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기 싫은 일이 일어났다. 카메라를 잃어버렸다. 한 달간 쌓아온 추억이 송두리채 날아간 듯 하다. 머릿속으로 생생한 이 추억을 꺼내놓을 수 있는 방법이 '글' 말곤 없게 됬다. 잃어버린 장소를 수차례나 왕복했지만 없다. 답답한 마음에 슈퍼보다 다섯배나 비싼 콜라를 사먹었다. 악!!!!!!!!!!!!짜증난다!!!!!!!!!
여기는 린다우~! 아름다운 사자상과 등대가 있는 독일의 호수동네다. 자전거 여행이란것이 큰 도시를 통하기 위해선 작은 도시들을 많이 지나야 하기에, 한 동안 독일인을 제외하고 외국인을 만나기가 힘들었다. 어줍지 않은 독일어로 연명하기를 수 일.. 린다우에 도착하고 나서야 가득한 관광객이 보인다. 특히 중국인들기 굉장히 많다. 뭐지...여기 유명한 곳인가...?-_-흠
어쨋거나 밤엔 더 아름다운 린다우! 사자상과 등대에서 나오는 저 빛은.. 가히 환상적이다. 왜 저 사자상이 저기에 서있는지는 아직도 의문...분명 사자상 앞에 뭐라 써있긴 했는데...^^헤헷.. 언어가 약해소... 그럼에도 저 사자상 앞에서 사진 한방을 꼭 남겨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팍!..
그래서 자전거와 짐을 제쳐두고 사자상 앞으로 뛰어간다! 셀카를 위해 디카를 남겨두고 폰을 집어들고 슈슈슉~~
짜잔~~마음씨 착한 독일 아자씨가 요로코롬 멋진 사진을 남겨주셨다. 찍어주실 줄 알았으면 디카를 챙겨올껄~~ 아자씨께 '당케 당케~~~땡큐 땡큐~~~' 연발하니 '비테 비테~~^^' 기분좋은 머털웃음을 지으신다. 하 이 친절한 아자씨에게 사랑스러운 눈 웃음을 한방 쏴드리고 자전거로 잽싸게 돌아오는데...
없다!!!!!!!!!! 디카가...없다.....!!!!!!!!! 자전거 페니어 위에 곱게 놔둔 디카만 없다... 아...순식간에 주위를 둘러보고는 망연자실 한다. 수 없이 많이 지나가는 중국인 관광객들. 아뿔싸. 여긴 대륙이나 진배없구나...ㅠ.ㅠ 내가 무슨 정신으로 디카를 꺼내놓고 사진을 찍으러 갔을까. 저 사진 한장 찍자고...지난 한달동안 쌓아온 내 사진들이...사라졌다...저 멀리...
잃어버린 근처를 샅샅이 뒤진다. 아무리 봐도 없다. 하...마음 같아선 저 배들까지 다 뒤지고 싶다.
난 정말 정말 덜렁거리는 성격이다. 옷이면 옷, 물건이면 물건, 심지어는 이탈리아에서 체크카드도 잃어버려 여행은 날이 갈수로 고행을 겪는다. 여권을 잃어버리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정도..^^ 해서 꽤나 쉽게 단념하는 편이다. 많이 잃어버려봤기 때문에. 오죽하면 지갑을 살 때 일부러 두개씩 살까...어차피 일어버리니까..
사실....카메라도 언젠간 잃어버릴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기가 너무 빨랐다. 퓌센가 잘츠에서의 훌륭한 사진들이 모두 날라갔다고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 이럴땐 뭘 해야 할까. 마음을 비우고, 도 닦듯 자전거를 타자. 일단 자전거에 오른다. 페달이 무겁지만 다시금 허벅지에 힘을 싣는다.
조금가니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의 대열이~~~ 쪼르르~ 카메라는 금새 잊고 이들 뒤를 바짝 쫒는다. 함께 라이딩하는 기분...^^크크 재밌다
이들을 따라가니~~ 멋진 호수욕장이 나타났다. 자리를 깔고 다시금 글을 쓰기 시작한다.
마음을 비우고 자전거를 타니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본 많은 것들이 남겨지지 못하고 사라졌다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아픈 마음으로 가방을 뒤적이니 쌓인 엽서들이 손 끝에 걸친다. 맞다. 일기들. 사진 말고도, 내겐 많은 '남겨질 것'들이 참 많다. 여행을 다니며 꼼꼼히 기록하고 글을 남겨왔던 지난 시간들이 더욱 진해 진다.
매 도시마다 마음에 드는 엽서를 구매하고, 엽서 위의 장소를 지날 때 글을 남긴다. 럭비공 처럼 튀는 매일의 기분이 고스란히 엽서에 기록되고, 엽서들의 두께로 추억의 깊이가 나타난다. 지금도 지난 여행지의 엽서를 보면 그날의 감정이 오롯이 살아난다. 두근거리는 가슴, 행복한 추억의 일기장은 인생의 보물이 되겠지. 생각하기 싫은 최악의 경험이 조금 색다른 여행을 만들어 간다.
아름다운 광경 앞에서 사진대신 펜을 잡아보자.
그 시간, 그 곳 에서만 느낄수 있는 감정의 기록은
사진으로 스친 기억보다 진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