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체 이 놈은 학교를 몇년을 다니는 건가?
심각하게 고려해 볼 문제다. 이 놈은 고등학생이다.
김전일이 최초로 사건을 해결한 '오페라 유령의 살인사건'때만 해도
벌써 김전일은 2학년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김전일은 몇학년인가?
김전일이 해결하는 사건은 결코 학교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여행, 아르바이트,
합숙 훈련, 산악훈련, 대부분 최소 몇박며칠은 소요되는 여행지에서 일어난다.
일반 고등학생이 수업을 빼먹으면서 이렇게 놀러다닐 수 있을리가 없다.
즉, 이 사건들은 방학때 일어났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그렇다면 김전일은 몇번의 방학을 지나보낸 것인가.
'한 방학동안에 일어난 일일 수도 있지 않은가' 하고 반론하실 분이 계실지 모른
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계절이 바뀐다. 겨울에도 여름에도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한 방학내내 줄기차게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도 한 사건당 소요되는 기간이
일주일은 족히 넘는 만큼 한 방학동에 여섯번 이상의 사건을 겪을 수는 없다.
더 열받는 건 봄과 가을에 일어나는 사건이다.
낙엽속에 시체가 숨겨져 있던 불사접 사건을 기억하시는지?
학업의 계절 가을에 학생이 대체 학교에 안 있고 뭐 하는 건가. 가을방학인가?
김전일은 틀림없이 최소한 4-5년은 유급중이다.
슬프게도 김전일의 짝꿍, 똑똑하고 성적 좋기로 소문난 미유끼도 같이 유급중일 것
이다.
김전일 쫓아다니면서 놀기만 했으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아니, 생각해보면 학교에 나가는 걸 통 볼 수 없으니 이미 이 둘은 퇴학당한 것같
다.
2. 범인은 이 중에 있다!
김전일은 늘 이 말을 한다. 하지만 대체 언제 그 중에 범인이 없었던 일이 있었
나?
사건은 늘 고립된 산장이나 배 위나 외딴 마을에서 일어난다.
당연히 범인 그 중에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걸 김전일은 한번 더 말한다. 바보
다.
3. 미유끼는 천재?
김전일은 꼭 미유끼에게 뭐뭐를 준비해서 설치하라고 시킨다.
자기가 안하고 꼭 미유끼 시킨다.
태권브이의 훈이가 태권브이와 합체할때 꼭 자기가 3번 버튼 안 누르고
영희에게 시키는 거와 똑같다.
시키는 일을 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상한 장치를 하든가 무거운 짐을 나르든가...
결코 미유끼같은 연약한 여성이 순식간에 해 낼 일이 아니다.
때로 김전일은 그 고립된 곳에서 무지하게 구하기 어려운 것을 구해오라고
능청스럽게 시키기도 한다. (최근에는 미유끼에게 큰 거울 일곱개를 구해오라고 시
켰다).
신기한 건 미유끼가 어디선가 그 물건들을 구해오고,
몇시간도 안돼서 설치를 다 끝낸다는 점이다.
사실 진정한 천재는 미유끼일지도 모른다.
4. 꼭 연쇄살인범이다.
김전일은 늘 말한다.
"이건 지능적인 범죄예요."
그러나 지금까지 김전일이 만난 범인들치고, 지능적인 놈은 하나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 놈들은 늘 고립된 곳에서 살인을 하기 때문이다.
즉, 용의자가 기껏해야 7-8명밖에 없는 와중에서,
그것도 좁은 곳에서 서로 얼굴맞대고 옹기종기사는 가운데서 살인을 한다.
거기서 끝내지도 않고 이 범인들은 계속 죽여나간다.
세명은 기본이고 네명, 다섯명, 막죽인다.
사실 그러다 보면 남는 건 김전일과 용의자밖에 없다??
정말 다 죽다 보면 몇명 안남는다. 찍어도 반은 맞겠다.
이렇게 자기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놈이 무슨 지능범인가?
그리고, 범인은 시간봐서 천천히 죽이든가 한번에 죽이지 않고 하루나 이틀걸러 죽
인다.
그 뿐인가? 유력한 용의자가 나타나 거의 혐의가 다 풀린 다음에 마무리로 한번
더 살인한다.
아주 잡힐려고 작정을 했다.
문제는 김전일이 그걸 못 찍고 사람들 다 죽을때까지 아무것도 못한다는 거다.
이건 김전일의 능력문제다.
범인이 처음 희생자를 냈을때 딱 범인을 맞추면
그 뒤로 희생될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김전일이 조금만 더 똑똑했어도 백명은 살았을 거다.
그러나 김전일이 간신히 사건을 푸는 건 죽을 사람 다 죽고 난 다음이거나
마지막 희생자 하나 겨우 남았을 때다.
5. 김전일이 더 나쁜 놈이다.
여러분도 기억하실 것이다. 지금까지 범인들 중에 나쁜 놈은 하나도 없었다.
보면 범인이 죽인 놈들이 더 나쁜 놈이었다. 범인은 어떤 의미에서 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심판을 자신의 손으로 한 불행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김전일은 그런 범인의 과거를 짐작하면서도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
범인이 밝혀졌으면 그냥 그대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누가 유급먹은 놈 아니랄까봐 무식하게 군다. 사람들 다 모아 놓은 다음에 범인이
한 일을 친절하게 재현까지 해가며 아주 사람을 극한까지 몰고 간다.
그 뒤에 일어난 불행한 사태에 대해서는 여러분도 모두 기억할 것이다.
범인들은 칼로 자기 배를 찌르고, 사약먹고, 불 속으로 뛰어들고,
온갖가지 방법으로 자살해버린다.
그런 뒤에 김전일은 자기가 그렇게 몰아세워 놓고는
"죽으면 안돼! 그래도 살아야해!"하면서 가증스럽게 군다.
사실 김전일때문에 죽어간 범인의 수가 헤아릴 수가 없다.
아마 김전일은 뒤에서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크흐흐.. 살인자는 죽어야 해".. 하면서...
김전일이 정말로 범인을 생각했다면 조용히 불러내서 자수를 권하든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김전일은 한번도 자비를 베푼 일이 없다.
반드시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다 불러다 놓고 개망신을 준다.
그러다가 한번 잘못 찍는 날엔 김전일 한번 크게 당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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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고등학생 홈즈를 자처하며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는 김전일의 실체를 파헤
쳐 보았다.
김전일은 사건 현장에 그만 뛰어다니고 이제 본연의 신분으로 돌아와
공부에 전념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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