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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34409
    작성자 : 김thㅐ콤
    추천 : 17
    조회수 : 2398
    IP : 121.136.***.24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1/05/04 17:25:09
    http://todayhumor.com/?lovestory_34409 모바일
    어느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23세 여성입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몇가지 기억남는 일들이 있어서 이렇게 끄적여 보려고 해요

    19살때 부터 까** 보안팀에 입사하여 매장입구 도우미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까**가 이랜드로 인수되고 다시 홈***로 인수되기까지...
    그 과정속에서도 한 스토어에서 오래 있다보니 제 업무는 매장입구 도우미가 아닌
    절도검거가 주 담당이 되었습니다.

    마트에서 훔치는 사람이 별로 없을것이라 생각하시겠지만 의외로 정말 많습니다.
    그러나 세상살이 힘이들어 훔치는 분은 극소수일뿐..
    대부분 훔친 물건들을 보면 힘이 들어서 훔쳤다는 물건들은
    전부 다 고가의 상품들이였고
    심지어 자기 소유의 차랑도 있는 분들도
    그 동네에서 꽤나 비싸다는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도 
    지갑 핸드백도 전부 명품인 분들..

    정말 먹고살기 어려워서 생필품을 훔친 고객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했기에 절도한 사람이 오면 대부분 안좋은 생각들 뿐이였습니다.
    어렵다고 훔친 물건이 MP3이고 고가의 벨트이고 고가의 모자이고..


    그날도 어김없이 방재실에서 CCTV를 보는데

    어느 한 아주머니 고객님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매장을 이곳저곳 누비셨습니다.
    약간 꾀재재한 모습이였고 아이는 칭얼대는 모습이 보였죠.

    그런데 아주머니께서 유모차 아래 짐을 싣는 공간에 분유 2통을 눕혀놓고
    다시 매장을 이곳저곳 다니시더니 계산도 하지 않은채 매장밖으로 나가셨습니다.

    물론 분유 2통 이외에 다른것 훔친것 하나 없었습니다.

    대부분 절도한 사람들을 보면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물품들로만 가득했는데
    막상 그 상황을 보니 그 분의 절박함.. 여자로써의 뭔가 가슴이 저려왔어요
    분유.. 어른들이 먹는 것이 아니라 갓난쟁이 아기가 먹는 것이잖아요
    얼마나 절박했으면 얼마나 힘이들었으면 얼마나 아이가 배가 고팠으면... 이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지금 저의 임무는 절도 검거인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했습니다.
    보통 절도하는 모습을 보는 즉시 팀장님에게 보고 해야 하는데 보고 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CCTV는 아주머니를 찍고 있었고 보관되는 자료이기 때문에 
    모른척 지나 갈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밖으로 나가서 아주머니 따라가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보통 대부분 절도 하신분들은 단호히 아니라며 화를 내거나 들먹거렸는데
    어주머니는 제가 잡자마자 주저앉고 잘못했다면서 미안하다면서 펑펑 우시더군요
    아주머니가 우니 칭얼대는 갓난아기 마저 같이 울더군요


    같은 여자잖아요.
    아기가 먹을 밥이잖아요.
    단지 저 아주머니가 배가고파서 먹는것도 아니라 자기 새끼가 배가 고파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훔치기라고 해야했던 어머니 심정이 왠지 뼈저리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아직 미혼 이지만 제가 언젠가 결혼을 한다면 
    또 저 역시 아이 모유하나 먹이기 힘들만큼 그러한 상황이라면
    저 역시 그 아주머니와 같은 절도를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주머니에게 제가 일단 계산을 해드린다고 했습니다.

    세상에.. 
    분유값이 그렇게 비싼줄 미처 몰랐습니다.
    2통 사는데 5만원이 넘어가더군요.

    뭐.. 저는 생존 때문이 아니라 학비 모으려고 아르바이트 하는 것이고
    10시간 내내 마트에 있다보니 
    친구들 만날일도 거의 없었고 돈 쓸일도 없고 해서 계산해 드렸습니다.

    아주머니께서 왜 제가 계산 하냐고 물어 보시길래
    그냥... 아기가 너무 예뻐서 선물해 주는 거라고 둘러대고 계산해 드리고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왠지 보안요원 으로써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죄책감도 있었고
    CCTV자료는 보존되기 때문에 언젠가 들킬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에
    석달이 지난 후 회식 자리에서 팀장님께 솔직하게 말씀 드렸습니다.

    혼이 날줄 알았는데...
    팀장님께서 지갑에서 저에게 10만원짜리 수표 한장을 주셨습니다.

    분유 2통 값이랑 나머지 잔돈은 잘했다는 칭찬의 의미 보너스 라고 저에게 주셨습니다.

    지금 약 2년이나 지난 일인데 그 아기는 지금쯤 아장아장 걸어다니고 있겠죠?


    그리고 현재 남자친구에게 이런 경험을 이야기 해줬더니
    저보고 하는 말이 앞으로 그런 분들 보면 제가 계산해 주고 자기에게 말하라고 하더라구요
    자기가 계산한 값을 주겠다고..

    정말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고 그저 길거리 적십자 같은 곳에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목격하는 즉시 도와주는 것이 최고의 방법 아니겠냐며..
    자기는 그런 경험을 할 상황이 되질 않으니 그런 일이 있으면 자기에게 말을 하라고 하더군요.


    삭막하고 이기적이고 물질만능주의인 세상이라고 느껴졌던 저에게
    이런저런 일을 겪고 보면서..
    세상은 아직 따뜻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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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04 17:27:09  210.1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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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1/05/04 17:30:31  165.246.***.31  bpark
    [4] 2011/05/04 17:35:23  123.142.***.157  
    [5] 2011/05/04 17:36:09  165.243.***.20  
    [6] 2011/05/04 17:48:02  121.139.***.8  
    [7] 2011/05/04 17:58:13  118.35.***.86  샤벨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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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11/05/04 18:40:46  58.123.***.237  우악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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