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미혼이다.
그리고 20대 후반의 여자..
주변에서 시집가란 얘기 많이 한다.
딱 좋은 나이라고, 적령기라고.
적령기라..스스로는 그런가..? 싶다..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적령기'이긴 하다..
연애 안하고 혼자 있을 때는 쓸쓸하고
죽을 때 나 혼자뿐일 거라고 생각하면
무섭기도 하다..
그치만 혼자 있기 무서워서 결혼이라..
뭔가 스스로 잘 납득이 안 된다..
주변에 결혼한 이들이 고생하는 걸 넘 많이 봤기에..
뭐가 더 나은 건지 판단하기 어렵다..
고민하는 내게 한 친구는 말한다.
'아직 그럴만한 사람을 못 만나봐서 그래.'
'정말이야? 만나면 바로 알 수 있어?'
'응, 알 수 있어. 결혼해야겠다, 생각 드는 사람이 있어.'
정말 꿈같은 일이다. 기적같은 일이고,
내게 꼭 와줬으면 하는 기적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 내 짝이 기다리고 있다니..
말만으로도 포근한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이번에 지인이 이혼을 한다.
내 지인들 중 세 번째다. 그리고 나는
반 년 전쯤부터 그 전조를 느끼고 있었다.
그들의 결혼생활은 잘 모르는 제 3자인 내가 봐도
너무 행복해 보이지가 않았다.
저렇게 마음고생할 거면 결혼을 왜 하나 싶다.
너무 심란하다.. 내 일이 아닌데도..
내게 일어날 일처럼 느껴진다..
이혼예정이 없는, 그냥 부부들도 고생스러워 보이긴
매한가지다. 못 헤어져 살고, 애들 땜에 산단다.
결혼하면 애 꼭 낳으란다. 애라도 있어야 그나마 살아진단다.
애'라도' 있어야 살아'지는' 결혼이라니..
말만으로도 신물이 난다.
나도 평생 혼자, 죽을때도 혼자 라는 건 무섭다.
결혼해야겠다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근데 이런 사례들이 많으니 섣불리 맘이 가지지가 않는다.
뭔가 행복한 사례들이 많이 보고 싶은데
내 주변엔 딱 반반 인 것 같다.
아니,반반도 아닌 것 같다.
내 주변의 행복한 부부?
아니 행복해 '보이는' 부부지..
어차피 나는 그들의 결혼생활을 다는 알지 못한다
겉으로 보여진 것만으로 판단할 뿐.. 겉치레로 일단
행복해 보이는 부부라도 속에는 무슨 문제가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이제 나는 결혼적령기 라는 단어에 이의를 제기한다..
어째서 모든 사람이,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그 시기가
거의 2-30대인 것인가?
세상의 그 많은 사람이 단 하나의
인연을 만나는 그 쉽지 않은 일이, 2-30대에 몰아서 일어난다는 거
참 우습다. 말이 안되지 않나?
그럼 결론은?
그 사람들은 아마도, '결혼하기에 알맞은'상대를 골라
식을 치룬 것이다..그리고 살다 보니 잡음이 일어나고
그 잡음 때문에 고통스럽고, 애들 좀 낳고 살면서 정으로 버티고,
그러다 간혹 더 눈이 가는 이성도 만나서 바람도 나고..
'알맞은'상대를 만나서 한 결혼이라면 살다가
바람이 나는 건 거의 필연적인 요소 아닌가?
그래서 몰래 딴놈 딴년 만나고 안 들키려고 별 수를 다 쓰고
죽네 사네 난리도 피고..
이쯤되면 내게 있어 결혼은 로또처럼 보인다..
최대한 꽝 안걸리려고 머리를 굴리고 굴리고 굴려보지만
그래도 어떤 이들은 걸리고야 마는, 그래서 인생 잡쳤다고 한탄을 하는
고약한 노름판처럼 느껴진다.
지금의 내게 있어 결혼은 인생의 목표도, 어떤 지향점도,
즐거운 꿈도 아니다 ..그저 언젠가 '해치워야 될'골칫거리다..
누군가 후덕한 인생 선배가 나타나서 뒷머리를 한번 쳐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잘 살고 있는 나도 있으니 후딱 시집가서 애나 씀풍 낳아'라고
해줬으면 좋겠다. 도무지 그래줄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결혼..너무 고민스럽다..
쌓인 일도 많건만 지인의 소식을 접하니
심란해지고 머릿속이 복잡해서
이렇게 쓰기라도 해야 풀릴 것 같았다.
홀가분히 잠들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