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밑에 대학생활 하면서 이상한 후배년때문에 괴롭다는 글을 보고 문득 옛기억이 떠올라 써봅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10년전인 2000년 3월...
96학번이었던 저는 군대갔다가 와서 복학을 한 후 과MT를 가게 되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나이가 좀 많지요.)
해가 떴을때는 뭐 했는지 모르겠고, 어두워지자 민박집에서 경영하는 큰 식당 홀에서
술자리가 벌어졌는데... 오랜만에 동기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근데 제법 이쁘장하게 생긴 처음 보는 년 하나가 우리테이블에 오더니 인사를 하러 오더군요.
복학 하고 나서 99학번 후배들과 수업을 같이 들었기에 99학번 후배들 얼굴은 대충 알고 있었는데...
분명히 99학번은 아니었습니다. 근데 이 년이 오자마자 하는 소리가
"안녕. 얘들아. 한 잔씩 받아."라고 하는 겁니다.
동기였던 여학우들은 거의 졸업하고 몇명밖에 남아 있지 않았는데 이 친구들은 취업준비에
바쁜 4학년이라 그런지 엠티에 한 명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학생들은 전부 후배인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선배인가라고 생각했는지 옆자리에 있던 동기녀석이 혹시 몇학번이냐고
물어봤더니 이 년이 "나 4학년, 97학번이야."라고 하는 겁니다.
우리 동기들 대부분이 1학년 마치고 바로 휴학하고 군대를 가는 바람에 97 후배들 얼굴 볼 기회가 없다보니
일어난 해프닝이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모르고 한 행동이니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범위내의 실수였지요.
근데 이 년이 우리가 96학번이라고 말을 하니 갑자기 자기가 실수 한게 부끄러웠는지
"뭐! 그래서 어쩌라고? 난 4학년이라고..." 이 지랄 하는 겁니다.
저랑 동기들이랑 전부 헐~ 하는 표정으로 어이없어 하고 있는데
제가 "야 우리 96이라고, 니 선배라고..." 하면서 좀 뭐라했더니,
이 년이 갑자기 "오빠~~~ 일루 와봐." 하고 누구를 부르니까 어떤 남자가 "왜? 뭔데?" 하면서
오는데 이 년이 저를 가리키면서 "얘가 나한테 막 뭐라고 해." 이 지랄 하는 겁니다.
와 진짜 뭐 이런 년이 다 있나 싶어서 졸라 어이없어 하고 있는데...
그 남자가 "야 너 뭐야?"라고 하길래
"96학번 ㅇㅇㅇ입니다."라고 했더니, 지는 94학번이라면서 왜 얘한테 뭐라고 하는거냐고
지랄지랄거리는 겁니다.
(알고 보니까 그 97 딸내미랑 94 선배놈이랑 CC였습니다.)
그래서 여차저차 설명을 하는 중에 이 년은 중간에 쏙 빠지더니 지 남친이 있던 다른 테이블로
가 버렸습니다. 자초지종을 다 설명했더니 이 선배란 놈이 하는 말이
'뭐 술먹고 그럴수도 있지 뭐 그런걸로 사내자슥들이 여자애를 뭐라고 하냐?'라는 요지로 얘기를 하면서
술이나 한잔씩 하자는 겁니다. 졸라 어이가 없었죠.
제 친구한테 술을 따라주고 나서 저한테도 술을 따라주는데 술은 안 받고 사과를 받아야겠다며
아까 고 년을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선배놈이 또 지랄지랄거리는 겁니다. 쟤 내 여자친구다 뭐 어쩌고 하면서...
이 새끼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사내자슥이 어쩌고 저쩌고, 지가 94인데 선배말 안 듣는다고 어쩌고...
전 그래도 지금 기분으로는 술 못먹는다며 아까 고 년을 제가 직접 불렀습니다.
그랬더니 고 년은 들은척도 안 하고 이 선배놈은 언성을 높여가며 이 새끼, 저새끼, 죽일놈 어쩌고
블라블라 하는데... 당연히 주위의 시선이 우리 테이블로 쏠렸죠. 당연히 고 년도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아까 고 년을 쳐다 보면서... "야 일로 와!"라고 했더니 옆에 앉아 있던 이 선배놈이
갑자기 제 뺨을 때리는 거였습니다. 선배 말이 말같지 안 들리냐고 또 지랄지랄... 술자리 분위기는
싸늘해지고, 다른 선배들이 와서 왜 그러냐며 그 선배놈을 말리더군요.
아 놔 저 새끼가 싸가지 없이 꼬박꼬박 말대꾸... 또 지랄지랄...
1학년때 제 성격 알고 있는 동기들은 옆에서 참아라, 걍 하지마라고 하며 저를 말리고 있는데...
그 때 맘 독하게 먹었습니다. 태어나서 여자 때려본 적 한 번도 없었는데, 처음으로 여자를 때리려고
맘 먹었습니다. 그래서 벌떡 일어나서 고 년이 있는 테이블로 걸어간 뒤 고 년의 뺨을 철썩 때렸습니다.
그랬더니 이 선배놈이 광분해서 달려들고, 주위에선 말리고 술자리가 걍 깽판이 돼 버렸습니다.
안면 있는 95 선배들이 저한테 뭐라고 하면서 막 말리고... 좋아하는 형들도 있어서 걍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러는 중에 그 선배놈한테 두어대 더 얻어맞았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요 싸가지 없는 년이 질질 짜면서 "씨발놈 고소할거야!"이 지랄 하는겁니다.
그래서 그 년의 싸대기를 왕복으로 날려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야 이 썅뇬아 고소해라. 그럼 니 남친도 똑같이 고소해줄테니까.
씨발 합의금 요구하면 니 남친한테 똑같이 요구해서 받아줄테니까 니 맘대로 해라!"
그랬더니 이 년이 아직도 정신 못 차렸는지 합의는 무슨 합의냐고 합의 안 해 준다고 또 지랄거리는겁니다.
그래서 또 똑같이 맘대로 해라, 그럼 나도 니 남친 합의 안해 줄거다라고 했더니,
이 선배놈이 갑자기 캥기는지 저는 내버려두고 지 여친을 달래고 있습니다.
분위기가 좀 가라앉고 나서 다른 선배들이 중재해서 그 선배놈이랑 저랑 또 다른 선배들이랑
한 테이블에 앉아서 술 먹으면서 자초지종을 얘기했습니다. 뭐 일부는 저를 편들어주는 사람도 있고,
일부는 아무리 그래도 여자를 때리냐며 저를 혼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진지하게 그 선배놈한테 얘기했습니다.
'후배가 선배한테 잘못했으면 혼날수 있다. 아무래도 내가 그런 이유 때문에 당신한테 맞은거같다.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않겠다. 그러니 내가 저 년 때린것도 아무 잘못 없지 않냐?
여자 때린건 좀 너무 하긴 했지만 저 년은 내가 당신한테 잘못한거보다 100배는 더 나한테 잘못한거같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
뭐 이런식으로 얘기했더니 이 선배놈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여자를 때리냐고
지 여친의 잘못에 대해서는 조금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더군요.
그런데...
갑자기 싸이렌이 울리더니 경찰차가 민박집 마당으로 들어오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아~~까 고 년이 진짜로 112에 맞았다면서 신고를 한겁니다. 그것도 질질 짜면서...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그 놈도 어이가 없어하는거같았습니다.
선배들이랑 그 놈이랑 나서서 별 일 아니다 그냥 술먹고 실수 한거다.라고 하는데 경찰이
그래도 일단 신고가 들어왔으면 조사를 해야 된다. 하면서 파출소로 가자더군요.
살다 살다 처음으로 경찰차 타고 파출소로 갔습니다.
그 년이랑 그 놈이랑 같이 셋이서...
파출소에서 또 경찰아저씨한테 자초지종을 얘기했습니다.
이 썅뇬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는지 얼굴이 부었니 이가 흔들리니 어쩌니 하면서
질질 짭니다. 경찰이 뭐라고 합니다. 그럼 진단서 때서 정식으로 고소장 제출하라며...
옆에서 그 씨발놈이 졸라 말립니다. 걍 넘어가자고...
결국은 경찰이 그냥 훈방 해 줍니다. 경찰차 타고 다시 민박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복학 첫 엠티의 밤은 끝나고...
전 그 이후로 여자후배들에겐 여자 때리는 무식한 선배로...
남자 후배들에겐 존경과 공포의 대상으로 남았습니다. 졸업할 때까지 전 CC를 못해봤습니다. 젠장.
욱하는 성질은 아무래도 고쳐야 할거같은데 아직도 쉽지가 않습니다.
회사생활 하다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욱하는데... 꾹꾹 참고 넘어가는데 미칠거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년놈들은 결국 졸업하기전에 깨졌습니다.
아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찌질한 바퀴벌레들이었는데...
걍 똑같은 년놈들끼리 평생 함께 사는게 좋았을텐데...
재미도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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