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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344129
    작성자 : 사일런트힐
    추천 : 114
    조회수 : 12407
    IP : 131.123.***.85
    댓글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4/04 09:21:13
    원글작성시간 : 2011/04/04 07:28:50
    http://todayhumor.com/?humorbest_344129 모바일
    제갈량의 첫번째 북벌
    * 오유에는 역사 게시판이 필요합니다.
    * 100% 삼국지 정사를 토대로 쓰여진 글입니다.


    삼국지에 여러 전투가 있지만 아마 가장 큰 이슈가 되는 전투 중 하나가
    아마 제갈량의 북벌일 것입니다. 그 중 첫 번째 북벌은 너무나도 높은 성공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고
    초중반까진 상당히 성공적이었지만 결국에 아쉽게 실패하고 말지요.

    제갈량의 북벌 중에서 그나마 가장 많은 기록이 남아있는지라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제갈량의 의도를 찾는 게 수월한 북벌입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제갈량빠로선 무언가 더 아쉽고 그렇기도 합니다.


    1차 북벌은 일단 후방의 위협을 없애기위해 남만 정벌을 끝내고 제대로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225년 봄에 군사를 이끌고 남쪽으로 간 뒤 그 해 가을 정벌을 마치고 돌아오지요.
    굉장히 빠른 정벌이었고 실질적인 피해도 거의 없었을 거라 봅니다.
    그리고 그 후 남쪽에서 조공되는 물자로 인해 안 그래도 면적대비 생산량이 높은 익주의 물자는 상당히 풍족해 졌습니다.

    그 뿐 아니라 북벌을 대비해 군사 훈련과 제대로 된 전쟁준비를 2년 가까이 합니다.
    마침내 227년 군을 이끌고 한중 면양현에에 주둔하지요. 이 때 그 출사표로 유명한 상소문을 올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건흥 6년(228년) 마침내 제갈량의 첫 번째 북벌이 진행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 다르게 제갈량의 의도는 전한의 수도였던 장안을 점령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장안은 현대에도 상상하기 힘들정도로 엄청난 규모였고 화약무기가 없던 시절 정공법으로 점령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거대한 성이었습니다.

    (장안성의 규모를 대충 요약하면 전체 둘레는 약 25km. 동서남북 각각 평균 6km,
    성벽의 평균 높이는 10m이상, 성벽의 두께는 7~8m, 성 둘레에 파 놓은 해자의 폭은 30m, 깊이는 3m
    의.. 말도 안 되는 규모의 성이었지요. 실제 삼국지 전체에서 장안을 점거한 건 이각이 여포를 상대로 점거한 것이 유일한데,
    당시 10만 규모로 포위를 했고, 그나마도 정공법이 아닌 성 안의 내분에 의해 점령당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지도로 그리면 제갈량의 의도를 더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삼갤 구라뱅뱅님)

    일단 제갈량은 군을 크게 두 부대로 나눕니다.
    하나는 자신의 본대이고 다른 하나는 조운/등지의 별동대이지요.
    위나라와 본대 vs 본대의 전면전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제갈량은 조운/등지로 하여금
    미로 진군하게 하면서 최대한 위나라에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실제 이 때문에 위나라도 군을 나눠야 했는데, 문제는 어떤 게 본대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겠지요.
    그리고 위는 당연히 들어온 정보를 신뢰하게 되고 조운/등지에 자신의 본대를 보냅니다.

    일반적인 상식인 마속 vs장합, 조진 vs 조운의 매치로 생각되는 이 상황은
    당시 대장군이었던 조진 vs 조운, 제갈량 vs 장합의 매치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누가봐도 매치업에선 촉이 유리한 상황이었지요.
    조운은 조진의 본대를 상대로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제갈량의 본대는 기산으로 향하고 순식간에 양주를 점령해 나갑니다.
    이 때 양주의 남안, 천수, 안정의 세군이 촉에 항복을하게 됩니다.


    제갈량의 본대는 천수에 주둔해 당시 북벌의 핵심이었던 가정을 점거하기 위해 가지요.
    가정을 점거한다는 건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가정을 점거함으로써 위군과의 대치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도에서 보면 알겠지만 조운이 미로 향한 루트는 그 길이 너무나도 험난합니다.
    결국 촉군과 위군이 제대로 맞닥들일 수 있는 곳은 가정이 거의 유일하고 이 길목만 잘 지키면
    이동안 제갈량의 본대가 양주를 확실히 점거할 수 있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제갈량이 조운의 군대를 나눈 또 하나의 이유가 보이는데,
    제갈량의 본대가 천수등를 점령하는 사이 조진의 본대가 한중을 점거하는 뒷치기 상황을 예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조진의 본대가 미친척하며 험한 산길을 통과해 천수로 향하는 변수를 모두 막고자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갈량의 꼼꼼한 성격이 여기에서 잘 나타나지요.


    또 하나는 양주 점거위의 국경선을 확실히 긋기 위해서인데,
    전쟁에선 점령도 중요하지만 점령후의 방어 역시 너무나도 중요한 사항입니다.
    그럼 가정을 제대로 점거하면 지도의 빨간선처럼 가정의 루트와 함께 진창, 그리고 위수의 험난한 지형이
    자연스럽게 방어선을 만들어주게 됩니다.
    쉽게 말해 가정, 진창, 한중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국가 경계선이 생기는 것이지요.

    보다싶이 제갈량의 북벌은 절대 장안의 점령이 목적이 아닌 양옹주를 갈라 대치하기위한 의도가 확실히 보입니다.
    (당연히 위연의 자오곡계책은 그 현실성도 없을뿐더러, 제갈량의 그림과도 완전히 동떨어진 계책이었습니다.)


    이렇게 천수를 점령하던 제갈량은 가정으로 진격중인 장합을 막기위해 선봉대를 보내지요.
    이 때 선봉을 맡기로 논의가 된 장수로는 위연, 오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위연은 이 작전에 투입되기에는 마속보다 더 적합치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오천만 땡겨줘요, 그럼 장안으로 돌진할게요. 하는 위연에게 적과 맞써 전면전을 벌이는 게 아닌,
    대치 방어를 해야하는 상황의 장수로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요.
    앞에서 말했듯이 가정에서 촉은 위군을 상대로 전면전을 해서도,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럼 남은 것은 오의와 마속뿐인데, 오의는 위연과 다르게 전쟁경험이 그렇게 월등히 많지도 않았고
    황실의 외척인지라 평소 자신이 옆에서 그 재능을 지켜보단 마속을 더 신용합니다만...
    아시다싶이 이는 제갈량의 가장 큰 실수, 너무나도 결정적인 실수였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제갈량의 꼼꼼한 성격은 나오는데, 당시 위연이외에 가장 전쟁경험이 많았던
    위에서 투항한 장수인 왕평을 부장으로 딸려 보냅니다.


    가정에서 해야할 마속의 역할은 아주 뚜렷했는데, 바로 처음 조운/등지가 했던 그 역할.
    그걸 하는 것이 마속의 임무였지요. 최대한 전면전을 피하고 시간을 끌며 대치상황으로 만드는 것.
    그런데 여기에서 마속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바로 등산, 거점을 버리고 산으로 올라가버리지요.
    왕평은 마속에게 진언하지만 제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황당한 건 적군인 장합도 마찬가지였을테고
    너 대체 뭐하는 것임? 하는 생각으로 물길을 끊어버리고 이에 촉군은 당황하게 됩니다.
    마속은 이마저도 제대로 정돈하지 못하고 장합의 공격에 대패를하게 되지요.

    이 때 유일하게 왕평만이 자신의 밑의 천명의 장수를 잘 통솔해 흩어졌던 군을 다시 모으고 천천히 후퇴합니다.
    이 전투에 참가했던 거의 모든 장수들, 장휴, 이성, 황습등이 벌을 면치 못하는데 오직 왕평만이 승진하게 됩니다.


    이렇게 거점을 잃어버린 제갈량은 가정을 잃음으로써 처음 그렸던 방어선이 깨져버렸고
    가정으로 진격하자니 거점이 없고 천수에서 전면전을 하자니 부담이 너무 심해 결국 천수에 있는 천세대의 가구만
    강제로 한중으로 이주시키며 후퇴합니다..

    그리고 마속은 참수당하고 제갈량은 병사들에게 사죄하며,
    스스로 관직을 우장군으로 강등하는 것으로써 첫번째 북벌은 끝나게 되는 것이지요.

    이로써 가장 성공확률이 높았고 준비가 잘 되었던 제갈량의 북벌은 실패로 돌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성공했냐, 실패했냐가 아닌 제갈량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전쟁에 임했느냐를 보면 훨씬 더 재미있고 깊게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 오유에는 역사 게시판이 필요합니다.
    사일런트힐의 꼬릿말입니다
    인터넷 어딘가에서 그런 말을 봤다.
     
    '영화 하나가 잘만들었니 못만들었니로
    티비 토론을 할만큼 세상에 큰 논란이 없었던
    그 때가 그립다.'

    대통령부터 정치권, 헌재까지..
    모든 사건, 모든 발언 하나하나가 비상식적이기만하고
    민주주의와 다양성이라는 단어들이 너무나 가볍고
    가치가 없게 느껴진다. 

    이 나라엔 진보와 보수가 있는 게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만 남아 있다는 이 느낌이
    군사정부를 겪지 않았던 내 세대에겐
    너무 낯설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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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1/04/04 08:07:27  211.108.***.43  
    [4] 2011/04/04 08:09:56  59.2.***.36  데크
    [5] 2011/04/04 08:16:29  125.146.***.225  장성급이등병
    [6] 2011/04/04 08:23:57  211.44.***.198  
    [7] 2011/04/04 08:27:28  211.220.***.174  
    [8] 2011/04/04 08:48:11  115.89.***.17  
    [9] 2011/04/04 08:49:03  175.215.***.16  응익0益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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