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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ow_34488
    작성자 : 아니이게누구
    추천 : 18
    조회수 : 2086
    IP : 220.125.***.170
    댓글 : 12개
    등록시간 : 2016/03/13 05:12:42
    http://todayhumor.com/?wow_34488 모바일
    여자친구 와우입문시킨 이야기
    옵션
    • 창작글
    지난 명절

    매형과의 어색한 시간을 떼우기 위해

    나는 피씨방에 갈것을 제안했고

    소싯적 스타1을 즐겨했다며 속삭이던 매형은

    "애도 아니고 무슨 피씨방이냐 허허.."

    라고 말하며 신발을 신고 있었다.

    매형은 피씨방 입구에 바글바글한 초중고딩을 보고선 주저하며

    애들을 보니 쪽팔린다고 하였다.

    "에이 매형 저기봐요 요즘은 어른들도 피씨방 많이 찾는다니깐요."

    어거지로 매형을 의자에 앉히고 음료수를 사오는 길에

    먼발치 구석진 자리에서 와우를 즐기고 있는 여성을 보았다.

    '아직 와우를 하는 사람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지난날을 떠올렸다.



    때는 08년....

    기말고사를 하루 남기고 있었다.

    이동식 포장마차에서 순대를 사온 그녀는

    "나는 시험끝났는데~~"

    순대를 먹으며 날 놀렸다.

    "가라.. 누나 내 진짜 공부 하나도 안했다."

    "너 혼자 외롭게 공부하면 심심하니까 나도 같이 밤새줄게"

    평소 책을 즐겨 읽던 그녀는 

    가방에서 책을 한두권 꺼내며 다정스럽게 말했다.

    내심 기뻣지만 그녀도 오늘 시험이 끝났기에

    "아이다 누나. 누나도 오늘 시험끝나서 피곤할낀데 긱사 들어가서 자라.."

    라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내 의중을 눈치챈건지

    누나는 침대에 누워 날보며 장난이 그득그득한 미소로 응답했다.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지만

    게임을 좋아하며 항상 불만에 가득찼으며

    투박한 사투리를 쓰던 20살이었던 나는

    무려 예쁜 여자친구가 있었다.

    "피곤하면 먼저 자래이. 내 진짜 괜찮다."

    나이는 어리지만 할건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나는 열심히 공부하는 척을 했다.

    이내 누나는 심심했던지 책속에 핸드폰숨겨

    게임을 했다.

    "할거면 그냥하지
    고딩도 아니고 내 참.."

    "방해될까봐 그르지..."

    "이방안에서는 누나 존재 자체가 방해다."

    "나 갈래..."

    "장난좀 친거가꼬 삐지기는 ㅋㅋ
    그카지말고 이거 함 해봐봐. 내가 요새 하는 게임인데 할만하다.
    재미붙으면 내랑 같이해도 되니까 오늘만 함 해볼래?"

    그렇게 내 여자친구에게

    군대간 남자친구도 기다리게 해 준다는 와우 불타는 성전을 소개시켜줬다.

    "맘에 드는 종족 선택하고 이름 지어주면 시작한다."

    호드는 무섭게 생겼는데 왜 하냐며 투덜대더니

    한순간 빵 터진 그녀는

    "이 녹색괴물 너랑 똑같이 생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키는 작지만 덩치는 작지 않았고

    못생겼지만 눈은 순수한게 똑 널 닮았다고 말했다.


    날 보고 오크를 닮았다고 말하는 그녀를 보며

    '지 남자친구가 오크를 닮은게 그리 좋은가..?
    헤어지자는 말인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던 나에게 그녀는 

    "얼라이언스 하면안되?"
    라고 물었다.

    "해도 되지 근데 내랑 채팅도 못하고

    서로 때리기도 하고 죽일수도 있데이..."

    라고 대답하자 마자 인간법사를 만들었다.

    '이여자 분명히 훗날 부트네와 같은 컨트롤로 날 패고선
    헤어지자고 할것 같아...'

    도적을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기본 인터페이스를 알려주었다.

    "WASD가 이동키고 마우스 좌클ㄹ..."

    설명을 하던 도중 그녀는

    대충알겠으니 저리가라는 손짓에 

    나는 조금 서운한 기분으로 공부를 하러 뒤돌아섰다.

    그녀는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키보드소리와 마우스 달칵하는 소리만 들렸다.

    잘하고 있나 싶어 살펴봤더니

    아이템 수리의 개념이 없었던 그녀는

    내구도가 다한 장비를 걸치고 

    곰 한마리와 맨주먹으로 영혼의 맞다이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평소 꼼꼼하고 완벽한 일처리를 보여주며

    과내에서 브레인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곰과 주먹다짐을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 귀여웠고

    뒤에서 그녀를 안으며 수리의 개념을 알려주면

    로멘틱 할거라고 생각하며 그녀를 안았다.

    하지만 곰과의 맞다이에 너무나 심취해 있던 그녀는

    내 안면에 타겟팅으로 엘보우를 시전하였다.


    미안해 하던 그녀에게 수리의 개념을 알려주니

    왜 이제 알려주냐며 대뜸 소리를 질렀다.

    알려줄려고 했는데 니가 저리가라며..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엘보우는 생각보다 강력했기에 참았다.




    예정에 없던 물리적 대미지를 입은 나는

    이내 지쳐 잠이 들었고

    알람소리에 눈을 떠 보니

    그녀는 어제와 똑같은 자세로 앉아있었다.

    건드리면 한번 더 맞을거 같아

    조용히 책만 챙겨 시험을 치르러 학교로 향했다.




    시험을 치르고 오는 길에

    당연히 자고 있을 그녀의 생각에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니... 내방에 들어가는데 왜 도둑놈처럼 들어가야 되냐며

    투덜투덜대며 가방을 집어던지는 나에게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인사를 했고

    책상위 마우스 우측에는 다먹은 컵라면이 있었다.




    와우를 접한 첫날 컵라면으로 허기를 채우며 날밤을 까던 그녀는

    나보다 먼저 만랩이 되었고

    은신을 하고 벌벌 떨고있는 나를 찾아 죽이겠다며

    힐스브래드 구릉지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그녀에게 이내 굴복하고

    얼라이언스 도적을 새로 만들었다.
    출처 외로움에 잠들지 못하는

    한 오징어의 뇌 좌측상단 8년산 뇌세포
    아니이게누구의 꼬릿말입니다
    쑥쓰러워 하던 매형은

    스타를 키자마자 인류의 희망을 짊어진

    짐레이더에 빙의하였으나

    예전같지 않은 우리의 손놀림에

    연패는 필연이었다.

    "매형.. 늦었는데 갈까요?"

    슬슬 피곤해진 나는 슬쩍 운을 띄웠으나

    눈이 시뻘개진 매형은

    "1승만이라도 하고가자"

    라고 말했고

    우리는 1승을 챙기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야 했다.

    간신히 1승을 챙긴 우리는 

    저 약아빠진 저그들에게서 인류를 구원했노라를 외치며

    자축용 맥주와 안주를 사가지고 집으로 향했다.

    마지막 전투에서의 자신의 컨트롤을

    자랑하던 매형은

    거실 쇼파에 앉아있는 누나를 발견하곤 나에게 속삭였다.

    '처남... 저그 수장이 캐리건이지? 근데 그게 왜 저기 앉아있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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