모바일
    천안함사태 관련.. 한마디도 반박하기 어려운 글 발견



    1944년 빌레흐-보카쥬 그리고 2010년 백령도
    (서프라이즈 / 내과의사 / 2010-04-16)



    반대세력의 우려와는 달리, 액면 그대로 보자면 이명박은 언론장악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가카’께서는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해 ‘가능한 모든 원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함미가 인양되자마자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어뢰에 맞았다.’는 결론을 단정적으로 쏟아내는 까닭이다.


    아니, 내가 생각이 짧았을까. ‘가카’께서 ‘모든 가능성’을 입에 담으시니, 언론은 일제히 “오로지 어뢰!!!”라 화답한다. 그렇다. 가카와 언론 사이 교감의 경지는 이미 염화미소(拈華微笑) 수준을 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천안함 침몰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군 당국이 ‘군사기밀’과 ‘군의 사기’를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면서 사고와 관련된 결정적 자료들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과 그러한 비밀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대한민국 온-오프 공간에서 사고 원인에 대한 각양각색의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만큼은 엄연한 ‘팩트’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오직 주류언론만이 ‘어뢰다!! 어뢰!!’라는 앵무새 지저귐만을 반복할 뿐이고…….


    ‘어뢰공격설’. 천안함 침몰과 관련하여 분명히 고려할 수 있는 원인 중 하나라 생각된다. 그러나 ‘좌초설’, ‘선박 구조 결함설’, ‘오폭설’, ‘잠수함 충돌설’등등 현재 제기되고 있는 다른 원인들과 비교하여 가능성이 월등히 높은 유력한 가설은 절대로 아니라고 본다. ‘어뢰공격설’을 뒷받침하는 이른바 ‘결정적 증거들’ 이상으로 어뢰가 아닐 가능성을 시사하는 반대증거들도 만만찮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뢰공격설’과 다른 가설들의 결정적 차이점은 그것이 주류언론이 대중에게 ‘전파하고 싶은 진실’이자, 군 당국과 현 대한민국 집권주체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진실’이라는 점 하나뿐이다. 왜? 여러 가지 가능한 원인 중 그것이 자신들이 가장 싸게 막을 수 있는, 즉 뒷수습이 상대적으로 쉬운 원인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일단 ‘어뢰공격설’을 수용해 보자. 그렇다면 공격주체 0순위는 물론 북한이다. 그들의 동기가 무엇인지, 천안함을 격침시켜 무슨 이득을 얻는지는 애초부터 논리적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원래부터 그런 놈들’, ‘유전자 차원의 테러분자’라고 몰아세우면 그만이니까.


    뭐 이런 이야기도 있다. 두 차례 서해교전에서 당한 것을 복수했다고. 만약 그렇다면, 자존심과 명분을 중시하는 북한정권의 특성상 천안함이 북한 영해를 침범하여 ‘영웅적 잠수함전’을 전개하여 격퇴시켰다고 요란하게 선전전을 전개했을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어떠한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어뢰공격설이 사실이라면 밝혀지는 것은 어차피 시간문제일 뿐인데 왜 대차게 저질러 놓고 꿀 먹은 벙어리 시늉을 해야 할까? 김정일이 이명박 흉내라도 내면서 지하벙커에서 아무도 모르게 측근들만 모아놓고 희희낙락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고 믿어도 되는 걸까?


    이처럼 ‘어뢰공격설’은 예상되는 ‘범인’의 동기나 ‘범인’이 취할 이득에 대한 고려가 전무한 맹점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군 당국의 비밀주의로 인해 ‘어뢰공격설’은 북한이 아닌 ‘아군의 오폭설’을 증폭시키는 역설을 낳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어뢰공격설이 군 당국이나 집권주체에게 ‘매력적인’ 진실이 되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외부로 향한 분노와 적개심’이라는 만병통치약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1944년 6월 13일.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직후, 프랑스의 시골 마을에서 세계전차전 사상 전무후무한 전설이 탄생한다. ‘미하일 비트만’이라는 독일 무장친위대 중위가 단신으로 ‘티이거’ 전차를 몰고 영국군 기갑연대에 돌입, 순식간에 수십 대의 영국군 전차와 장갑차량을 격파한 것이다. 전투가 벌어진 마을 이름을 따서 명명된, 그 유명한 ‘빌레흐-보카쥬 전투’이다.








    ▲ 티이거 포신에 당당하게 앉아있는 Michael Wittman


    전투에 동원된 독일군 전차는 불과 서너 대 정도, 전투결과 영국군 기갑연대는 심각한 피해를 입어 노르망디 전선의 작전계획 전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한다. 당시 독일제 티이거 전차가 미제 셔먼 전차 4-5대에 필적하는 전투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감안해도 단 몇 대의 전차만으로 적의 연대급 전력을 유린하여 작전기도 자체를 좌절시켰다는 사실은 오늘날까지 밀리터리 매니아들을 흥분시키는 ‘로망’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 ‘빌레흐-보카쥬’ 전투에는 적지않은 이설(異說)이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 바로 비트만의 전과가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것인데, 연합군 측에서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이유로 작전이 실패하자 예전부터 ‘에이스 전차킬러’로 유명했던 비트만에게 작전 실패의 이유을 전가시켰다는 것이 이론과 이설의 요지이다. 즉 ‘우리는 열심히 최선을 다했는데 적장(敵將)이 너무 신출귀몰해서 어쩔 수 없었다.’라는 변명거리를 만들기 위해 “빌레흐- 보카쥬”의 전설이 와전되었다는 거다.


    만약 ‘빌레르-보카쥬의 전설’이 어느 정도 허구인 것이 사실이라면, ‘외부로 향한 분노와 적개심’이라는 만병통치약이 제대로 약발을 발휘토록 하기 위해 1944년의 ‘빌레흐-보카쥬 전투’는 2010년 대한민국 백령도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왜? 어뢰공격설을 사실로 발표하는 순간, 군 당국은 ‘경계’라는 초보적 군사행동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한 자신들의 무능함을 가려줄 면죄부가 절실하게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다시 ‘어뢰공격설’이 사실이라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초계임무 중인 1,500톤급 군함이 아군해역 - 그것도 백령도 코앞에서- 적의 공격 징후조차 전혀 간파하지 못한 채 격침되었다는 의미이고, 격침 후 몇 주가 지나도록 공격수단과 방법이 무엇인지 감도 못 잡았다는 이야기가 성립된다.


    결국, 북한이 마음만 먹었다면(어뢰공격이 사실이라고 전제한다면) 몇 번이고 같은 방법을 써먹을 수도 있었다는 말인데 사고 직후 이명박은 요란하게 튀는 복장을 하고 백령도 근해 나들이를 한 적도 있다……. 졌다. 어뢰공격설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이명박의 용기와 군 당국의 배짱에 삼가 경의를 표해야 한다.


    레이다망에 전혀 걸리지 않고, 초계함의 대잠, 대어뢰 탐지 수단에도 발견되지 않으며, 수십 미터 정도 수심에서 1,500톤급 군함에 중어뢰를 단 한발 발사하여 명중시키는 일발필중의 내공, 그러면서도 끝까지 그 어떤 곳에도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공격자의 존재…….


    “북한이 이토록 무서운 능력으로 치사하고 야비하게 뒤통수를 치는 마당에 선량한 우리 해군이 최선을 다해 근무한다 하여도 어찌 막을 수 있었겠는가?” 군 당국과 집권주체가 “듣고 싶은 또 하나의 진실”은 바로 이런 내용이 아닐까?


    마흔여섯 명 무고한 젊음의 죽음으로 인해 엉뚱하게도 1944년 미하일 비트만을 능가할 “전쟁영웅”을 다른 곳 아닌 북한 땅에 우리 손으로 “탄생”시킬 가능성이 점차 농후해지고 있다. 그리하여 ‘분노와 적개심’이라는 설치류만의 만병통치약이 이제 대한민국 사회에 치명타를 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어뢰공격 맞다고 치자. 그렇다면 가해자들로부터 보상을 받든, 그들에게 응징을 하든, 그것보다 무조건 먼저 해치워야 하는 일은 질리도록 무능한 군 지도부와 현 정권에 대한 철저한 탄핵이다. 너희들, 소원대로 해준다. 어울리지 않는 너희들의 권좌에서 당장 내려와 실미도에 들어가 석 달 열흘 지옥 훈련받고 평양으로 가서 조갑제 할아버지 염원대로 ‘김정일의 멱을 따와’ 봐라. 그 정도는 되어야 거창하게 읊조린 ‘단호한 응징’의 흉내라도 내는 것 아니겠는가?


     


    (cL)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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