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찾는 중소기업 사장의 격정 인터뷰
"신라호텔에서 한복입은 사람이 쫒겨나는 것만 뉴스가 아닙니다. 사람을 뽑기 위해 대학가를 찾은 중소기업 사장도 정문 문턱도 넘지 못하고 쫒겨나는 판입니다." 위키트리에 자신의 사연을 제보한 한 남성의 목소리엔 절박함과 비장함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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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여학생(25)이 외무고시에 실패하자 지난 15일 자살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심각한 인력난에 빠진 한 중소기업체의 사장이 '일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샌드위치 맨(sandwich man)으로 파격 변신을 하고 대학가로 직접 찾아 나섰다. 이른바 '바보찾기 프로젝트'.
화제의 주인공은 (주)인키움(www.inkium.com)의 조재천 대표이사. 삼성 SDS에서 17년간 교육사업을 담당했던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전략기획실장인 김상범 상무이사만 달랑 대동한체 13일 오전 7시부터 저녁까지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등 대학이 몰려있는 신촌의 대학가와 신촌역에서 '인재찾기 프로젝트'에 나섰다.
연세대등에서 정문을 지키는 경비원들에게 '우리 학교 학생들은 그런 작은 회사에 관심없어요. 오늘 브리티쉬 어메리칸 토바코(이대의 경우 롯데 설명회)에서 취업설명회를 하는데도 참석하는 학생들이 별로 없습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졸업하면 전부 취직합니다. 학교밖으로 나가세요"라는 소리를 들으며 내쫒겼다. 신촌가의 대학들로 부터 수모를 당한 그는 신촌역으로 갔으나 그곳에서도 '잡상인 출입금지'라며 내쫒겼다.샌드위치 맨으로 변신한 그를 눈여겨 보는 대학생들도 없었다.
"오죽 답답하면 이렇게까지 나섰겠습니까? 도통 인재를 구할 수 없어요. 사실 지난 달 내내 하루도 빼지 않고 신입사원 면접을 봤습니다.그런데 면접 오는 사람들이 기본 자세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면접시간에 지각하는 사람때문에 오히려 대표이사인 제가 기다립니다. 아예 연락도 없이 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선 간단한 영어와 한자 3개를 쓰도록 합니다. 영어스피치는 영어로 질문하고 영어 또는 한국말로 답변하는 겁니다. 그래도 영어는 좀 해요. 한자는 대한민국,인재개발,기업이념 세단어를 써보라고 합니다. A대 국어국문과, B 대 중어중문과 학생도 못쓰더군요. 저희 회사는 인재개발을 위한 교육회사라 프레젠데티션 능력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면접을 해보면 한자를 쓰고 못쓰고를 떠나 아예 열정이 없어요. '꼭' 이 회사를 다녀야겠다는"
"인키움은 2000년 설립해 11년 된 회사입니다. 같은 업종 6,000개 회사중 'TOP 5'에 듭니다. 교육회사인 CREDU가 1위, 삼성 SDS e-CAMPUS가 2위, 그 다음이 저희 회사입니다. 연매출이 110억정도되고 2년뒤 상장할 계획도 있습니다.주요 비지니스는 직장인과 관련된 on & off 교육과 역량진단사업이고 올해부터 '청소년의 프레젠테이션 능력 함양 교육'을 집중사업으로 키울 생각입니다. 구로 디지탈벨리에 사옥도 구입했습니다. 직원은 60명 수준입니다. 서비스업 110억 매출은 제조업 700억~1,000억짜리 규모의 회사입니다. 그런데도 사람을 못구합니다. 이곳 12,000개의 기업 중 68%가 종업원 10명 미만입니다.이들 회사에선 사람 구하는 것을 아예 포기했습니다."
"왜요? 모두들 대기업만 가려하기 때문입니다. 삼성,SK,LG 등만 들어가려고 취업 재수 삼수하는거죠. 직원 대우요? 삼성같은 대기업이 초봉 3,500 만원정도 준다고 합니다. 저희 회사에선 2,200정도 줍니다.솔찍히 대기업에 들어가는 인재가 저희 회사에 오면 그 정도 줄 수 있습니다. 대기업의 직원 하나가 중소기업 직원 둘보다 일을 더하기 때문입니다. 즉, 두명쓰고 4,400 만원 주느니 '인재에게 3,500 만원 주겠다"는 겁니다. 대기업에선 노동강도가 말도 못하게 셉니다. 밤 12시까지 퇴근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 합니다. 저희요? 그렇게 하면 나갑니다. 달래서 씁니다. 제가 삼성에 있을 때 팀원들을 혹독하게 일 시켰습니다. 그래서 못이겨 나가면 또 들어 올 사람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에선 그렇게 일시키면 붙어있을 사람이 없습니다."
"인키움은 교육기관이라 우수한 인재가 정말 많이 필요한데, 몇년 전부터는 인재를 뽑을 수가 없어 자체 양성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대학원 진학시 50%의 학비(연 8백만원)를 지원합니다. 현재 박사과정 3명, 석사과정 5명을 지원하고 있어요."
"구인광고하고 면접보고 뽑으면 뭐합니까? 기껏 합격자를 통보하면 "생각해 보고 삼일내에 답을 주겠다"고 합니다.또 막상 출근하겠다고 하고도 당일에 출근을 안합니다. 핸드폰으로 연락도 안돠고요. 미칩니다."
"그래도 또 합니다. 이번엔 숭실대학을 가고 다음 주엔 한신대학과 지방대학들을 순회할 생각입니다. 프로젝트명도 바꿨습니다. '인재찾기'가 아니라 '바보찾기 프로젝트'로요. "
15일 '바보찾기 프로젝트' 간판으로 샌드위치맨이 되어 숭실대를 찾은 그는 경비원에게 또 쫒겨났다.그는 결국 출입금지 노란 입간판밖의 길거리에서 '바보찾기 프로젝트' 간판을 목에 걸고 구인전단지를 나눠주며 한참을 보내다가 별 소득없이 돌아섰다. "그래도 오늘은 신촌에 갔을때보단 좀 나아요"하면 바보처럼 웃는다.
"우리가 찾는 인재상이요? 5가지입니다.이 조건만 되면 언제든지 누구든지 대환영입니다."
"중소기업 인재난 해결책이요? 정부부터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라는 분리에서부터 중소기업을 깔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전문기업' 육성정책을 써야죠. 가령 저희 회사 같으면 '교육전문기업'으로요. 얼마전 이재오 장관이 하시는 말씀 듣고 놀랐습니다.중소기업에서 1~2년 일하고 대기업 입사자격을 주라니요?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위한 인턴기관입니까? 그리고 1~2년 키워 대기업으로 가면 중소기업은 어떻게 삽니까? 그러지 않아도 전 산업분야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죽이고 있는 판인데요. 전문기업 육성정책과 중소기업 경영자의 의식교육 지원 및 취업준비생에 대한 종합적인 취업정보를 제공을 해야 합니다.그 때까지 기다리다 죽을 수 없으니 전 직접 대학으로 찾아다닐겁니다.찾아야죠. 바보를. 중소기업에 올 바보를요....그래서 회사 키워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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