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죽는거야……?"
"미친……. 불길한 소리 하지마. 죽긴 누가 죽냐?"
현유가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묻자 시윤이가 단칼에 자른다.
하지만 그런 시윤이의 입을 막은 것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그 녀석의 목소리였다.
'아뇨, 죽을 수도 있습니다.'
"……시윤아. 흑……. 무서워……."
"아, 씨발. 울지마. 짜증나게! 왜 울고 그러냐?"
현유는 기어코 울먹이며 눈을 적셨다. 그런 현유가 못마땅한지 시윤이는 욕을 내뱉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소매로 현유의 눈가를 닦아주는 시윤이.
'감동적인 우정이군요. 그 우정을 높이 쳐서 현유 양부터 벌을 받도록 하지요. 매는 먼저 맞는게 좋다고 누가 그러더군요. 큭큭.'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네? 제발요……."
현유는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현유에게 재희가 다가갔다.
"현유야, 울지마. 괜찮아……."
"씨발, 이런 개같은 장난 그만하지? 뭐하자는 건데?"
'장난이 아닙니다. 자꾸 제 신경을 긁으시는군요, 오지형 형사님.'
녀석의 목소리가 사뭇 진지했다. 오 형사님이 입을 다물자, 녀석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현유 양은 지금 박철민 상병 옆에 있는 드럼통에 들어가주세요.'
사람 하나가 쏙 들어갈 것 같은 빈 드럼통. 자세히 살펴보자 밑쪽이 시멘트로 바닥에 고정되어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절대 쓰러지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유는 여전히 앉은 자리 그대로에서 눈물을 쏟고 있을 뿐이었다.
'저를 화나게 하시면 안됩니다. 행동이 늦으면 바로 손목에 달린 폭탄이 폭발할겁니다. 여러분 모두요.'
"……씨발, 니 좆대로 해라! 개새끼야!"
오 형사님이 외쳤다. 그리고 손목에서 팔찌를 벗겨내려고 했다.
[콰쾅!!]
굉음.
그리고 폭발.
나머지 팔찌가 있던 곳이었다.
사람 두섯은 가볍게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의 폭발. 창고 안에 있던 여섯 명의 시선은 그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그리고 침묵.
나는 속으로 작게 욕을 내뱉었다. 씨바, 장난이 아니구나.
"……싶지 않아……."
철민 형이 중얼거렸다.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죽고 싶지 않아……. 으아아악!"
철민 형이 현유에게 달려들었다. 울고 있다가 폭발을 보고 넋을 잃어버린 현유의 작은 몸을 잡아 끌고 드럼통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씨발, 놔!"
시윤이가 욕을 하며 철민 형의 팔에 매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여중생 한 명이 감당하기에 성인 남성의 힘은 너무나 드셌다.
철민형에게 다가가 팔뚝을 잡아챘다.
"아아아악!"
[퍽!]
"큭!"
나는 철민 형이 미친듯이 휘두르는 주먹에 가슴팍을 그대로 얻어맞고 뒤로 나동그라졌다.
재희가 겁먹은 표정으로 나와 철민형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기어코 드럼통 앞까지 현유와 시윤이를 끌고 간 철민 형은 현유를 번쩍 들어올려 드럼통 안으로 내던졌다.
[첨벙!]
드럼통에 들어있던 액체가 튀어올랐다.
철민형은 여전히 자신에게 매달려있는 시윤을 밀쳐 자빠뜨리며 돌아섰다.
'……현유 양의 죄는, 방관한 것입니다. 방관의 절망을 느껴보세요.'
[화르르륵!]
드럼통 안쪽에서부터 불꽃이 이더니 곧 현유의 몸이 불로 뒤덮였다.
"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시윤아! 아아악!"
드럼통에서 치솟는 강한 불은 현유의 몸을 잡아먹으며 타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구토가 오를 것 같다.
시윤이는 멍하게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현유의 팔이 불에 타는 채로 시윤이를 향해 뻗어졌다. 그리고 현유는 시윤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도……와……줘……."
시윤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현유의 팔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이미 다 불타버린지 오래였다.
고기가 타는 냄새가 난다.
새빨간 화마 안에서 현유는 점점 사람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시윤이를 향해 뻗은 팔이 벌벌 떨렸다.
"시윤아……."
시윤이는 발걸음을 떼었다.
……뒤로.
뜨거운 불에 시윤이는 열기를 피해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현명하군요, 시윤 양. 곧 팔찌에 있는 폭탄이 터질테니 다른 분들도 물러나시지요.'
그 말에 철민 형과 재희가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보고 또 스피커에서는 킬킬거리는 비웃음이 들려온다.
결국 시윤이가 현유를 외면하여 고개를 돌리자 현유의 녹아가고 있는 얼굴에 묘한 빛이 떠올랐다.
그리고
툭
하고
팔이
떨어졌다.
[콰쾅!]
폭탄이 터졌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붉은 덩어리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시끄럽게 귀를 울리던 현유의 비명도 사그라들었다.
이제는 불이 타는 소리만 들렸다.
숨쉬는 것마저 잊은 듯, 그렇게 조용했다.
그리고, 시윤이가 털썩 주저앉는 것을 기점으로, 침묵은 깨졌다.
"……으아아아아아악!"
[퍽!]
철민 형이 비명을 지르며 재희를 밀치고는 창고 밖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런 씨발……. 야! 멈춰!"
그리고 그 뒤를 쫓아 달리는 오 형사님.
오 형사님은 휙 뛰어올라 철민 형을 덮쳤다.
[꽝!]
"끄아아악! 갈거야! 죽기 싫다고!"
"닥쳐! 여기서 나가면 바로 죽는거야!"
"으아아아악!"
[퍽!]
오 형사님의 주먹이 철민 형의 얼굴에 꽂혔다.
그제야 잠잠해지는 철민 형.
나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오 형사님을 도와 철민 형을 일으키며 오 형사님께 말했다.
"단순한 장난이 아닌 것 같은데요."
"씨발……. 지랄났군. 저 새끼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지?"
'박철민 상병은 오지형 형사님을 생명의 은인으로 모셔야겠군요. 버튼 바로 위까지 손가락이 갔거든요.'
"닥쳐! 개새끼야! 어린 여학생을 죽여놓고 뻔뻔하게 농담이 나오냐!?"
오 형사님이 악에 받쳐 소리를 질렀지만, 되돌아 오는 것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비웃음 뿐이었다.
'어린 여학생이라도 벌은 받아야지요.'
철민 형을 보자 눈이 풀려있었다. 정신을 놓은걸까. 눈동자는 풀린 채로 킬킬거리며 웃는 모습이 소름끼쳤다.
"내가 왜……. 난 죄가 없어……."
'아뇨, 박철민 상병. 당신은 끔찍한 죄를 저질렀습니다.'
"내가 뭘! 난 아무짓도 하지 않았어!"
'……뻔뻔하군요. 끔찍할 정도로.'
녀석의 말을 들으며 나는 고개를 돌려 재희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재희의 품에 안겨 부들부들 떨고 있는 시윤이가 눈에 들어왔다.
시윤이의 눈에 공포가 어려있었다. 나의 눈도 저런 상태일까……?
'박철민 상병이 뭔가 억울하다고 생각을 하는 모양인데, 여러분의 죄에 대한 힌트를 드리지요.'
그 말에 철민 형이 고개를 들었다. 재희도 스피커에 귀를 기울였고, 시윤이도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힌트는…… 곽지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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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모티콘이 보인다면 그것은 착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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