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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애플블룸이 그렇게 되어버리고 난 뒤, 언니인 애플잭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단순한 사춘기의 반항이라고 하기엔, 그 정도가 너무 심하고 반응이 이상했다.
그래니 스미스 할머니가 치어릴리에게 잘 말해두어서 애플블룸은 몸이 아픈 걸로 되어있지만, 이대로 내버려두면 애플블룸은 영원히 방 안에서 나오지 않을 것만 같은 예감이 애플잭의 뇌리를 강타했다.
동생을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애플블룸에게는 도움이 필요한 것이 분명했다.
애플잭은 사과바구니를 내려놓았다. 지금은 일을 할 때가 아니었다. 한 포니의 언니로서 동생에게 고민이 있다면 그것을 듣고 해결해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애플잭에게는 애플블룸에게 일어난 문제에 대해 짚이는 것이 있었다.
‘이런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포니를 알고 있지.’
애플잭은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그 시각, 애플블룸은 고민하고 있었다.
앞으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저주받은 큐티마크를 가진 채 이대로 혼자 살아가야만 하는가? 아니면 운명에 몸을 맡기고 괴물이 되어야 하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친구들이 보고 싶어…….’
애플블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생각했다. 보고 싶은 포니들을 생각하는 그 와중에도, 그들을 어떻게 하면 죽일 수 있을지 상상하는 자기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무엇보다 가장 보고 싶은 포니는 친언니인 애플잭이었다. 하지만 점점 상태가 악화되는 지금으로선, 언니를 보는 순간 자기 발굽으로 언니를 죽여 버릴 것만 같았다.
애플블룸은 이불을 걷어버리고 일어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자신의 큐티마크를 바라보았다. 붉은 하트에 꽂힌 칼 한 자루, 그리고 흘러나온 피.
한때는 이것도 큐티마크라고 진심으로 기뻐했었지만, 이제 엉덩이의 이 그림은 저주의 낙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애플블룸은 나무로 된 자신의 침대 다리를 발굽으로 긁기 시작했다. 애플블룸의 침대는 낡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날카로운 나무 조각이 떨어져 나왔다.
포니를 찔러 죽이기에 딱 좋은 크기의 나무 조각이다. 하지만 애플블룸은 침대에서 나온 나무 조각을 다른 용도로 쓸 생각이었다.
‘모든 게 이 큐티마크 때문이야.’
애플블룸이 입에 나무 조각을 물었다. 나무 조각은 길고 끝이 뾰족해서, 살갗을 벗겨내는 데는 충분할 것이다.
‘이 큐티마크…… 이 큐티마크만 아니었어도 나는!’
애플블룸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는 지금 나무 조각으로 자신의 큐티마크를 벗겨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생살을 파내는 일이 그리 쉬울 리가 없었다.
‘대체 왜 나한테 이런 큐티마크가 생겨버린 걸까? 큐티마크를 너무 갖고 싶다고 말썽을 많이 피워서 벌을 받는 걸까? 오 마이 셀레스티아, 저한테 이런 큐티마크는 필요 없어요. 차라리 큐티역병에 걸렸을 때가 나았어요.’
애플블룸은 나무 조각을 입에 물고 한참 동안을 망설였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복잡하게 머릿속에서 교차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 큐티마크를 갈망해왔던 과거의 자신, 지금 해야 할 일들…….
그리고 그런 생각들 사이사이에는 기분 나쁘게도 여전히 포니들을 죽이는 끔찍한 상상들이 끼어있었다.
이미 애플블룸은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기 직전이었다. 살해욕구를 억제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 지금 당장 무슨 조치라도 취하지 않으면 애플블룸은 포니빌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었다.
조그만 필리 한 마리가 날뛰어봐야 얼마나 날뛸까 생각하는 포니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플블룸의 광기는 나이와는 상관이 없었다.
큐티마크는 포니의 재능을 결정하는 운명의 표식, 그 어떤 포니도 큐티마크를 가진 포니보다 그 큐티마크에 관련된 일을 잘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애플블룸은 포니를 죽이는 큐티마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곧, 포니빌에서 애플블룸이 가장 포니를 잘 죽일 수 있는 포니라는 뜻이었다.
이미 래리티의 집에서 애플블룸의 행동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교묘하고, 조용히 이루어지는지 확인했다. 이 저주받은 큐티마크가 이끄는 잔혹한 행동들은, 그때그때 애플블룸이 포니를 죽일 수 있는 최고의 수단들이었다.
애플블룸은 마침내 확실히 결정했다.
이 상태대로라면, 애플블룸은 포니빌에 있어서는 안 될 너무 위험한 포니였다. 그렇기에 이 큐티마크의 광기가 이성을 삼켜버리기 전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했다.
큐티마크를 도려내고, 그래도 낫지 않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극단적인 방법이었다. 그리고 너무 슬픈 방법이었다.
“흑……흐윽……흑…….”
애플블룸이 나무 조각을 입에 문 채로 서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지금 자신의 꼴이 너무 혐오스럽고 한편으론 불쌍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같이 큐티마크를 찾아 헤맸던 스위티벨, 스쿠틀루, 그리고 친언니 애플잭과 가족들, 멀리 사는 사촌 뱁스시드, 치어릴리 선생님, 심지어 다이아몬드 티아라와 실버스푼도 이젠 영원히 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을 거라 생각하니 몸이 떨리도록 서러웠다.
큐티마크를 도려낸다고 해도 애플블룸이 원래대로 돌아올 가능성은 사실 없었다. 그것은 애플블룸 자신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죽기 전에, 애플블룸은 반드시 이 저주 받은 큐티마크를 없애버리고 싶었다. 마지막 순간에서만큼은 모두에게 사랑받고, 사랑을 줄 수 있었던 그 빈 궁둥이 애플블룸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런 상황에서 단 한 마리의 포니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는 현실도 너무 절망적이었다. 도움을 요청하러 다른 포니들을 만나기엔, 애플블룸 속에 날뛰는 광기가 너무 위험했다.
지금도 애플블룸은 문밖을 뛰쳐나가 포니들을 보이는 대로 학살하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참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모두 잘 있어…… 잘 있어요.’
애플블룸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입에 문 나무 조각을 자신의 큐티마크에 찔러 넣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애플블룸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전편 링크>
1편: http://todayhumor.com/?pony_35005
2편: http://todayhumor.com/?pony_35014
3편: http://todayhumor.com/?pony_35039
4편: http://todayhumor.com/?pony_35050
5편: http://todayhumor.com/?pony_35058
6편: http://todayhumor.com/?pony_35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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