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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34585
    작성자 : 봄Ω
    추천 : 187
    조회수 : 40677
    IP : 118.36.***.136
    댓글 : 84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0/03/26 00:13:44
    원글작성시간 : 2010/03/25 11:05:56
    http://todayhumor.com/?bestofbest_34585 모바일
    12살연상과 교제중입니다. 소중한 댓글 부탁드려요 글이 길어요~



    고민게시판에는 이번에 처음 글을 올리는 듯 합니다.

    오유의 고민게시판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얼마나 진지하고 사려깊은지 잘 모르기 때문에 
    글의 댓글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면 글을 지우겠습니다...
    (오유 고민게시판 보시는 분들을 깎아내리자는 의도가 아니니 양해바랍니다 (__)

    올해 21살입니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공부도 어느정도하고 놀기도 참 잘놀던 철없는 학생이었고
    가정배경 역시 어느 집안 못지 않았기에 "어려움"을 모르고 자랐습니다.

    그러다 17살에 부모님 사업이 망하면서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고
    서울 근교의 한 고시텔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집안사정은 생략할께요)

    처음엔 뜻밖의 독립과 혼자할수있다는 자신감에 부풀어서
    마냥 지금의 독립이 행복했고 기뻤습니다.

    하지만 눈을 감고 떠보니 17살에 모든걸 혼자 해나가야 된다는 책임감이 무섭게 엄습해왔고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습니다.

    알바를 해본적도 없으며 돈을 벌어본적도 없고 
    혼자 밥을 해먹어본적도 거의 없던,
    그저 부모님의 지원 아래 놀기에 급급하고 자존심만 쎘던 학생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을 극복하기란 여간 쉬운일이 아니었죠.


    거의 반년을 폐인처럼 하루 세끼 라면 먹고 밤에 혼자 울면서 원망했던건 
    차라리 애초부터 힘들게 자랐으면 이런 상황에 적응이라도 하겠지...하는 철없는 생각이었고

    18살에 펜을 잡고 검정고시 합격 후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일년을 또 그렇게 보내고 19살에 다시 펜을 잡았지만 
    혼자서 어떤 지원도 없이 공부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그제서야 실감했습니다.

    1년을 또 허비하고 20살.
    부모님께서 아주 작은 일을 맡게 되면서 작은 단칸방을 얻게 되었고 
    수능을 위한 교제비까지 마련이 되는 상황이 왔습니다.

    20살 11월 본 수능은 저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겨주었고
    그리고 올해, 어렵지만 삼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모아둔 알바비를 모두 털어서 학비에 지원중이고 주말 알바로 생활비에 보태는 실정입니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네요 ㅡㅡ;;;;;;;;;;;;;;; 

    이제 시작인데..여튼..


    작년 8월 초에 만난 누나가 한명있습니다.
    저와 띠동갑이고 과외선생님이 직업이라면 직업이었죠.

    수리가 약했던 터라 과외비가 싼부분도 없지않아 있어서 
    8월부터 과외를 시작했습니다.

    나이가 있는 과외선생님이라고 하기엔 마음이 참 여렸고
    지금이야 알지만 "아..나이차가 이렇게 있어도 호감이 갈수가 있구나" 
    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쪽 역시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동생이 사고쳐서 임신하고 
    누나 명의 카드로 데이트 비용으로 몇백만원을 쓰고 뗌빵하러 돈벌러 다니는 동안
    결국엔 집안에 있는 책,컴퓨터,옷같은 중고물품을 다 팔아버리고 잠수라고 하더군요.

    서로 사정이 힘들다보니 사제관계는 온대간대없고 누나동생으로 지내게 되었고
    과외 시간이 어중띨때는 저희집에서 좀 머물러 있다 가기도 했습니다.

    띠동갑 커플은 범죄다, 힘들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기에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마음이 갔고 
    친해진 이후 그쪽에서도 마음을 어느정도 열기 시작했고
    서로 혼란스러운 시간들이 계속 지나갔습니다.


    11월, 술 한잔 하면서 제가 고백했습니다.
    만나자고 한 건 저였고 장난으로 1프로도 받아들이지 않고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당연히 "안돼"라고 대답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사람도 잊혀질거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드는건
    아쉬움과 제 자신에 대한 분이었습니다.
    왜 나를 더 어필하지 못했나, 내 전부를 왜 보여주지 못했나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렇게 한달여간을 후회와 아쉬움에 술로 힘들어하며 지냈습니다.
    4년만에 정말 사랑할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한참 친구들 만나고, 같이 웃고 떠들면서 노는걸 좋아할 시기에 
    오히려 친구도,선후배관계도 모두 끊어진 4년만에 정말 어렵게 굳게닫힌 마음을 열었는데
    이렇게 깨져버리니 깜깜한 앞날에 한숨부터 나오고 눈물부터 나왔습니다.


    그러던 12월 중순.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고 지금 저희집 근처라고 하더군요
    무슨일이냐고 묻자 한 2주정도 시골에 내려가 있다가 생각좀 정리하고 왔다고 합니다.
    뭐..거의 할렐루야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전화가 끊어지면 모든게 수포로 돌아갈것같은 두려움에 
    전화도 끊지 못하고 전화기를 그 사람과 5미터 앞에서까지 받으면서 왔었습니다.

    조용한 술집에 들어가 나눈 이야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어릴적부터 힘들게 살아와서 연애경험도 별로 없고 
    사회생활을 일찍 접하고 많은 경험을 하다보니 12살차라는 세대차이가 얼마나 큰지도 잘 안다
    나도 니가 너무 좋고, 과외가 아닌 여자대남자로써 너무 흔들리고 
    생각이 철없지 않아서 참 좋은데 
    이렇게 시작한 만남이 나중에 생각이 바껴서 헤어져버리면 난 모든걸 포기해야 해
    벌써 서른셋이고 결혼할 나이야.

    근데 이건 내가 알아...지금 내가 너를 만나지 않고 결혼을 준비할 상황도 안되고 
    너를 만나고 이렇게 감정의 혼란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갚을 돈이 산더미에, 취직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서른셋이란 나이에 
    그렇게 힘들게 벌어왔지만 모아둔 돈 하나 없는 실정이야.

    나 역시 말도안되는 관계라고 생각해
    하지만 나도 니가 너무 좋아. 
    어짜피 결혼도 안하고 이렇게 무의미하게 돈만 벌어서 메꾸고 죽는 인생을 사느니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너를 지금 만날께.

    ----------------------


    12월 중순.
    그렇게 저희의 믿어지지 않는 연애는 시작되었습니다.

    서로가 지금 처한 상황이 어떤지 알고, 서로에 대한 문제로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알기에
    12살이란 나이차는 정말 나이에 불과했습니다.


    2달여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지금은 조그만 원룸을 얻어서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다시 펜을 잡고 집중해야 할 이유가 확실히 생겼고
    누나 역시 저와 마찬가지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세대차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없더군요.
    나이로 인하여 서로 걱정되는게 딱 한가지 있다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됬을때 내가 더 빨리 죽겠지 하는 걱정..입니다
    그렇게 말할정도로 지금 서로에게 세대차로 인한 벽은 없는 상황이구요.

    만난지는 이제 4달 넘어갑니다.


    저는 지금 하루 5시간 자면서 주말알바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학업에 열중하고 있고
    누나는 학생과외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1,2월 버는 돈마다 진탕쓰다가 서로가 약속도 하지 않았지만 
    주어진 상황에 맞게 정말 열심히 지내는 중입니다.

    같이한 시간이 4개월. 적다면 적은 시간이지만
    4년을 같이한것처럼 서로에 대해 많이 존중해주고 아껴주고 있습니다.
    물론..제 앞에 있을때면 그렇게 이쁘고 귀여울수가 없구요...

    마음이 여리고 결단력이 약해서 거의 모든 일을 저에게 물어보고 하는 편입니다.
    저도 아는게 별로 없으니 도움은 안되지만서도 -.-...
    네비가 고장나서 항상 가는 과외장소도 어딘지 모르겠다 하면 
    항상 전화하면서 네이버지도켜고 인간네비를 도맡아했더니 서울지리는 이제 빠삭하네요.....

    아무튼..글이 정...........말 기네요 ㅠㅠ


    이 글도 완성하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습니다..시간이 없어서 글쓰고 잇고 잇고 하다보니..


    이제는 뭐..서로가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믿음이 너무 커서 
    눈빛만 봐도 알고 정말 알콩달콩~상황은 너무 힘들지만 이쁘게 사랑중입니다.


    이 여자가 나를 떠날꺼란 생각은 이제 안중에도 없고 
    살면서 서로에 대한 이런 확실한 믿음을 느낀적도 이번이 처음이네요.

    밥 한끼를 먹어도 뭘 먹을지 모르고, 어딜 가야하는지 모르고 
    기차바퀴가 세모나다고 우기면 그대로 믿을정도로 참 착하고 순수한 사람입니다.

    그동안 무의미하게 개처럼 돈벌어서 동생 뒷바라지해주고 
    결국 남은건 무일푼이지만 이제 아무것도 잃을게 없으니 괜찮다고
    너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그 여자의 눈빛을 볼때마다 
    이 여자는 절대 흔들리지도, 날 떠나지도 않겠구나 하는 확신이 강하게 듭니다.


    물론 마음이 변할 가능성은 나이도 어린 제가 더 많겠지요.
    하지만 서로 밑바닥까지 기어본 시점에서 이렇게 믿고 사랑하는데 
    저역시 이 사랑 죽을때까지 지키고 가보려 합니다.




    글이 정말 깁니다...
    긴글 읽기 싫어하시는 분들은 그냥 뒤로가기 눌러주시면 되구요..
    혹시 이런 경험이 있거나, 응원해주실 분들은 소중한 댓글 부탁드릴께요.

    살이되고 피가되는 댓글들이 올라와있으면 같이 보고 길이길이 간직하려구요 ^^



    참..최지우 닮았습니다 넘넘 이뻐요 ! ㅎㅎㅎㅎ

    그리고 오유분들 다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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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0/03/25 11:21:58  211.253.***.34  NoviPo
    [4] 2010/03/25 11:22:17  211.189.***.78  수달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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