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갖고 있는 젠하이져 헤드폰이 앰프에 물리면 소리가 더 좋아진다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입문자인지라 팔랑귀처럼 믿어서 지난 3일간 헤드폰 앰프에 대한 공부를 좀 해 보면서 느낀 점을 공유하고 싶어서 끄적여 봅니다.
저는 집적 회로 설계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이라서 식음을 전폐하고 이것만 죽어라 파는 폭발하는 제 잉여력과 3일이라는 시간이 일반인분들의 3일과는 좀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점만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논문 주제 연구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3일 동안 이 것만 판 듯.
일단 증폭기 관련 이론은 90년대 이후로는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특히나 이런 저주파 설계는 이젠 연구할 가치가 없는 토픽이죠. 주변에 회로 박사가 있다면 물어보세요. 그렇기 때문에 앰프가 발전한다면 더 나은 설계 때문이 아니라 단지 공정쪽에서 발전이 일어났기에 좋아질 가능성이 높지요.
처음에 헤드폰 앰프에 대한 얘기를 head-fi 같은 양덕 사이트에서 읽으면서 XXX 헤드폰을 YYY 앰프에 물리면 붸리 좋은 소리가 마쿠 마쿠 들려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헤드폰 앰프를 찾아봤습니다. 왠만한 "좋다는" 앰프는 가격이 엄청 세더라구요. 그래서 도대체 이 박스들에 뭐가 들어있는지 전공자로선 궁금하기에 도면을 보고싶어서 여기저기 찾아봤습니다. 결국 찾은 것은 2단 op amp더군요. 허허허...
시중에서 아무리 비싸도 5불이면 살 수 있는 op amp를 2개 연결해 놓고 몇백불씩 받아먹는다니 갑자기 오디오 기기 회사를 차리고 싶은 욕망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저는 양심이 있는 사람이기에 패스. 인류발전을 위해선 제 능력을 다른 곳에 쓰고 싶군요.
저와 같은 입문자 분들에게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헤드폰 앰프란 말 그대로 Amplifier = 증폭기입니다.
정확히 언제 써야 하냐면 내가 갖고 있는 오디오 소스가 내 헤드폰에 물렸을 때 헤드폰에서 소리가 크지 않을 때 쓰시면 되요.
저는 HD600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헤드폰의 경우 Sensitivity가 97 dB/mW라고 합니다.
이는 쉽게 설명 하면 헤드폰에 1 mW의 전력을 줬을 경우 내가 듣는 소리 (SPL: Sound pressure level)이 97 dB가 된다고 하네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기를 눌러 보시면 아시겠지만
110 dB의 SPL이란 1 미터 밖에서 제이슨이 전기톱을 들고 쫓아올 때 볼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정도 SPL에서 1분 이상 귀가 노출 되면 청력이 손상 된다고 합니다!
97 dB만 하더라도 (고작 1mW를 줬을 때 젠하이져 HD600이 낼 수 있는 볼륨) 30분 이상 들으면 귀가 망가진다고 합니다. 여러분 소리 작게 해서 음악 들으세요;;
--- 요기는 생략 가능----
참고로 20 mW의 전력을 300옴에 주려면 앰프에서 2.449 Vrms가 나와야 되요 (peak 전압 3.46 V). 1 mW를 걸려면 540 mVrms 만 걸어도 되요. 엄청 적은 양의 전압입니다. peak 전압으로 계산하면 770 mV인데 770 mV 이상으로 걸리면 30분안에 귀 망가지니까 평균적으로는 이 것보다 훨씬 적게 걸려야 되거든요? 회로를 발로 설계 해도 5 V 서플라이에서 (USB에서 나오는 전압이 +-5V) 770 mV 걸린다고 distortion이 일어나면 다시 학교가서 공부해야 됩니다. 그렇기에 왠만한 앰프들의 THD를 보면 어마어마하게 낮습니다. 자기들끼리 비교하면서 우리가 더 높다고 얘기 하는데 도찐개찐이에요. 우리 귀엔 차이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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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우리 귀가 손상을 입지 않고도 1시간 정도 (클래식 음반 하나가 보통 70분 정도 하지요?) 들으려면 평균 SPL이 94 dB 이하여야 되는데 이게 97 dB/mW짜리 헤드폰에서는 0.5 mW가 필요해요.
아까 걸린 전압의 반도 안 걸리죠.
이 정도의 전압은 심지어 제 마더보드에 달린 realtek 오디오 칩셋도 충분히 줄 수 있는 전압입니다.
궁금해서 방금 제 삼성 갤럭시 노트3에도 물려 봤는데 심지어 핸드폰도 잘 들리네요.
그렇기에 지금 출력기기에서 충분한 음량을 확보 할 수 있다면 앰프는 없어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HD 600에 몇십만원짜리 앰프를 물려서 듣느니 차라리 HD800을 사는게 개이득이라고 생각하네요.
그럼 왜 앰프를 물리면 소리가 달라지느냐?
만약 정말로 눈 가리고 들어도 소리가 다르다면 그건 앰프가 소리를 왜곡시키기 때문입니다.
잘 못 디자인 된 앰프는 다른 주파수에 따라 증폭의 세기가 달라집니다.
이건 잘 못 디자인 된 앰프입니다. 다른 분야에서 이따구로 디자인했다가는 몇 억 날려먹고 상사한테 욕 먹고 회사 잘려요.
아무튼 그런 왜곡 된 소리가 좋으시다면 그건 digital쪽에서 하셔도 전혀 상관 없습니다. (컴퓨터에 내장된 EQ를 쓰세요).
컴퓨터 EQ에 의한 주파수 대역 변화 ----사운드 카드---- 이상적인 헤드폰 앰프 ----- 헤드폰
이 것과
컴퓨터 ------사운드 카드 -- ------------ 앰프가 주는 주파수별 세기 왜곡 - -- 헤드폰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레알.
그렇기 때문에 소리가 잘 들리면 앰프는 노노.
녹음한 이가 들려주고 싶은 것 그대로의 음악을 듣고 싶으시면 차라리 앰프보다는 더 좋은 사운드 카드를 구하시는 게 낫다고 생각이 드네요.
질 좋은 사운드 카드는 안에 내장이 된 DAC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서 헤드폰에 물려주는 장치)가 CD가 갖고 있는 데이타의 양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예를 들면 사블 Z는 24bit DAC을 갖고 있는데 CD는 16bit 뿐이기에 나머지 8비트... 어쩔... 8비트 차이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차이에요. 게다가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그렇게 큰 전압이 걸리지 않아도 우리들의 비싼 헤드폰은 충분히 좋은 소리를 낼 수 있고 사운드카드에 내장 되어 있는 헤드폰 앰프 역시 그 정도의 전압은 마더보트 오디오 칩셋도 낼 수 있기 때문에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골든 이어스 보시면 SB Z가 정말 말도 안 되게 좋은 성능이라는 것을 보실 수 있어요.
너무 길게 주저리 주저리 얘기했네요.
결론은...
헤드폰 앰프나 DAC 같은 주변기기 사시느니 그 돈 갖고 헤드폰을 업그레이드 하시는게 훠어어어어어어어어얼씬더 이득입니다.
컴퓨터로 정말로 질 좋은 소리를 듣고 싶으시면:
1. 소음이 없는 컴퓨터에 그냥 적당한 사운드 카드를 설치하고
2. 개미 걸어다니는게 들릴 수 있는 조용한 곳을 찾아서
3. 볼륨을 최대한 낮추시고 음악을 감상하시면 됩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