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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35118
    작성자 : 아Ω
    추천 : 10
    조회수 : 452
    IP : 121.164.***.21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09/04/03 23:20:38
    http://todayhumor.com/?gomin_35118 모바일
    집에서 아플 때 몰라주면요.......
    아플 때 몰라주면 진짜 말로 형용할 수 없네요
    고3이 벼슬은 아니지만 조금 더 신경써주실 거라고 생각했던 제가 바보네요.

    물론 공부는 나를위해 하는거지만,
    그래도 부모님 어깨 당당하게 피실 수 있게 하기위한 이유도 큰데,
    학교에서 골골대면서도 공부해야하는데 아프면 안되는데 내가 아플때가 아닌데
    하면서 보건실도 안내려가고 책상위에 앉아있으려고 했던 내 자신이 바보가 되버리더라구요.
    아파서 야자 못하고 혼자 겨우겨우 집에 오는 길
    너무 힘들어서 아빠 쉬시는 날이길래 역까지만 데릴러 와달라고 하려고 전화했는데
    이미 약주 한잔 하시고 주무신다고 동생이 그러더라구요..
    .. 늘 그랬으니까 그럴려니 하고 쓰러질 듯 말듯 겨우 집에 가서
    가자마자 쓰러져서 몸이 여기저기 아프니까 눈물밖에 안나오더라구요..

    아직 학생이고 마음이 어리다보니
    아프면 어리광도 많아지고 엄살도 있고 먹고싶은것도 많아지잖아요..
    내일 시험보니까 조금이라도 더 도움되게 과일이 먹고싶다,죽이 먹고싶다 했더니
    직접 가서 사서 먹으라고 하더라구요.....
    아 진짜 눈물밖에 안나더라구요.
    동생이 어색했던지 언니 말동무 해준다고 옆에 앉아있는데, 감기걸린다고 나가라고 했어요;

    방 안에 혼자있는 그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길던지
    내가 내가 아니고 아빠 정말 밉고 눈물은 계속 나고 .....
    왜 이렇게 날 대하실까, 큰걸 바란게 아닌데.... 씁쓸하더라구요.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아프다고 징징거리면서 그냥 토마토같은거 하나만 사다달라 그랬더니,
    뭐 그냥 빈손이셨더라구요. 뭐... 잊거나 파는곳이 없거나 그러셨겠죠
    저녁도 안먹어서 배고프고 몸은 아직 내몸이 아니고 머리가 팽팽돌고 콧물은 자꾸나고
    너무 아프면 잠도 안오잖아요, 몸은 으슬으슬 춥고....... 한 세시간 반정도 혼자 있다가
    엄마오셨길래 동생한테 엄마 좀 오시라 그러라고 했더니
    아빠께서 약간 화난듯이 외치시더라구요. ' 니 언니보고 오라그래.'

    ...난 그냥 배가 고파서 죽좀 해달라고 하려고 했을 뿐인데
    진짜 지금 쓰면서도 서러워서...
    벽 잡고 일어나서 거실로 나와보니 뭐 방에다가 상차려놓고 부모님은 식사 하셨더라구요..
    아빠께서 하시는 말씀이 "계란도있고 우유도 있으니 죽기싫으면 알아서 먹겠지."

    ..... 나 감기걸렸을 떄 우유 안먹는데... 지금 속 안좋아서 계란도 못먹는데..
    원래 감기 걸렸을 때 우유같은거 안마셨는데... 지금 내가 19살인데 아직도 모르시는구나


    크게 충격받았지만 따지고 싶지도 않고 그럴 힘도 없고 해서, 대충 김치만 가지고 먹으려고 했더니
    또 저쪽에서 하시는 말씀이 "쟤가 저런 머리가 안되, 김치 가져간김에 상 다 치우지."

    ........죄송해요.. 엄마아빠 얼굴보기 싫었고 상들 힘도 없어요


    김치가지고 꾸역꾸역 먹고있는데 엄마께서 프라이팬에 불 올리시더라구요,
    게란프라이 하나 해주시려고 했었나 봐요.
    근데 전 이미 마음이 상해 있었고, 그냥 엄마에게 하지말라고 말했어요.
    근데 잠깐 절 보시더니 그냥 가스끄고 들어가시더라구요.
    우리엄마 쿨하셔서 참 좋아요.....

    들어가서셔 아빠랑 하는 대화가
    차를 바꾼다는 둥 어쩐다는 둥 어디 회사가 좋다는 둥



    회의감이 들어요.
    제가 진정한 부모님 자식이 맞는가에 대한.
    난 진짜 아파 죽을것만 같은데, 받들어 달라고 한적도 없는데
    철저하게 날 버리는 것만같은 느낌?
    독립했을 때를 대비한 연습인가?
    부모님께서 그렇게 오빠한테 온갖 정성을 쏟으실 때,
    뒤에서 묵묵히 할거 하고, 오빠가 부모님 속상한 일을 많이해서 착한 딸이 되려고 노력 많이 했는데,
    부유한 형편이 아니라 학원 안다니고 나름 열심히 해서, 지금은 목표 대학도 있고,
    커서 하고싶은 일도 있고, 열심히 해서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할 딸이 되겠다고 다짐했는데
    오늘 아프면서 내 자신이 너무 밉고 반성하고 .... 엄마아빠한테도 아파서 죄송했는데

    난 이정도구나
    싶더라구요.

    과연 오빠면 이러셨을까? 오빠가 내 상황이었다면 어떠셨을까?
    아팠을 때 철저히 외톨이가 되니까 이생각 저생각 다 나더라구요.

    지금은 앉아 있을 수는 있게되어서 3월 모의고사 점수 입력하고 모의 대학 지원도 하고,
    내일 시험볼거 외우다가 오유에 이렇게 글을 써요..

    근데 좀 지금 생각하면 뜬금없는데요,
    김치랑 밥가지고만 꾸역꾸역 늦은 저녁을 먹는데
    왜 '내가 독하게 공부해서 집에서 나가주마.' 라는 생각을 했을까요.
    지가 나갈 곳이 어디있다고 ;;;;;;

    쓰다보니 긴 글이 되었네요. 눈도 팅팅 부어버렸고...
    내일 시험볼거 얼른 공부하고 자야겠어요.

    이렇게라도 말 안했으면 마음이 펑 하고 터져버렸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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