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잘못 되었던 걸까요, 자그마한 아이에겐 눈이 없었습니다.
각시손님은 크게 괴로워 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는 역신이기 전에 어미였으니까요.
앞이 보이지 않는 새끼 역신이, 살면 얼마나 잘 살수 있을까 싶어 어찌 눈을 붙여줄까 고민하게 됩니다.
바람을 타고 흐른 소문에 신이었다가, 대지로 떨어진 남자가 있다 하여 그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됩니다.
그가 묘진이었죠. 차갑고 메마른 남자는 간청하는 여인에게 말합니다.
고요.
어미는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모르나, 쓸쓸하다 하여 밤을 보내자 말했습니다.
길다하면 길고 짧다하면 짧은 그 밤이 지나자, 묘진에게 닥친 것은 욱신거리는 고통과 누릿한 피냄새였습니다.
눈두덩이 불로 지진듯 하여, 거울을 바라보니 움푹 패인 부분엔 눈이 없어졌군요.
묘진은 시동을 시켜 그녀를 찾게 하지만, 결국 남아있는 것은
아기는 산이라는 이름을 받고 자랍니다. 건조하고 시린 남자가 제대로 돌볼리 없겠지만, 시간은 아이를 어른으로 만들어 줍니다.
시선은 또 다른 곳을 바라봅니다.
그녀에게 있던 것도 빼앗겨 혼자가 되어버린 달래가 있습니다.
진홍은 분명 배 부르고, 등 따시며, 좋은 비단옷을 입었지만 날 때부터 천성이 악하고 누군가를 짓밟는 것을 즐겨하는 아이였습니다.
작은 것이 패악을 그리 부리니 사람들은 아씨를 가리켜 입을 모아 어둠님이라 부르곤 합니다.
그리고 그 비틀어진 눈동자 위로
먼 땅 타국으로 팔려가는 작은 노비가- 부모님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결국, 진홍의 고집에 작은 아이는 연고도 없는 집에서 모진 패악을 당하게 됩니다.
달래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그저 태어났고 살아왔으며, 한 사람으로서 일어나려 했을 뿐이지요.
하지만 그 초연한 모습마저 진홍에게는 질투가 났고, 보기 싫었으며 일어나지 못하도록 찍어 누르고 싶었습니다.
이 두 여인의 지긋지긋한 인연은
긴 자국을 남기며 구질구질한 끝을 담게 됩니다.
자, 모든 인물들이 나왔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얼기설기 엮어지는 지, 이 소개글에서 말할 수 없지만 이미 판은 벌려졌습니다.
신이 되었다가 지상으로 추락한 그믐밤 같은 남자 묘진과 눈두덩이 없이 태어나, 신이었던 남자의 눈을 갖고 그믐밤에 갇혀 스스로를 잃어버렸던 아이 산과 빼앗고 짓밟으며 군림하고 싶은 어둠같은 진홍. 그리고 모든 것을 빼앗겨 어둠속에 빠졌다가, 삶을 찾아 힘겹게 걸어가는 달래.
이 넷의 이야기가 한데 엮여 흐르게 됩니다.
끝을 알리는 건 제가 아니라, 작을 읽는 여러분의 몫이겠지만.
잠시간 읽는 시간도 아쉽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명작입니다^^.
이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니 뒤늦게나마 그 자취를 따라가 보는 건 어떨까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