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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jkl123.com/sub5_1.htm?table=board1&st=view&page=1&id=14667&limit=&keykind=&keyword=&bo_class=
작년까지만 해도 사무실이 너무 추워서 일하기가 힘들 정도라는 공무원 제자들 말을 무심코 흘려들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어느 정도 봐준 것 같아 그리 춥게 지내지는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정부 시책에 절대적으로 협조하는 자세로 바꿨는지 연구실에 들어오면 늘 춥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몸이 얼어 있다가 퇴근길에 나서면 몸이 우들우들 떨릴 때가 많습니다.
전기가 모자라니 아껴써야 한다는 데는 절대적으로 동의합니다.
모든 공무원들이 춥게 지내는데 우리만 따뜻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추운 연구실에 웅크리고 앉아 있을 때는 "이게 무슨 지지리 궁상인가?"라는 불평이 솟아오르는 걸 억제하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내 기억에 이전 정부 때는 여름에 "더워도 참아라", 겨울에 "추워도 참아라"는 말을 별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MB정부 들어오면서 그런 말 많이 듣기 시작한 게 분명합니다.
물론 이것이 모두 MB정부의 책임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이전 정부에서 에너지 수급계획을 잘못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오늘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 게 맞는 말일 겁니다.
그러나 MB정부 5년 동안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취임 초부터 "선풍기 틀어라" "내복 입어라"는 말만 해왔지 이렇다할 근본적인 대책은 세운 걸 본 적이 없습니다.
5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을 주었으면 이젠 언제쯤 되면 이 궁상을 면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밝혀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문제의 핵심은 잘못된 전기요금 구조에 있습니다.
전기를 비현실적으로 싸게 파니 자연히 수요가 많아지는 것 아닙니까?
전문가들이 특히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는 부분은 산업용 전기요금 쪽입니다.
신업용 전기요금이 너무 싸기 때문에 기업들이 에너지 절약을 하려 들지 않는 겁니다.
그러나 정부는 그렇게 되면 수출에 애로가 생기고 물가상승 압력이 생길까봐 가격 인상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MB정부 때 두 차례 정도 전기요금을 올렸지만 너무 그 폭이 작아 효과가 별로 없었습니다.
적정한 수준의 전기요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나 자신도 실감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우리 사회대 건물을 현재의 전기사용 냉난방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난 라디에이터 뜯는 게 귀찮아서 구태여 돈 많이 드는 전기난방으로 바꿀 이유가 뭐냐고 학장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전기가 더 싸게 먹힌다고 대답하더군요.
(경제학적인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볼 때) 진짜로 전기가 더 싸게 먹힐 리는 없지요.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낭비가 생길 게 분명하니까요.
다만 전기요금이 낮게 책정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전기가 싸다는 전제하에서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구요.
수많은 다른 기관, 기업, 개인들이 우리 사회대와 비슷한 생각에서 전기방식으로 전환했을 것이고, 그것이 오늘날의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고 봅니다.
비현실적으로 낮은 전기요금의 주요 수혜자들은 대기업들일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그러나 전기요금을 올리면 중소기업들도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경우에는 중소기업에만 특별히 조세상의 지원을 해주는 걸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문제의 근원은 MB정부의 '747공약'에 있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장률을 높여야 하고, 그럴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출을 늘려야 합니다.
그러니까 수출에 지장을 주고, 물가를 불안하게 만들 일은 한사코 피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전문가들 말 들어보면 전기요금이 기업의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작기 때문에 그런 악영향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네요.)
솔직히 말해 발전소를 짓는 데 몇 년이 걸리는지 잘 모릅니다.
만약 5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린다면 MB정부가 아무리 계획을 잘 짜도 그 임기 안에 혜택을 보기는 어려울 테지요.
그러나 지금 발전소를 짓고 있으니 어느 때 가면 전기 걱정 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희망은 최소한 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금의 상황으로는 언제까지 이렇게 궁상을 떨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고, 그렇기 때문에 좌절감이 큰 것입니다.
우리가 정말로 가난해서 전기 1와트라도 아껴써야 한다면 문제가 다릅니다.
지구온난화 문제해결에 동참하기 위해 전기 아껴써야만 한다면 또 문제가 다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가난하지도 않고, 다른 곳에서는 전기 펑펑 쓰면서 겨울에 덜덜 떨며 살게 만든다는 게 말이 됩니까?
자고로 선정(善政)이란 게 별 거 있습니까?
백성들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게, 등 따뜻하게 잘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선정 아닙니까?
다른 걸 얼마나 잘했는지 몰라도, 여름 더위에 지치게 만들고 겨울 추위에 떨게 만든 건 정말로 정치를 잘못한 결과라고 봅니다.
하릴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제발 춥지 않게 해달라고 빌 수밖에 없는 이 어린 백성의 처지가 딱하게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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