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헤어진지 2년

사실 사귄기간은 2주
하지말 알았던 시간도 2년.

오래 알고.
친하게 지내다가
어쩌다 사귀게 되었어요.

그리고 얼마뒤 헤어졌죠.

방학 때였는데 다시 개강을 해서 학교로 가는 버스.
우리는 가끔 마주쳤고 저는 처음 마주쳤을 때 말을 걸었죠.

말하고 싶어하지 않더군요.

다음에 마주쳤을 때 또 말을 거니 차에서 내리더군요.

그뒤로 한번도 말을 안 걸었어요.
이따금 마주쳤지만 말을 걸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번 학기.
제 계산으로는 그 아이가 졸업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학기가 마지막이겠구나. 

사실 그 아이가 졸업하지 않는대도 제가 휴학을 하니까 이번학기가 아마 마지막이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언제 한번 다시 말을 걸고 싶었죠.

학기 초엔 이따금씩 버스에서 마주치곤 했지만
어느순간부터 아이가 버스에 안타는 거예요.

아마 이 시간에 첫수업이 있는 건 맞는 거 같은데.
버스에서 보이질 않아요.

이번 학기가 마지막인데.
이번 학기가 마지막인데.

그래서 그 아이를 만나야겠구나 생각했어요.
학기가 끝나가고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풀고 가고 싶다 해서 그 아이를 만나기로 결심했죠.

그 아이가 버스를 타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기 30여분 전부터 기다렸죠.
하지만 나타나지 않았어요. 분명 이시간에 첫수업위한 차를 타야되는데 나타나지 않았어요.

아 이대로 인연이 끝이구나.
이대로.

포기했었어요, 반.

그러다가 그저께 후배랑 노래방에 갔어요. 원래 알바가 있는 날인데 알바가 취소되고, 집에 갈까 하다가 후배랑 노래방에나 가기로 했죠.
후배는 노래방 중간에 가야겠다고 했고 저는 후배때문에 노래부르다 나왔죠.

그리고 평소에 잘 타지 않는 직행버스를 후배때문에 타게 되었어요.
후배가 화장실 갔다가 겨우 뛰어와서 그 버스를 탈 수 있었죠.

버스에 자리는 이따금씩 있었고 저는 후배와 길을 중간에 두고 같이 앉으려고 했죠.

후배 한테
"여기 앉아" 하며 그 옆을 보니.

그 아이가 있었어요. 후배가 앉는 그 자리 옆에.

이 버스는 그 아이 집가는 방향이 아닌데.
저는 모르는 척 후배와 계속 얘기 했죠.

그러다가 그 아이가 내리는 거 아니겠어요.

저는 그 아이가 내리는 문앞에 섰을 때 말했어요.
내가 저번에 말한 첫사랑이라고.

그리고 후배에게 나 내릴게, 하고 따라 내렸죠.
후배는 재밌는 듯 같이 따라 내렸구요.

후배가 같이 내리니 용기가 하락하더라구요. 말걸지 말까.
후배가 저를 떠밀더군요. 가보라고.

저는 알았다고 하며 후배에게 가방을 맡기고 가방에 평소 그 아이를 만나면 전해주려고 했던 프린트를 들고 갔어요.

그 프린트는 소설이었어요.
작년 초에 썼던 소설.

그 아이를 위해서 썼던 소설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 소설의 여자아이에게 그 아이가 많이 투영되어 있었어요.
(쓰다가 생각한건데 소설속에서도 여주인공의 이름은 나오지 않아요. 여주인공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그 아이'였죠. 마치 이 글 처럼)

그래서 다시 만나면 그 소설을 주자. 그리고 미안했다고 말하자.
억지로라도 주자.

그리고 만났어요.

만났어요. 그랬.

었다구요.

그냥.

그랬어요. 그저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