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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ilitary_34267
    작성자 : aeio
    추천 : 75
    조회수 : 9895
    IP : 61.32.***.39
    댓글 : 39개
    등록시간 : 2013/11/14 10:39:26
    http://todayhumor.com/?military_34267 모바일
    군생활 한방에 훅가는 이야기
     
    이등병 시절 막내생활을 3개월 정도 하다보니 후임들이 하나 둘 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동안 신병들을 받지 못해 내무실에 병장들만
    가득했었고 나를 기점으로 신병들이 마구 전입오기 시작했다. 난 흔히 말하는 풀린 군번이었다. 갑자기 어느순간부터 후임들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처음엔 나도 고참이 되어간다는 생각에 마냥 기뻣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후임이 많다는게 마냥 좋지많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도 그럴것이 나도 아직 완벽하게 군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한 상태인데 후임들 까지 많아지다보니 아직 내 앞가림 하기도 벅찬 상태에서
    후임들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 오고 만것이다. 후임들은 모르는게 있거나 사고를 치면 나를 찾아왔고 그 일중에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고참들은 누가 실수를 했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나를 찾았다. 그렇게 아래 위에서 치이다보니 군생활은 갈수록
    고달퍼져만 갔다. 일년만 참으면 내가 왕이라는 생각으로 버텼지만 그 꿈마저도 나중에 중대개편이 되면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 또 후임이 들어왔다. 그것도 두명이나. 그 둘은 처음 봤을때부터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보통 신병이 들어오면
    꾀죄죄하고 볼품없기 마련인데 이 둘은 그렇지가 않았다. 한명은 키가 크고 훤칠한 쾌남스타일이었고 또 한명은 성인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앳되고 곱상한 모습이었다. 이런말 하기 그렇지만 나를 비롯해 지금껏 들어온 신병들은 참.. 못생겼었다.
    이런 조류,어패류,무척추동물들 사이에 포유류가 등장하니 그들에 대한 고참들의 관심또한 높아졌고 기대치 또한 상승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사회에 있을때 같은 대학교를를 다니다 동반입대를 했다던 그 둘은 빠르게 군생활에 적응했다.
    쾌남 스타일의 후임 A는 이등병 답지 않게 작업이면 작업 훈련이면 훈련 할것없이 시키는 대로 잘 하는 편이었고 곱상한 후임 B는
    눈치가 빨라서 고참들의 비위를 잘 맞추는 스타일이었다. 그들은  간만에 A급 후임이 들어왔다며 선임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게 되었고
    나역시 간만에 들어온 손이 안가는 후임들이라 신경쓸게 없어서 좋았다.  
    몇 달이 지나고 그 사이에 후임들이 더 들어와 어느새 소대에는 이등병들이 바글바글하게 되었다.
     
    그러다 이상한 소문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A가 후임들을 패고 다닌다는 소문이었다.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라 처음엔 그냥 악성루머
    정도로만 생각했다. 고참들이 봤을땐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고 설마 이등병이 이등병을 때리는 일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기에
    고참들의 편애에 질투가 난 후임들이 흘리는 헛소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후임들 몇명에게 슬쩍 떠보는 식으로 물어봤지만
    그런일은 없었다는 얘기에 그냥 한귀로 듣고 흘려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루머는 계속됐다. 소각장에서 A와B가 고참들 욕을 하는걸
    들었다는 소문도 들리기 시작했고 소문은 입을타고 점점 커져만 갔다. 확실한 증거도 없고 괜히 생사람 잡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다들 쉬쉬하고는 있었지만 이쯤대니 조금씩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A와  B를 유심히 살펴봤지만 전혀 그런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먼저 사고를 친건 의외의 인물이었다.
     
    어느 날 옆소대에서 구타사건으로 고참들이 대거 영창에 가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파문은 일파만파 커져갔고 점호를 얼마 앞둔
    저녁때였다. 점호준비를 하고 있는데 소대장실에 불려갔다온 분대장이 수양록을 모아서 가져오라는 말을 전했고 나는 후임들의
    수양록을 걷기 시작했다. 거의 다 걷어갈때 쯤 나는 B에게 수양록을 가져오라는 얘기를 했지만 녀석은 멀뚱멀뚱 서서 안절부절못하고
    만 있었다. 그러고 하는 얘기가 수양록을 잊어버렸다는 것이었다. 분명 어제까지도 수양록을 쓰고 있는 걸 내 두눈으로 봤기에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녀석의 관물대로 향했다. 하지만 녀석은 나를 가로막았고 자기가 직접 가져가겠다고 나에게 말했다.
    어이가 없는 와중에도 무언가 있음을 직감하고 녀석을 힘으로 제압했다.
    소란피우지마 잡아먹는게 아냐 잠깐만 얌전히 있으면돼.. 수양록을 확인해 볼게 있어. 분대장도 궁금해 하더라고.. 수양록! 수양록을 보자!
    그렇게 수양록을 꺼내 내용을 확인했다. 수양록은 데스노트를 방불케 했다. 고참들에 관한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욕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결국 고참들도 모든 내용을 확인하고 역시 머리검은 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라며 분노했다. 그렇게 B는 사랑받던 후임에서 천하의
    개쌍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A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데스노트 사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A와 후임들이 쓰레기를 버리러 소각장에 다녀온 직후였다. 무언가를 발견한 한 고참이
    후임을 불러세웠다. 후임의 활동복 등짝에 새겨진 운동화 자국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후임을 추궁하던 고참은 결국 평소에 A가
    몰래몰래 후임들을 때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소 A의 협박에 아무말도 못하고 있다가 이 후임의 고백을 시작으로 다른 후임들
    역시 그간 있었던 일들을 줄줄이 털어놓기 시작했다.
     
    햇살이 따뜻한 여름날이었다. 고참의 전투화가 선명하게 A의 정강이를 핥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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