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이었다.
전동차 칸과 칸사이의 페이드인 되며 퍼져오는 한 음성이 들렸다.
"예수 믿고 천국 갑시다. 우리들은 죄인입니다. 예수 믿고 천국 가야합니다."
그렇게 상기된 목소리로 예수를 외치는 아저씨는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는 띠를 두르고 전동차 안을 활보했다.
얼굴은 로봇처럼 굳어있고 입에서는 계속 같은 나왔다.
지하철 곳곳에는 무시하는 사람들과 노려보는 사람들,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숙이고 누구 하나도 그 아저씨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렇게 모두가 불편해하는 사이 한 남학생이 어색한 순간을 깨뜨리며 그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다.
남학생 : 아저씨! 잠깐만요
아저씨 : ...... ?
남학생 : 고무고무열매 먹어보세요! 엄청 맛있어요!
아저씨 : 무슨 소리니 그게?
남학생 : 고무고무열매요.
아저씨 : 그러니깐 그게 뭐냐고?
남학생 : 고무고무열매라니까요!!!
아저씨 : 고무고무열매인건 알겠는데 그게 무슨 열매인지 말을 해줘야지?
남학생 : 아... 고무고무열매구요. 엄청 맛있어요!
아저씨 : 이 학생... 답답하네...
남학생 : 고무고무열매 참 좋은 열매인데 머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ㅋ
아저씨 : 학생 지금 나 놀리는 건가?
남학생 : 아니요. 고무고무열매 드셔봐야 알 텐데... 안타깝네요.
아저씨 : 학생 그럼, 그 열매가 어느 나라 열매인지, 무슨 계절에 나오는 건지. 열매를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파는 곳은 어디인지 그렇게 설명을 해줘야지 대뜸 고무고무열매가 맛있다고만 하면 어쩌라는 건가?
남학생 :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도 아저씨와 같은 논리로 이야기 했을 뿐이에요.
아저씨 : ......?
남학생 : 아저씨와 같이 수많은 분들이 매일 지하철과 사람이 많은 곳에서.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아저씨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남학생 : 그럼 제가 방금 맹목적으로 고무고무열매를 먹어보라고 주장한 것과 다를 것이 뭔가요?
아저씨 : ......
남학생 : 저도 아저씨에게 들어서 예수와 복음인건 알겠습니다만 그냥 맹목적으로 '예수천당, 불신지옥'만 외치면서 알리기에만 급급한 방식의 전도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히려 아저씨에게 화만 날 것 같아서요.
아저씨 : 내가 경험하고 내가 믿는 복음을 한명이라도 더 들을 수 있다면 나를 손가락질하고 욕해도 나는 상관없다네. 다 하늘에서 주님이 갚아주실꺼니깐.
남학생 : 예수의 복음이 이렇게 싸구려 복음이었나요? 그럼 전동차 안에서 물건을 파는 잡상인의 물건과 아저씨가 믿는 예수의 복음과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까지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저씨 : 사도행전 1장 8절.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는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난 예수님의 증인이고 위 말씀을 이행할 의무가 있네.
남학생 : 저도 예수를 믿고 그의 뜻을 배우는 신학생입니다.
아저씨 : 신학생으로서 부끄럽지 않은가?
남학생 : 저는 제가 믿는 예수의 가르침이 이렇게 훼손되는 것이 더 부끄럽습니다.
아저씨 : 무슨 말인가?
남학생 : 예수는 늘 약자의 편이었고, 고아와 과부, 가난한 자들과 병든 자들에게 기적과 선행을 베풀며 가르쳤습니다.
가난한 자들이 홀로서는 것이 그것이 그들에게 기적입니다.
고아와 과부가 보호받는 것이 그것이 그들에게 희망입니다.
장애와 병마를 이겨내는 것이 그것이 그들에게 생명입니다.
복음은 기적과 같은 것입니다. 희망이고 생명입니다.
남학생 : 정말 예수의 복음을 전파하고 싶다면 지하철과 번화가를 떠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세요. 그리고 예수가 했던 것처럼 하세요. 그들에게 기적이 되고 희망이 되고 생명이 되어 주세요.
그게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예수의 증인이 되는 방법입니다.
예수가 사람 많은 곳을 찾아다니면서 자신을 믿으라고 아저씨처럼 강요했던가요?
남학생 : 믿음이란 순결한 것입니다.
진정한 믿음은 불편하지 않고 분명합니다.
진정한 믿음은 요란하지 않고 차분하고 침착합니다.
진정한 믿음은 여러 사람이 아닌 한 사람을 더 귀하게 생각합니다.
남학생 : 전도는 주님이 하늘에서 갚아주실 것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신의 믿음이 이루어진 것을 확인한 기쁨으로 주님의 뜻을 따르는 것입니다.
남학생의 말이 끝나자 아저씨는 말없이 전동차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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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이야기는 픽션입니다.ㅋ 지하철 탔다가 빡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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