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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처럼 털털하지 않는 아이인데
사랑 받는 순간 털털해지기 시작해요
자꾸 다치고 자꾸만 아파서 관심을 독차지하려고 해요.
이게 나쁜 걸지도 모르겠는데
내 사랑의 방법인가봐요
당신을 처음보던 6월,
태어나서 처음으로 면도를 했어요
애 처럼 보이는건 너무 싫어서
다리를 팔을 비누거품을 바르고
면도기로 슥 슥-
근데 방향을 거꾸로 밀었던 건지 그만 욕실이 피범벅이 되고 말았어요
팔꿈치, 무릎, 발가락 모두 너무 시려웠어.
면도가 이렇게 아픈건가? 처음 해보는 내가 서툰걸까?
따갑고 아프던 면도는 과거가 되어버리고,
처음 만났어요 우리는
낯선도시 모르는 골목들이 가득한
그런 곳에 우리 둘만 아는 사이인거죠.
뭐 처음 만났지만,
우린 이 낯선곳에서
사랑에 빠질 예정이거든요.
당신이 내 팔꿈치의 데일밴드를 보고 왜 그렇느냐 물었죠.
"면도 했어요"라고 할 수 없잖아요
"꿍 찧었어요" 라고 했지요
사실 긴 원피스속 무릎도 발가락도 모두 데일밴드가 납작 엎드려 있지만요.
나는요
당신이 혹시 데일밴드를 열어보자고 할까봐
두근 두근 했어요.
사실 쿵 찧었어요는 멍든 상처일테니까
피가 나는 길이나 석삼 三 자로 찍혀진 팔꿈치는 보여주기 싫었어요.
네시간 반,
당신이 운전해서 나를 만나러 온 시간.
주말에 차를 가지고 낯선도시를 처음 보는 나를 만나러
여기까지 와줬죠.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에
카페에서 거울도 좀 보고
시원한거 마시면서 엽서도 쓰고 싶었는데 왠 걸, 사람이 없어서
시원하고 좋을 법 했던 카페가
오래된 전통찻집이어서 그런지
화장실 거울이 조그마했어요.
손 씻는 비누조차 말라비틀어져서 한숨을 자아냈어요.
오늘만큼은 완벽하고 싶은데...
뭐 화장실이 완벽하다고
비눗조각이 새것이라고
우리의 첫만남이 완벽해지지는 않겠지만
그 때의 난 불안 불안했거든요.
나를 보고 실망하면 어쩌지?
그 두려움이 엄습해오기 시작했죠.
당신도 그랬죠? 내가 당신을 보고 실망할까 걱정했다고.
포스트잇에 엽서에 쓸 말을 연습했어요.
여기서 엽서내용을 밝혀버린다면 나를 눈치채버릴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쓰지는 않을래요. 단 한줄 짜리 내 마음.
한번도 당신을 만나 본 적이 없지만
당신을 좋아하는 것 이상의 마음이었답니다.
누군가는 말도 안돼 이해할 수 없어 라던가
사이버 연애하냐고 비웃을 지도 모르죠.
근데 알고있어요. 그런것 쯤은 제게 당신에게도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우리가 진짜니까. 남들이 바라보는 모든것은 어떤 의미도 없는거죠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좋아하고 그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악기의 소리를 쫓는 당신
"클래식 좋아해요 시간이 흘러도 사랑을 노래하는 건 300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 느껴지잖아요"
라고 운을 띄웠더니
"변하지 않는 가치, 사랑 그리고 믿음 다른 예술적 표현에 있어서 조금은 더 자유로울 수 있었던 유일한 분야죠.
인류는 발전하는데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하이든을 넘어서는 아티스트가 없어요 신기해요."
라고 답했어요.
사실 클래식 같은거 잘몰라요.
그냥 거장의 생애나 거장의 어떤상황에서 음악이 탄생했는지 정도 조금밖에 몰라요.
헨델 하면 헨델의 수상음악 정도 얕게 알지만
당신때문에 몰래 클래식에 대해서 읽기시작했죠.
언젠가 당신이 얘기하면 대화할 수 있도록
사랑은 참 대단하죠?
클래식 듣는건 좋아하지만 전혀 모르며 관심도 없던 제가
당신이 언제 꺼낼지 모르는 "클래식" 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이끌지 모른다 싶어 몰래 공부하는 나.
몰래 공부하면서 내내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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